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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났을 때 곧 번뇌를 쉬면(2019. 9. 19)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로마의 목요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오래 가물었다가 오늘 비가 온다온다 하더니, 찔끔 내리고는 말았습니다. 한국의 가을을 생각하면 촉촉한데, 로마의 가을은 나뭇잎이 말라서 부스러질 것처럼 가물기만 하네요. 한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10년말 구제역이 발생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국가 전체적으로나 관련된 개개인들로서나 참 힘든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큰 피해 없이 차단방역에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1.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커피소년

Pause, Relax, Open

병원 가는 날. 나는 상태가 어떤지 의사와 의견을 교환하는 날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의사를 만나러 가는 날은 예외없이 마음이 불편했다. 언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내가 돈 내고 서비스 받으러 가면서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내 병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편한 감정이 있는 것일 게다.

사람은 다 아프다. 예외없이 아프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 크게 아플 수도 있고 작게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예외없이 사람은 아프게 되어 있다. 나도 그 모두가 아픈 인류라는 종족에 속한 것뿐이다. 내 병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잘 들여다 봐야겠다.

약의 도움을 받아, 귀찮은 투약이지만 꼬박꼬박 잊지 않고 약을 먹는 정성으로, 이렇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큰 문제될 것 없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삶의 근거지가 바뀌면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 반복되는 현상을 잘 다뤄보자.

IFAD에 올 때는 낯선 국제기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지만, 한국에 돌아간다 하면 틀림없이 바쁘고 일이 많고 책임이 무거운 일을 하게 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어제 읽은 책에서처럼 나는 지금까지 잘해 왔다. 걱정과 부담감은 100%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현실은 허상보다 무겁지 않다. 그저 사람 살아가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갖자. 생각을 멈추고, 긴장을 풀고, 삶에 접촉하라(Pause, Relax, Open)는 4년전 상담선생님의 명상 처방이 생각나는 날이다.


2. Too much love will kill you, Freddie Mercury

https://www.youtube.com/watch?v=KwbcOsM6sdE

사랑니 600유로, 스케일링 170유로, 잇몸 치료 700유로

치과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 체감하는 이태리 의료비는 매우 비싸다. 아내와 내가 처음 이태리 치과에 갔을 때, X-ray 사진 찍고 치아 상태에 대해 상담만 받고 왔는데 각각 150유로를 지불했고, 스케일링은 170유로씩을 내야 했다. 나의 경우 치석 상태가 안 좋다고 두 번에 나누어서 했으니 스케일링에만 340유로를 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부임하여 FAO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동료는 사랑니 뽑는데 600유로를 냈다. 내가 한국에서 사랑니 뽑을 때는 10,000원을 냈던 기억에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스케일링의 경우도 한국은 기계를 이용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통증도 적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치석 제거작업을 해서 놀랐다.

한국의 의료수가 체계를 잘 모르지만, 아무튼 의료서비스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꽤 경쟁력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잇몸 일부를 잘라낸다고 얘기했는데, 이빨 하나당 700유로라 하니 물리적 거부감도 거부감이고 비용도 심란하다.


3. 산행, 김영동

https://www.youtube.com/watch?v=SGt3I211xdM&t=78s


마음을 좀 차분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채근담>을 집어든다. 케케묵은 이야기 같으면서도 언제 읽어도 마음 속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나의 애장서.

<역자 조지훈 시인의 머리말 중에서>

읽을 때마다 그 맛이 깊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물 뿌리의 담백한 맛이 씹을수록 달듯이 채근담의 맛도 읽을수록 향기롭기 때문이라라.

나이와 공부에 따라 더욱 새로와지는 이 책은 어느 때 어디서 누가 읽더라도 그 사람의 기틀에 맞추어 그 맛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뭇사람과 기꺼이 어울리되 그 더러움에는 물들지 않고 드높은 경지에 뜻을 두어도 쓸쓸한 생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채근담은 참으로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있다.

* 머리말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조지훈 선생은 30대 후반에 이 책을 평역한 모양이고, 우리 나이로 마흔 아홉에 세상 소풍을 마쳤다. 그보다도 이미 몇 년을 더 산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채근담의 몇 구절)


세상 맛을 속속들이 알면 비가 되든 구름이 되든 다 맡겨둘 뿐 눈 뜨고 보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인정이 무엇임을 다 알고 나면 소라고 하거나 말이라고 하거나 부르는 대로 맡기고 그저 머리만 끄덕일 뿐이로다.

