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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2018. 7. 19)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행복한 꿈 꾸고 계신가요? 한 주를 거의 마무리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이번 주 지나면 7월도 하순이네요. 무더위가 극성이라지만, 잘 견뎌 내시고 계시지요? 


1. 이대로가 좋아요, 강인원

https://www.youtube.com/watch?v=w1DmwZq6diE

법정스님이 쓴 <一期一會> 글 중에,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이런 표현이 나오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의 직간접적 경험에 비추어 조금만 돌이켜 보면, 내일에도 우리가 이 세상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는 거죠. 찰나지간에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게 인생인데, 그걸 어떻게 보장하겠습니까?

얘기가 옆으로 새지만, 1995년에 청사에서 운영하는 외국어 교실에서 아침시간에 영어회화를 배운 적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갓 대학을 졸업했을 친구가 원어민 강사였는데, 어느 날 아침엔가는 이마에 대일밴드를 십자모양으로 붙이고 나타난 겁니다.

(수강생 몇) "이마에 웬 밴드냐?"
(강사) "어제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기고 얻은 상처다."
(수강생들) "?"
(강사) "어제 친구랑 삼풍백화점에 갔다. 한참 쇼핑하다 보니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친구 놈 끌고 백화점 밖으로 잠시 나가서, 라이터 불 붙이는데, 갑자기 "쿵" 소리 나더라.."

강의가 있던 날이 삼풍백화점 무너진 다음 날이었던 겁니다. 마침 그 순간에 담배 피우러 안 나왔다면, 그 친구도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던 거죠.

하여간, 얘기가 샜지만,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아깝고도 아까운 이 순간이라는 시간과 이 만남이라는 인연을 헛되게, 나쁘게 보내지 않을랍니다.

(2009년 어느 날의 생각)


2. 외사랑, 신형원

https://www.youtube.com/watch?v=zoQleMxnINM

 유튜브에서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퍼뜩 이 노래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대학 시절, 써클 선배 누나가 이 노래를 애잔하게 잘도 불렀었습니다. 가수가 부르는 것보다 선배 누나가 부르는 걸 먼저 들어서 노래에 관심이 생겼던 곡입니다.

 들어 보니, 참 청승맞네요.^^ 그렇기는 한데, 청춘의 시기를 살다 보면, 열렬히 함께 사랑하는 연애도 경험할 수도 있지만, 말 꺼냈다가 단칼에 퇴짜 맞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수도 있고, 언감생심 말도 한 번 꺼내 보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어버린 운도 못 띄운 사연도 있을 수 있죠.  

 이 노래는 어디 한적한 주점에서 혼자 청승맞게 한 잔 하면서 들어야 제 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3. 비오는 날의 수채화, 권인하, 강인원, 김현식

https://www.youtube.com/watch?v=jDPrBBzq-fY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영화 주제곡으로도 쓰였였죠. 비가 오는 날 선곡을 하면 종종 고르게 되곤 했던 잘 알려진 곡이죠. 노랫말이 선량하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욕심많은 사람들, 얼굴 찌푸린 사람들조차도 마치 그림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기원하는 작사자의 마음이 참 고운 것 같습니다. 

 유리창엔 비, 햇빛촌. 역시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비 올 때 선곡하면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는데, 약간 비감어린 가사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비가 오면 기분이 방방 뜨기 보다는 좀 가라앉잖아요. 그런 비라는 현상의 분위기에는 조금 어두운 마음을 드러내는 가사가 좀 더 어울려서 그런 것 아닐까..하고 마음대로 생각해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QlRCswWQZ4

 로마는 작년에 여름 내내 몇 달간 비 한 방울 안 올 정도로 가물었고, 올해도 비는 잘 안 오네요. 지중해성 기후의 특징일 것 같습니다.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 덕분에 과일들은 당도가 아주 높습니다. 습하지 않아서 한국의 무더위보다는 견디기가 낫습니다. 오늘의 보너스 트랙은 지중해 느낌의 연주곡으로 골라 봅니다.


4. 보너스 트랙 : Mediterrenean Eyes, Pavlo

https://www.youtube.com/watch?v=5TTi3emNNHY&t=47s

 한국은 벌써 금요일에 접어 들었네요. 행복한 금요일과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나간다(2018. 7. 18)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1. 옛 시인의 노래, 한경애

https://www.youtube.com/watch?v=9XNP6618XSc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가을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하여 예전에는 가을에 가끔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수원 애청자님의 다른 신청곡 "목로주점"은 이연실 씨가 작사, 작곡하고 부르기까지 했던 곡으로 알고 있는데, 김희진이라는 젊은 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불렀네요. 목로주점은 20대 젊은이들의 낭만적인 사고가 고스란히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월급 타서 로프 사고, 사막엘 가고..ㅋ 아무튼 20대 때 많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목로주점, 김희진

https://www.youtube.com/watch?v=xUdbQY-5TZo

 어제 메일에서 사무실에 피서 간다는 생각으로 나가야 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말하고 나서 보니 사무실은 정말 시원하고,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비로소 덥다는 걸 느끼겠네요. 로마도 8월말까지는 한창 더운데, 아직 한 달 반 정도 더운 기간이 남아 있으니, 아직 여름이 많이 남았구나,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습니다. 한국은 로마보다 기온도 훨씬 높고 무진장 덥다는 소식 듣고 있습니다. 로마는 오늘 최고기온이 32도 정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종일 면벽수도하는 기분으로 있다가 왔습니다. 사람이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으니 묵언수행은 기본이죠. 이러다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겠다 싶습니다. 제가 두어달 전까지 계속 궁금해 하던 게, 내 전임자인 선배님들은 이 곳 파견생활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서 지내셨을까? 입니다. 지금 생각은, 아마 선배님들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을까야 라는 게 잠정결론이고요. 상황이 크게 다르 지 않은데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저 그 날 그 날 상황 맞춰 하루하루 살았겠죠. 아무튼, 이런 수도자같은 생활을 어떻게든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셨다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내일도 면벽수도, 당분간 면벽수도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은데, 도력은 높아지지 않고 참 난감합니다. 책이나 읽으라는 3대 선배님의 조언이 있었는데, 몇년 전부터 책이 잘 안 읽혀서 애를 먹고 있는 터이라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중에 face'book'만 열심히 읽네요. ㅎ


2. 지나간다, 김범수

https://www.youtube.com/watch?v=gVWLtsIgrbk

 감기에 빗대 실연의 아픔도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노랫말의 "지나간다", 솔로몬 왕의 반지에 새겨져 있다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연상시키는 제목이죠. 맞습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말처럼 진리에 가까운 말도 없지요.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쾌락도 다 그 상태로 고정되지 않고 지나가죠. 저의 자칭 면벽수도 기간도 지나갈 일이죠. 내일도 사무실에서 유별난 일은 없을 게 뻔하니까, 뭔가 재미난 걸 찾아봐야겠습니다. (유튜브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뭐 재미난 거 있으면 알려 주셔도 좋아요. 제 면벽수도 기간을 유익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죠.^^)

 책을 쓰고 싶다는 제 희망사항을 말씀드렸는데, 막상 책을 쓰겠다고 생각을 하면 '뭐에 대해서 쓸 건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책 쓰는 생각이 나는 게, 오래된 꿈인 건 맞는데, 어쩌면 면벽수도 하듯 혼자 있는 상황이 못 견디겠어서 도피책으로 생각난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빙긋 웃음이 나면서 삶에 보탬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는, 사실은 무지 높은 수준의 욕심을 갖고 있는 게 책 쓰기를 가로막는 방해물일 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아까 퇴근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란 책을 몇 페이지 읽어 보니까(그의 다른 책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얼마 안 읽어보고 느끼는 시건방진 평가인지 모르겠지만. 뭐 그렇게 유별날 것도 없는 내용을 별 감흥을 일으킬 것도 없게 쓴 것 같더라구요. 어쨌든, 안 그래도 산더미같이 많은 세상 책들에 무가치한 책을 한 권 더 얹는 일은 피하고 싶은데, 이런 게 욕심이겠죠.