飽諳世味하면 一任覆雨飜雲하되 總慵開眼하고 會盡人情하면 隨敎呼牛喚馬하여 只是點頭니라.

<조지훈 시인 풀이>

세태를 샅샅이 알고 보면 손바닥 엎으면 비오고 젖히면 구름 이는 그 조화도 뻔한 노릇이라 눈 뜨고 보기조차 싫어진다. 인정이 어떤 줄을 다 알고 나면 소를 말이라고 하거나 콩을 팥이라고 하거나 그저 말하는 대로 머리만 끄덕이고 싶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영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티끌 세상이니 고생 바다니 하고 뇌지만,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냇물은 흘러가고 돌은 서며 새의 웃음을 꽃이 맞이하고 나무꾼 노래에 골짜기가 화답하는 줄을 모른다. 세상은 티끌이 아니요 바다도 괴로움이 아니건만, 저희가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과 괴로움으로 만들 따름이다.

<조지훈 시인 풀이>

옛날에 어떤 참선하는 중이 고승 앞에 나아가 “대체 해탈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고승이 “누가 너를 묶더냐?”하고 되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제 몸이 부질없는 공명과 이욕에 묶인 줄은 모르고 걸핏하면 더러운 세상이니 괴로운 세상이니 하며 탄식할 뿐, 말고 깨끗한 천지의 본바탕과 그 속에서 누리를 소박한 삶의 보람을 모른다. 세상이 더러운 것이 아니요 바다가 괴로운 것이 아니건만, 저희가 스스로 그 마음을 더럽히고 괴롭힐 따름이구나.


시정 사람을 사귐은 산골의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권문 세가에 굽실거림은 오막살이와 친함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이나 소 치는 아이의 노래를 들음만 못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부덕과 허물을 말하는 것은 옛사람의 착한 말씀과 아름다운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다.

<조지훈 시인 풀이>

밤낮 생각하는 것이 이익을 구하는 일에만 있는 저자 사람과 사귀는 것보다는 산중의 순박한 늙은이와 벗하는 것이 나으며, 권문 세가에 굽신거리며 들락거리느니 차라리 오막살이에 사는 가난한 사람과 친하는 것이 좋다. 거리의 뜬소문은 속되고 믿을 것이 못 되는지라 차라리 나무꾼이나 소 치는 아이의 노래를 듣는 게 낫다. 살아 있는 사람의 부덕과 그릇된 행실을 들추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니, 삼가 옛사람의 훌륭한 말씀과 행실을 이야기하며 본받으라.


생각났을 때 곧 모든 번뇌를 쉬면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을 수 있으나 만일 따로 쉴 곳을 찾으려 하면 아들 딸 다 결혼시키고 나서도 남은 일이 많으리라. 중과 도사가 좋다 하나 그 생각으로는 마음을 깨달을 수 없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제 쉬어 버리면 곧 쉴 수 있거니와 깨달을 때를 찾으면 깨닫는 때가 없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탁견이로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마음의 무거운 짐을 푸는 것이 해탈이다. 해탈하는 때와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생각났을 때 곧바로 모든 번뇌를 놓아 버리라. 만일 따로 그 짐 풀 자리를 찾다 보면 만 년 가도 목적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중이나 도사가 되면 좋으리라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희미한 생각으로는 자기의 심성을 모두 깨달을 수가 없다. 지금 곧 휴식하면 휴식할 수 있지만, 휴식할 때를 기다리면 휴식은 영원히 없으리라는 말이 옳다.