 아무튼, 로마에 있는 동안 어쩌면 진짜로 책 주제도 정하고 뭔가 써 내려갈는 지도 모릅니다. 면벽수도만 하고 있기엔 지루하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하도 책이 많다 보니까, 예전에 제가 혼자 고민해서 책 제목을 하나 정하고 나서 보니까, 서점에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와 있더라구요.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제목이 같아도 내용은 작가마다 다 다른 것이긴 하지만요. 


3. One Summer Night, 진추하

https://www.youtube.com/watch?v=IMM0wGUl_iI

 로마도 어느덧 저녁 아홉 시가 넘었습니다. 제가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가 저녁 식사 이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입니다. 사람들마다 다 다르겠지요. 잠자는 것도 좋지만, 잠자리에 들면 일어나서 출근하기 위해 후다닥거리는 시간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기 전과 동질의 여유있는 느낌은 갖지 못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목요일이네요. 직장인에게 목요일은 '희망', 금요일은 '환희'라는 어떤 이의 비유에 공감하면서, 내일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막연히 해 봅니다. 

 
4. The train leaves at eight, Agnes Baltsa

https://www.youtube.com/watch?v=VldFeDDLiDQ&t=96s

 빨치산과 그 연인의 사연을 담은 노래.

 애청자님들, 깨어나시면 '희망'의 목요일입니다. 행복한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욕심(2018. 7. 17-2)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잘 주무시고 계신지요? 로마 우리 아파트 단지에 해가 지려면 아직 몇 시간이 더 있어야 하고, 매미 소리가 드높습니다. 어제 내린 비 덕에 오늘은 기온이 조금 내려갔고 간혹 시원한 바람이 불기까지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기온이 30도를 넘어간다고 합니다.  

 아내와 아들내미 명수는 마트(COOP)에 가서 차량에 놓은 휴대폰 거치기며 요가매트며 이것저것 사고 피자도 먹고, 명수가 로마 수도교를 보여 달라고 해서 보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차로 저를 퇴근시킨 아내는 내일 먹을 빵을 만들기 위해 빵 반죽을 하고서, 그동안 많이 먹어 살이 쪘다며 이제부터는 요가를 하겠다고 합니다.   


1.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김건모


 로마의 새로운 애청자님 신청곡입니다. 오래 가물었던 로마에 어제 오랜만에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고, 천둥번개에 비해서는 그리 많지 않은 비가 내렸는데(적어도 우리 동네는 그랬습니다만, 비가 제법 많이 온 동네도 있는 모양입니다) 비오는 분위기에는 딱 이 노래라고 신청을 해 오셨네요. 저도 비오는 날 가끔 듣곤 하는 노래입니다. 

 비가 오면 꼭 비 노래를 선곡하고, 눈이 내리면 눈 노래를 찾아서 틀곤 하는데, 로마가 비가 잘 오지 않는 기후여서 비 노래를 본격적으로 선곡해 본 지가 좀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게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인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을 소개받았는데, 궁금해서 줄거리를 검색해 보니, 페미니즘 소설인가 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뿌리깊은 차별이 바로 성별에 기초한 차별인 것 같습니다. 인간의 DNA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있다고 할만큼 뿌리깊다고나 할까요? 그 뿌리가 깊은 만큼 '이것은 차별이다'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서 아주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차별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젠가부터 가끔 아내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주로 제가 페미니즘의 내용에 대해 배우는 편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작년에 한국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82년생 김지영>을 공수해서까지 읽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네요. 인연이 있다면, 나중에 언젠가 만나게 되겠죠.   