인생은 일 분을 덜 면 곧 일 분을 초탈한다. 만일 사귐을 덜면 문득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혼돈히 완전해질 것이다. 저들이 날로 덜기를 구하지 않고 날로 더함을 찾는 것은 인생을 얽매는 짓이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지 덜면 덜수록 그만큼 세상살이에서 초탈하게 된다. 사귐을 덜면 시끄러움을 면할 것이요, 말을 덜면 과실이 적어질 것이며, 생각을 덜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으며, 총명을 덜면 전일한 본성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모든 일을 덜려 하지 않고 날마다 더 늘이는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셈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섞어 맛보아 고락이 서로 연마하여 이룬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비로소 오래가며, 의심과 믿음을 서로 참작한 다음에 이룬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비로소 참된 법이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괴로움을 모르는 즐거움은 참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을 맛보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갈고 닦은 나머지 이룬 행복이야말로 참행복이라서 비로소 오래간다. 의심하여 보지 않은 믿음은 참믿음이 아니다. 의심한 나머지 믿는 것, 의혹과 신념이 서로 살펴서 이룬 지식이라야 비로소 참지식이 된다.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 잘못을 생각지 말라. 이 셋으로써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할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허물 없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남의 흉 안 보는 사람도 없다. 남의 작은 허물을 뒤져 내어 꾸짖지 말라. 감추는 일 없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남의 비밀을 폭로하기 좋아하는 것은 무슨 못된 버릇이랴. 남의 사사로운 일을 들추어내지 말라. 좋은 점이 아무 것도 없으면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다. 그 사람과 사귐을 계속하려거든 그 사람의 지난 잘못을 다시 생각지 말라. 덕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스스로 덕을 심을 뿐 아니라 소인의 해를 멀리할 수 있을 것이다.


4. 보너스 트랙 :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https://www.youtube.com/watch?v=RM2D63-EaiM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낭만적인 노래입니다.

행복한 주말 만드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곧 답이다(2019. 9. 17)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추석 명절(연휴?) 후 일상생활 복귀는 연착륙하셨는지요? 저는 로마에 나와 있으니 추석이 연휴가 아니었으니 연착륙하고 말고가 없었습니다. 그냥 매주 월요일이 힘들게 느껴지는 일상적인 월요병을 겪었을 뿐이지요. 어느덧 화요일까지 지나갔습니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이제 최고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갈 일이 없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실제는 약간 습도가 있고 아직도 더위가 좀 남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 한국의 가을도 그렇게 시원하기만 한 건 아닌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1. 커피 한 잔, 펄 시스터즈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점심 먹고. (2019. 9. 16)

월요일이기 때문인지, 한국 돌아갈 날이 가까와짐에 따라 무의식이 받는 압박감 때문인지 기분이 조금 침체된 오늘, 옆 방 친구 Shankar가 출장을 간 터라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점심식사를 한다.

혼밥을 잘 즐기는 자칭 프로혼밥러들도 있지만, 나는 혼자 밥 먹는 게 언제나 낯설다. 수다를 섞어 먹는 밥이 더 좋다. 어쩌면, 밥이 고파서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 수다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릴 적에 산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단 말은 내 본질을 전혀 모르고 뱉은 말이었던 게 틀림없다. 혼자서는 하루도 못 살 사람. 한국에 돌아가도 종종 혼자인 지방생활을 해야 하는데, 언제나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지려나.


(2019. 9. 16(2))

나와 다르게 사고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거슬린다고 울컥해서 치받는 것은 조심하자. 사람이란 게 다 자기 생긴대로 살다 가는 것이지, 내 사고와 행동방식이 무슨 유일한 옳은 길이 아니지 않은가.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도, 살다 보면 내 마음에 거슬리는 사람은 곧 잘못된 사람이라고 낙인 찍는 짓을 나는 너무도 태연히 자행하고 있지 않은가!

작년 말에 책 읽다 옮겨 놓은 구절을 다시 읽어본다.

나와 다르다고 공격하면 손해가 되어 돌아온다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 斯害也已)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무시하는 것보다 위태로운 것은 없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 이유가 있으며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 종교와 철학 등 살아온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나만이 정통이고 상대방은 이단이라는 편견과 고집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단에 대한 공격과 무시는 때로는 폭력과 협박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단'이라는 단어는 <논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논어>의 (위정)편에 보면 공자가 이단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였는지 자세히 나옵니다.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 斯害也已)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공격한다면
이것은 손해가 될 뿐이다.