2. 이게 아닌데, 장사익

https://www.youtube.com/watch?v=xzIyCNk4D5I

 몇 달씩 철야에 가까운 근무를 이어가던 2009년, 2011년에 새벽에 퇴근하게 되면 퇴근노래처럼 꼭 한 번은 듣고 사무실을 나서던 장사익 선생님의 노래를 들어 봅니다. 그 땐 정말, 강도높은 근무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사는 게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이 노래가 가슴을 파고 들었었지요.

 그런데, 2012년부터는 그렇게 강도 높게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이어졌고, 제 신조처럼 법정 일과시간이 끝나면 칼퇴근하는 걸 원칙으로 삼으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도 '그래, 사는 게 바로 이런 거지.'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구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결국 제가 욕심이 많은 게 문제인 겁니다. '이것만 해결되면 살만 하겠다,'라고 생각하다가,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내서, '이젠 또 이게 문제네. 이것만 해결되면..' 하는 식으로, 계속 문제거리를 찾아내고 불평하고 만족해하지 않는 습관이 밴 것이 문제인 것이죠.

사실 사람 산다는 게, 문제를 찾으려면 한도 끝도 없이 찾을 수 있는 거쟎아요. 망치 들고 있는 사람 눈에는 모든 게 못대가리로 보인다는 말처럼, '뭔가 문제가 있어' 라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하면 자기만 끝없이 괴로와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게 아닌데"를 찾아 듣던 그 힘겹던 격무의 시간이 지나간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제가 좋아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건데. 투덜거리는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영원히 벗어나고 싶습니다. 오늘도 저는 정시에 퇴근해서 가족들과 조용한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럼 된 거죠?


3. 모란동백, 조영남

https://www.youtube.com/watch?v=33tAMu0OARE

 용인 동백 사는 친구가 7월 들어서부터 5년간 한시적 금주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애주가인 이 친구와 아까 연락을 해 보니, 낮에 계속 졸린 것이 아무래도 금단증세 같다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비법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하더군요. 나는 술은 금단현상이 없어서 모르겠고 담배는 금단현상이 나타나면 그냥 피웠다고 했다가, 도움 안 되는 인사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모란동백" 노래는 동백 친구가 노래방 가면 예외없이 꼭 부르는 곡입니다. 그만큼 술을 사랑하는 친구이니, 금단현상이 나타날 만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술을 어지간히 즐겨 마셨었는데, 술을 안 마셔도 금단증세까지는 안 타난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아마, 그 친구가 더 애주가였던 모양입니다.

 술 얘기가 나오는 곡 중에서 제일 가사가 간질간질한 곡을 보너스 트랙으로 보내드리면서, 동백 친구가 금단증상을 어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용인 동백지구 상공으로 함께 보냅니다.


4. 보너스 트랙 : 초야, 김창완

https://www.youtube.com/watch?v=c64r4wf9Bm4

 애청자님들, 좋은 꿈 꾸시고, 행복한 수요일 맞으시기 바랍니다.

PS : 휴가철이라 쉬고 싶은데 사무실에 꾸역꾸역 나가려니 힘들다..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정말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태리가 전기 요금이 비싸서 에어콘 틀기도 어려운데, 에어콘 잘 틀어주는 사무실로 피서갈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집에는 아들내미 있는 작은 방에만 에어콘이 있고, 전기값 무서워서 잘 틀지도 못합니다.^^


찜찜한 마음? 촉? 귀찮음?(2018. 7. 17)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한국은 무척 덥다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로마에는 어제 잠시 비가 내렸는데, 얼마 안 되는 비라도 살짝 내려주니 오늘은 기온이 약간 내려가서 살만 하네요.