나와 다른 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척한다면 결국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단에 대한 공격과 강요가 결국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색깔의 피부를 가진 수많은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과 철학,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인류에게 위해가 되지 않는 한 서로 다름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논어>의 가르침입니다. 오로지 나만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는 순간 나와 다른 모든 것들이 이단으로 여겨지고, 그 결과는 갈등과 분쟁, 폭력과 전쟁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서로 다름이 인정되는 사회, 위대한 화합을 이루어낸 세상은 우리 인류가 꿈꾸어야 할 아름다운 미래입니다. 나와 다른 관점, 종교, 사상, 철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한다면 큰 불행을 초래할 것입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남을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攻乎異端



2. San Francisco, Scott Mckenzie

 그냥 가을이면 한 번쯤 생각나서 듣는 곡을 골라 봤습니다.

 2019년 9월 17일, IFAD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후배가 선물로 주고 간 책을 읽었습니다. 역사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존 허스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 2019. 9. 17 읽은 책.

# 인쇄술이 루터를 살리고 개신교의 길을 열어 주었구나. 그리고, 정치세력의 지원도 #

중세 시대에 대부분의 사제, 주교, 대주교는 그들이 특별히 경건하거나 신앙심이 깊어서 교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교회가 가장 크고 부유한 조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갔다. 오늘날 당신이 공무원 조직이나 대기업이나 정계나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신성한 성직에 취임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흥미로운 일을 경험하기 위해, 고액의 급료를 받기 위해, 잘살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성직자가 된 것이다. 교회에는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고 주변의 친구와 친척들에게 직업을 줄 기회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부유하고, 약탈을 일삼고, 부패한 조직이 예수의 가르침과 초기 기독교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존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비천한 사람들이었지만 이제 교황과 주교들은 궁전에서 살았다. 예수는 재물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바 있으며 초기 기독교도들은 서로의 집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모든 것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회의 신성한 문서는 비평가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다이너마이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교회가 어떠헥 그토록 오랫동안 치명적인 비판을 모면했을까?

성서는 라틴어로 되어 있어서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읽을 수 있었다. 교회는 “성서를 해석할 처음이자 마지막 권한을 지닌 것은 교회뿐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교회의 가르침이나 관행을 비판하기 위해 성서를 이용하고 그래서 교회에 폐를 끼친다면, 그들은 이단으로 규정되어 화형에 쳐해졌다. 이단이란 거짓 신자들로서 자신들과 기독교 세계에 대한 위험 요소였다. 그런데 16세기 종교개혁을 통해 화형을 모면한 이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르틴 루터였다.

(중략)

루터는 어떠게 이단자로 몰려 화형당하는 것을 피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인쇄술의 발명이었다. 교회에 대한 루터의 모든 비판과 고발이 바로바로 인쇄되어 유럽 전역으로 널리 유포되었다. 인쇄술은 새로운 발명품으로, 루터가 교회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인쇄술이 발명된 지 고작 50년이 지난 후였다. 교황이 루터를 무너뜨리기 위해 조직을 꾸리기 전에 모든 사람이 이미 그의 비판 글을 읽고 있었다. 예전에 여러 차례 있었던 것처럼 한 나라 안에서 아주 소수의 추종자들만 있는 이단자가 아니었다. 루터는 아주 빠르게 국제적인 추종 세력을 확보했다.

루터가 살아남은 또 다른 이유는 독일 제후들 가운데 일부가 로마에 대한 그의 공격을 환영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계몽주의가 종교를 공격한 방법#

존 허스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프랑스 계몽주의의 위대한 업적은 백과사전을 제작한 것이다. 이 방대한 규모의 백과사전은 첫 번째 근대적인 백과사전으로 오늘날 우리가 백과사전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처럼 저명학 학자들이 작성하고 고루한 권위를 지닌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이성을 적용했으며 지식 내부에 그 어떤 계층적 분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진적인 백과사전이었다. 즉, 교회가 좋아할 듯한 신하고가 하느님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이 백과사전에서 하느님을 찾으려면 어디를 보아야 할까? D항목(하느님 Dieu)이다. ABC순 색인으로 지식을 정리했는데, 이렇게 만드는 행위가 교회와 지고의 진리를 갖추고 있다는 교회의 주장에 대한 저항이었다. 모든 지식이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어졌으며 모든 것이 동일한 시험을 받았다. 예배에 관해서 백과사전은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진정한 하느님을 숭배하는 방법은 결코 이성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은 이성의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은 교회나 왕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만 했는데, 18세기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검열제도가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노아의 방주가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지를 보면 백과사전이 어려운 영역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다. 설명은 노아의 방주가 얼마나 컸는지를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틀림없이 대단히 컸을 것이다. 유럽의 동물들을 각각 두 마리씩 수용했을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동물들도 그렇게 실어야 했다. 동물들뿐인가. 오랜 기간 방주에 머물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동물들이 먹을 사료가 필요하다. 사자들을 먹이기 위해서는 양 두 마리로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백 마리의 어린 양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주 거대한 배였음에 틀림없는데 성서에 따르면 그 배를 만든 사람은 오직 네 명뿐이다. 그들은 아주 크고 강한 사람들이었음에 틀림없다! 백과사전은 마치 성실하게 조사를 수행하는 것처럼 하면서 그 이야기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3. 나만 시작한다면, 이오공감

https://www.youtube.com/watch?v=nzFf3-H06q8


'나만 시작한다면 달라질 세상'이라는 표현에 딱 맞는 책을 읽었습니다.

  2019년 9월 18일 <시작의 기술>이라는 일종의 자기개발서를 두 번째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 머리를 띵하고 맞은 느낌이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머리가 띵하기도 하고, 아무튼 제 안에서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 구절들이 많았습니다.


시작의 기술(개리 비숍)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뭐라고 이야기할지는 전적으로 자신한테 달려 있다. 그 문제는 성가신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고, 어딘가로 데려다줄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일로 기가 죽을 수도 있고, 힘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아우렐리우스 같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외부 사건이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고 믿었다. 내 현실은 내 마음을 가지고 내가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상처 느끼기를 거부하면 상처 자체가 사라진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여기서 잠까 저 문장을 곱씹어보라.

지금 내 삶이 요 모양 요 꼴인 이유는 처한 상황이나 주변 환경 때문이 아니라 나와 나누는 자기 대화가 의욕을 꺾어놓기 때문임을 알겠는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훨씬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의 삶이 아니라 특정한 무의식적 반응이다.


이미지: 텍스트


시작의 기술(개리 비숍)

당신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는 다 같은 처지다. 남의 삶은 늘 하이라이트만 보이고, 내 삶은 늘 무대 뒤가 생각난다.

이제 잠시, 배꼽에 앉은 먼지는 그만 만지작거리고 당신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촉촉이 감성에 젖은 자기 위안을 멈추고 당신의 현실, 실제 삶에 접속하라.

이렇게 해보는 이유는 현실에 기초한 시각에서 상황을 보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삶 자체와 삶의 온갖 문제를 제대로 된 태도로 직시할 수 있다.. 주위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면, 당신보다 더한 문제를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 당신도 분명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어’라는 말은 당신이 완벽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말은 당신이 운전대를 잡고 있고, 결정권이 당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여태 잘 해오지 않았던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늘 즐겁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할 수 있다. 현실을 호도하거나 여러분의 기분을 잠시 좋게 해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여러분이 지나온 기록을 보라. 당신은 정말로 잘 해내왔다. 늘 그래왔듯이 당신은 해결할 것이다. 그때도 해냈고, 이번에도 해낼 것이다. 정말로 당신이 누구인지 기억해내라, 그리고 말하라.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4. 보너스 트랙 : 노래가 아닙니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앤드류 양의 연설입니다. 난 사람이네요. 노래가 아닌 동영상을 음악메일로 보내는 건 처음입니다. 보너스니까 그래도 괜찮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k2bFQEWxhbg&t=23s


 수요일, 한 주가 꺾이네요.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추석 특선(2019. 9. 15)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연휴 끝자락이네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해야겠죠. 휴일은 아무리 길어도 짧습니다. 로마은 최고기온이 30도 밑으로 내려간 수준인데, 어떤 날은 30도를 넘기기도 합니다. 저는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아내는 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을 합니다. 아내는 여름 속에 살고 있고 저는 가을 속에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1. One NIght in Bangkok, Murray head

걸어다니는 Wikipedia Shankar(2019. 9.13)

Shankar는 내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파푸아뉴기니와 피지에 출장을 간다. 한참동안 출장 가기 전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했다. 오늘도 시작은 먹는 얘기, 농업 얘기, 나중에는 최근 선거공약으로 나온 태국의 농산물 가격지지정책 얘기를 하다가 태국의 정치상황과 근대사 얘기로까지 튀었다. 종잡을 수 없지만 점심 시간의 이런 수다가 매우 즐겁다.