 며칠 전에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를 듣다가, 문득 그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가서, 나름대로 편지 형식의 글을 끌적거려 봤는데, 그게 또 여의치 않네요. 편지 형식으로 쓸 글감이 그리 풍부한 것도 아니고, 아무튼 흐지부지 지나간 생각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출판기획 일을 해 보았던 친구가, 책을 쓸 거면 제일 먼저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즉 주제를 분명하게 정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뭔가는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주제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은 책을 쓸 때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1. 홍시, 나훈아


https://www.youtube.com/watch?v=qHO_gvdq7vs


부치지 않은 편지 2


사랑하는 우리 엄마,


김경순 여사, 오랜만에 이름을 불러 봅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거나 전화로는 쑥스러워서 쓰지 못하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마음껏 쓸 수 있다니, 편지, 더욱이 부치지 않을 편지가 자유를 주네요.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지 1년여, 이젠 피골이 상접한 몸으로 병상에 누워만 계시고, 찾아 뵙더라도 목소리 들려주는 일도 잘 없으시지요. 그마나 해외에 나와 있으니, 전화도 받지 못하시는 엄마와 어떻게도 대화할 방법이 없어요. 오늘은 무슨 까닭인지 유난히 엄마가 더 보고 싶네요.


제가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기간 동안에는 이상하리만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엄마, 아빠가 다 돈 벌러 나가시고 우리 형제들만 집을 지키고 있고, 해는 져서 집안은 어두워져 가는데 배는 고프고, 컴컴한 방에서 여덟 살 위의 형에게 밥 달라고 소리치고 울고 하던 '엄마의 부재'가 오히려 기억나요.


국민학교 입학 이후일까요, 뭔가 아이들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매(빗자루)를 드시던 엄마 생각이 띄엄띄엄 나고, 국민학교 3학년 무렵 크레파슨지 도화진지 미술시간 준비물을 안 사준다고 학교 안 가겠다는 저를 오리 길을 매를 들고 쫓고 쫓기고를 반복하며 아마도 두 시간 이상 학교로 몰이하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미술 시간 준비물 못 가져가는 저는 창피했지만, 준비물 챙겨줄 돈이 없어 아이를 학교까지 몰이하듯 쫓아야 했던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애들 혼낼 때 빗자루를 애용해서 체벌을 하셨기 때문에, 몸을 때리지 않고 절굿공이나 요강을 들고 있게 한 아버지보다 엄마는 어떤 면에서는 더 무섭게 느껴졌어요.


저야 구체적인 병명을 모르지만, 우리 형제들 어려서부터 엄마는 이곳 저곳 몸이 많이 아프셨어요. 약도 많이 드시고, 신앙에 의지해서 몸 나아볼까 하고 여기 저기 종교의 문을 두드리기도 하셨죠. 엄마는 우리 형제들에게 '너희들 잘못 되면, 난 심장이 터져서 죽어 버릴 거다'라고 협박을 하곤 하셨죠. 형제들끼리 다투지 말고, 밖에 나가서도 안전하게 다니라는 당부였지만, 표현이 너무 과하셨어요. 자식들은 그 말씀 들을 때 많이 힘들었다구요. 어쩌면, 그런 무서운 표현 때문에 자식들이 바깥 생활할 때 지나치게 안전 위주로 행동을 선택하게 되고 어쩌면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을 지도 몰라요.


아버지 혼자 벌어서는 할아버지와 네 오누이를 키우는 데 힘이 부쳤기 때문에, 엄마는 주로 먹는 장사를 하셨죠. 어떤 기간에는 채소, 어떤 기간에는 떡볶이, 어떤 기간에는 생선, 그렇게 종목을 바꿔 가면서 장사를 하셨었죠. 그렇게 번 돈으로 엄마는 자식들 먹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쓰셨어요. 음식할 때 엄마는 오래 고은 음식을 만들거나 하는 것처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많이 하셨고, 한 번 하면 큰 들통으로 음식을 하시는 식으로 손이 크셨죠. 그런 엄마의 노동과 품으로 자식들을 먹여 살리셨죠.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 엄마의 파킨슨 병이 지금처럼 심해지기 전에, 엄마가 아파트 옥상에 있는 된장을 떠 주겠다고 하셔서 따라 올라간 적이 있었죠. 이미 그 이전부터 엄마가 장을 담글 수 있는 정도의 힘이 남아 있지 않았었고, 장독에는 저 바닥에 오래되어 소금기가 버석버석한 간장과 된장만 남아 있었어요. 그 날 엄마의 건강이 정말 많이 약해지셨다는 느낌을 가졌어요. 이젠 엄마가 담근 장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없겠구나 하면서 왠지 슬퍼졌던 느낌을 기억해요. 엄마는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항상 음식을 통해 표현하셨기 때문에, 음식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엄마의 손길이 지워지는 건 저로선 슬픈 일이었어요.