듣다 보니, 태국의 전신인 사이암 왕국의 원래 영토가 지금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일부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영역이었고, 프랑스, 영국 등의 무력 위협에 사이암 왕이 국토 전체를 빼앗기는 위험을 막기 위해 일부 할양한 땅들이 지금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의 나라가 된 것임을 알았다. 지금도 태국 왕궁에 들어가면 앙코르와트의 복제판이 있는데, 그 이유도 원래 앙코르와트가 속한 캄보디아가 태국 땅이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역사 얘기가 나오면 태국 사람들이 엄청 화를 낸다고 한다. 그리고,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는 세계 제 2차 대전 때 태국이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것.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에 공산주의 사상이 확산되는 때 라오스의 왕족들이 생존을 위해 지위를 버리고 공산주의 지도자가 된 이야기 등등. 듣다 보면, 같은 아시아권이면서도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나중에 세계 역사를 골고루 읽어 봐야지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농산물 종자, 품종보호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정 농산물 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생산자 혹은 지역 외에서는 어떤 농산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이탈리아에 있다고 한다. 자가채종한 2세대 종자에서는 발아가 되지 않게 하는 유전자변형농산물로 인해 농민들이 대규모종자업체에서 계속 종자를 구매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그 종자값이 비싸지고 그것이 농산물가격 하락 및 정부 보조금 중단과 결합해서 인도 면화 농가들의 연쇄 자살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무튼,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2. 다행이다, 이적

https://www.youtube.com/watch?v=itetd_tBTUQ


추석특선(2019. 9. 13)

퇴근 직전 보니 한참 전에 아내가 보낸 카톡이 있다. '여보 나 한국슈퍼 갔다왔는데, 지하철 고장나서 버스로 돌고돌고 오느라 엄청 힘들어쪄~~ 퇴근은 혼자 해요~' 아내가 평소에는 나 퇴근할 때 회사 근처까지 마중을 나와서 둘이 같이 걸어서 집으로 온다.

집에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아파트 Eurospin 슈퍼마켓에 가잔다. 과일 코너에 갔더니, 아내가 "감이 나왔네? 먹어 볼까?" 하길래, "아직 잘 안 익지 않았을까?"했다. "귤도 나왔네? 저건 어떨까?" 하길래, "먹어 보면 알지!"라고 답했다. 아내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른다. "쳇. 자기 안 좋아하는 감은 안 익었고, 자기 좋아하는 귤은 먹어봐야 한다고? 완전 자기 입맛대로야!" 하며 귤을 봉지에 담는다. 계란과 물을 사서 돌아왔다.

"자, 전 붙이자고. 기름 냄새가 나야 명절이지! 계란 세 개만 풀어줘요."
계란을 깨서 넣고 포크로 휘휘 젓는다. 아내는 고추를 반으로 가르고 저민고기 익한 것으로 속을 채운다.
"그냥 프라이팬에서 부쳐서 먹을까, 전기프라이팬으로 부치면서 먹을까?"
'참, 나 뭘 그걸 물어..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 나는 대답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역시 전은 부치면서 먹어야 제 맛이지! 전기프라이팬 좀 내려줘요."
'그럴 줄 알았다' 전기프라이팬을 내렸다.
"기름 좀 두르고 뎁혀지면 좀 닦아요." 누구 말씀이라고. 그대로 실행했다.
"나무젓가락 들고 전 뒤집기는 당신이 해요." 지당하신 말씀. 행신동에서도 전 부치는 건 남자들 몫이다.
"추석 특별식으로 종가집 포기김치를 샀는데 오늘 먹을까 내일 먹을까?"
"오늘 먹자."
"반만 먹을까? 무거워서 500그램만 샀어."
"그러자."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는 김치라 맛이 각별하다.
"김치 마저 다 먹을까?"
"그러자."
"순희 막걸리만 있었으면 딱인데. 무알콜맥주는 생각도 못했네."
"그러게. 딱 그게 빠졌네."