한국 출장 가서 병원에 엄마를 뵈러 가도 막내동생처럼 쉽게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말을, 오늘은 한국에 들리도록 하늘을 향해 외치고 싶네요. 엄마, 사랑해요. 11월 29일 결혼 60주년을 함께 맞이하고 싶다는 아버지 소원을 들어 주세요.



2. 꽃과 어린 왕자, 사랑의 듀엣


https://www.youtube.com/watch?v=sHg5LDGnsWY


 소설 <어린 왕자>를 모티브로 한, 내용이 약간 동화같은 이 곡을 오랜만에 선곡해 봅니다. 고 3 학력고사 끝나고 나서, 학교에서 수업은 할 게 없고 장기자랑이든 뭐든 여흥으로 시간을 때우던 시기에, 친구들 앞에서 이 곡을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아련한 풋사랑의 기억을 소환해 내는 곡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아침에는 알리안츠 보험카드를 어디다 뒀는지 몰라 찾느라고 한참 소동을 피웠습니다. 예전에는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는 경우 외에는 물건을 잘 잃어 버리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최근 들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 지를 잘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합니다. 저는 이걸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데, 아내는 '당신도 나처럼 깜빡깜빡하고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는 세계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나요. 원래 가끔 물건을 엉뚱한 데 두기도 하는 게 오히려 정상이라면서요.


 인생의 모든 장면이 다 예전에는 없었던 일들이 펼쳐지고 예측불가인 것 같습니다. 결혼생활이 어떤 건지 알아서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서 아이를 낳는 것도 아니고, 나이를 먹어 가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사는 게, 살명서 배우는 게 정답인 것 같은데, 가끔은 총명한 기운이 떨어져 간다는 것이  서글프다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그냥 그렇게 흘거가는 건데 말이죠.



3. 하늘바라기, 정은지


https://www.youtube.com/watch?v=nzDO6tAB6ng


 아래 "혼자가 아닌 나"와 더불어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저는 처음 듣는 곡인데, 유튜브 조회수를 보니 2천만회가 넘네요. 엄청납니다. 인기가 아주 많은 곡인가 봅니다. 이런 신곡들을 처음 접하는 것을 보니, 저는 정말 7080 세대 DJ이인가 봅니다.


 혼자가 아닌 나, 서영은


https://www.youtube.com/watch?v=R85lOwRsnvk


 오전에 중국의 기부로 개발도상국간 협력활동을 위해 조성된 자금의 사용과 관련하여 대외협력 담당자가 한국에서도 관련 기관이 제안을 내서 참여해 보면 어떤가 하는 아이디어를 들고 와서 한 시간 가까이 논의를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거리낌이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 자금의 사용과 관련된 정보를 내가 이해하고 한국에 전달하는 과정이 귀챦은 것일까? 사실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 자금을 쓰기 위한 제안에는 '중국의 기관, 기술자, 업체이 참여 등 방법으로 중국 전문가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쉽게 말씀드려 제가 느끼는 감으로, 한국의 농촌경제연구원이나 농촌진흥청 같은 연구기관 같은 데서 접근해도 왠지 심사가 배타적으로 이루어질 것같은 겁니다.


 이런 건 이른 바 '촉'이나 '직관적 느낌', '감'의 문제인데, 괜히 애만 쓰고 물먹는 경우가 상상이 되서 내 자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국의 연구기관을 끌어들여 보자' 이런 말이 안 나오는 겁니다. 개발도상국의 기관과 기구들이 신청자격이 있다고 하는데, 국제 무대에서 개발도상국 분류 문제가 예민한 사항인 우리나라의 특별한 위치도 신경이 쓰입니다.


 결국, 나도 내용을 깊이있게 잘 모르니 살펴 보기도 해야 하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 동료에게 얘기했지만, 지금 마음은 찜찜합니다. 별로 건질 게 없을 것 같은 일에 저뿐 아니라 관련 기관 사람들의 에너지를 쓰게 될까봐요.내가 신중한 것인지, 귀찮은 마음이 큰 건 지는 조금 지나보면 알겠죠.


 한 켠에 부담감이 드는 건, 내가 요청받은 일이라고 뭐든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로 달래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수도 없는 일이구요.



4. 보너스 트랙 : Autumn leaves, Eva Cassidy


https://www.youtube.com/watch?v=xXBNlApwh0c


 문득 가을 음악이 듣고 싶어서요.


 애청자님들, 행복하세요!




부치지 않은 편지 1(2018. 7. 16)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많이 덥지요? 어서 산으로, 계곡으로, 바다로 가서 시원한 물에 풍덩 들어가거나 발이라도 담그시고 싶으시지요? 휴가중인 분도 계시겠지만, 더워도 한 주간의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월요일을 맞은 분들이 더 많겠지요. 식상한 말일지라도 "애청자님들,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1. 행복이란, 조경수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얼핏 살펴보니 1978년 경에 발표된 곡인 듯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인데,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가요를 유심히 들었던 터라 이 곡도 발표되었을 무렵부터 들었던 곡 같습니다. 기억상으로는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던 곡은 아닌 것 같고, 그래도 잔잔하고 예쁜 노랫말 때문에 그 이후에도 8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전파를 타지 않았나 싶습니다.

 행복이란 뭘까요. 음악메일을 보내면서 늘 '애청자님들, 행복하세요'를 외치는 저이지만, 저도 행복의 정체를 잘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비유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수없이 펼쳐져 있는 세잎클로버들에 눈길을 안 주고 지나치는데, 우리가 그렇게 찾고 있는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한다면, 지천에 널려 있는 세잎클로버는 바로 행복을 상징한다나요. 관점만 바꾸면 도처에 행복이 널려 있는데, 우린 늘상 그 행복을 외면하고 찾기도 힘든 행운에 매달려 있다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래 서영은의 "꿈을 꾼다"도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얼마 전에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다는 드라마 <김과장>의 삽입곡인 모양입니다. 덕분에 처음 들어 봅니다.

 꿈을 꾼다, 서영은



2. 가시나무, 시인과 촌장


 요 며칠 전부터 ' 로마에 있는 동안에 책을 한 권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라는 곡 제목을 보는데, 같은 제목으로 편지 형식의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냥 잠시 스쳐가는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뭐 편지체의 글을 쓰다 보면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죠. ('아님 말구' 라는 생각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책을 써야 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으니까요.)

어젯밤에는 첫번 째 편지의 초안을 잡아 보았습니다. 어쨌든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국민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에게 쓰는 편지.

< 부치지 않은 편지 1 >

진광수 선생님께,

선생님, 차마 안녕하시냐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지 못합니다. 1980년 2월에 중동국민학교를 졸업했으니, 38년여만에 처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살아 계신 지 모르지만, 부치지 않을 편지이기에 상관 없습니다.

1979년에 6학년 2반 학생이었던 김종철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저를 기억하고 계실 지 모르지만, 저는 선생님의 얼굴과 목소리, 잘 쓰던 말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해서가 아니라, 당신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에 평생 당신을 증오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6학년이 시작된 둘째 주던가, 당신이 학기초 상담 시간에 1주 전에 이사해서 집 주소를 외워서 얘기하지 못하던 내게 짜증스럽게 던졌던 그 한 마디를 당신은 기억하시는지요? "뭔 이사를 이렇게 자주 다녀? 너희 아버지 간첩이냐?"

그 말을 들은 걸 계기로 제 인생의 행로가 바뀌었습니다. 아니, 말을 바꾸겠습니다. 제 인생의 행로를 제가 잡아나가기 시작했다고 해야겠죠. 유신체제 하에서 '간첩'이란 말은 국민학생들에게 너무 무서운 말이었고, 가난한 때문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저는 조금 어린 나이에 '가문을 일으킨다'는 다소 황당한 슬로건을 세우고, 한편으로는 동아일보 신문 배달을 하면서 공부를 파고 들었습니다.

온 에너지를 달달 외우는 공부에 쏟아부은 중학교 시절, 공부에 관해서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만치 공부를 잘 했고, 그 여세를 몰아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진학하고 대학교 1,2학년 때의 방황에도 불구하고 행정고시를 쳐서 공무원 세계에 입문했고, 50대 초반이 된 지금까지 그럭저럭 공무원 생활을 하며 살아 왔습니다.

어찌 보면 선생님의 그 '간첩' 운운한 한 마디가, 제가 인생의 흐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어오는 데 역설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은 인생살이를 헤쳐가는 데 공부라는 게 어찌 보면 제일 쉬운 부류의 일일 수도 있고, 제가 선생님의 한 마디에 쉽게 그걸 부여잡게 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선생님과의 대화 장면을 아마도 수만 번도 더 반추했을 텐데, 그 장면이 내 인생에 어떤 다른 의미가 있었을까, 어쩌면 그런 말을 한 선생님이 사실은 은인이 아니었을까라고도 생각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 날 이후 내 속이 곪고 정신적으로 힘들고 외롭게 느끼며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는 스물여섯의 나이에 정서적으로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계속 치료를 받으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사실, 어떤 병이 왜 생겼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는 잠정적으로 열 세살 어린 나이에 받은 그 마음의 상처와 그 상처 속에서 내가 살아온 방식이 제 병이 발병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심정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사실, 부치지도 않을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내 과거를 조용히 돌아보는 것도 있지만, 과거의 선생님과 화해를 하거나 선생님을 내 마음 속에서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마도 1930년대 후반쯤에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선생님의 가족사도 간단치 않았을 것이고, 선생님도 어쩌면 시대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정당화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별로 화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우린 너무 멀리 왔죠. 

용서심리학에 의하면, 용서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행위라고 하더군요. 궁극적인 용서는 신께서 하시는 거라 하지만, 선생님이 내게 상처 준 언행에 대해서는 용서할게요. 이미 지나간 일 붙들고 있어봐야 저만 피곤하죠.진실한 의미의 용서는 아닐지라도, 선생님도 사람이니까, 불완전한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살아 계시다면, 마주치는 일 없으면 좋겠고. 돌아가셨다면 명복을 빌겠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6학년 2반 친구들도 당신을 용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아버지, 권태수


 가끔 원가족(본가) 생각이 절실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아버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카카오톡 전화가 잠시 통화를 했습니다. 아버지 목소리가 힘있는 것처럼 들려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몇 분 얘기하고 나니 서로 할 말이 별로 없어졌는데, 아버지께서 집에 있던 형을 바꿔 주어서 잠시 안부를 묻고 끊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살아 오면서 아버지가 늘 좋다고 느끼거나, 모든 부분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아버지에 대해 부분적으로 맘에 안 들어 하는 부분 이런 것은 의미를 잃고, 그저 살아 계시고 아직 그런대로 건강하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아버지 생각이 날 때 늘 권태수 씨의 노래를 듣습니다. '아버지, 말씀은 없어도 높으신 그 뜻을 내 잊으리'하는 노랫말처럼 말씀 별로 없으셔도 자식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화 통화했는데 얼굴 뵙고 싶네요. 지금음 목소리로 통할 수 없는 엄마도 뵙고 싶습니다.


4. 보너스 트랙 : 부모, 유주용


 부모님 생각에 들어 봅니다.

 애청자님들, 행복한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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