밥을 다 먹었다.
"빵 먹을래?" 아내가 묻는다.
"빵? 배 부른데.."
"추석 특별식이라고 떼르미니 역 근처 빵집서부터 양쪽 어깨에 시장바구니 매고 두 손으로 모셔들고 왔다고!"
한 개로 나눠 먹는 걸로 결론이 났다.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줄까?"
"좋지!"
"아침에 내린 게 둘이 딱 한 모금씩 할만큼 남았다구."
따르다 보니 그만큼도 안 남았다. 한 잔의 10분의 1 만큼 나왔는데 똑 끊긴다.
"자기 마셔라." 아내가 내게 넘겨준다.
"바리바리 장봐서 한 상 딱 차려 주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늙어서 장만 보고 와도 힘들다고. 설겆이랑 전 부치는 거랑 당신이 도와야 한다고!"
둘이 킥킥 웃었다.

"영화도 골라 놨다고. 엑시트. 추석은 역시 영화지."
영화를 보고 잠시 달 구경하고 들어왔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추석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화면



3. 일상으로의 초대, 신해철

https://www.youtube.com/watch?v=QTkLBhd-hQ8


분란의 소지(2019. 9. 15)

일요일 아침은 동네 까페에서 꼬르네또(크롸상)에 커피로 하자고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말을 꺼낸다. "아침 꼬르네또 먹을까?"

지중해성 기후의 특성인지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물을 못 먹어서인지 나뭇잎들이 생기가 없어 보인다 하니, 아내가 자기가 그런 상태라고 한다. 여름이 너무 길고 건조해서 힘들다 한다.

꼬르네또를 먹고 나서 동네 생태공원이 잘 있나 보러 가자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그러나, 생태공원에 들어가 잠시 걸은 뒤 햇볕이 너무 강하다며 그만 가자 한다. 나 혼자라도 더 걷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돌아섰다.

아내가 변기에 설치하는 세제를 사야 한다며 동네슈퍼에 가잔다. "세제도 내가 사 숴야 하나?" 물으니, "한국 출장 가서 몇 십만원 카드 그어도 암말 않고 있었더니 쪼잔하게!" 공격이 들어온다.

나는 그렇게 카드 사용한 기억이 없는데 뭔 소리냐고 물으려다 접는다. 사소한 일도 칼같이 선을 긋고 정리하려는 생각이 때론 그 일의 중요도에 비해 터무니없는 분란을 만들기도 한다.

집에 돌아온 뒤 아내가 휴대폰을 보며 말한다. "귀국 D-152일!" 휴대폰에 카운트다운을 해 뒀나 보다. 귀국 후 어차피 지방근무인데, 만만치 않은 월세 내며 좁은 공간에서 살 생각하니 가슴이 좀 답답해졌다.

그래봤자 몇 년이다! 점심은 라면에 종가집김치다!


이미지: 커피잔, 음료, 음식


4. 보너스 트랙 : 작은 배, 조동진

https://www.youtube.com/watch?v=-Yo4SFvAZb0


명절 뒤끝에 출근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평소 주말 끝나고 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죠. 아무튼, 어쨌든, 행복하게 새로운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명절 증후군(2019. 9. 12)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추석 명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해외 근무하면 크리스마스는 이삼일 쉬지만 한국 명절에는 쉬지 않기 때문에 명절 기분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번 주는 이래저래 나름 바쁘게 지내다 보니 목요일까지 지나갔습니다. 주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목요일 저녁을 맞습니다.

1. 미안해요, 김건모

잔흠집 많은 안경(2019. 9. 8)

"아, 안경이 잘 안 보여!" 또 그 소리다. 벌써 몇 달째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른 안경 새로 맞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톤이 좀 높았나 보다.
"짜증 내지 마. 바꿀 거라구!"
"어디 가서 하면 돼?"
"아, 안경집 가면 금방 해 줘."
"기스 많이 난 안경 쓰면 눈 상해!"

나 같으면 벌써 예전에 안경 바꿨을 텐데, 아내는 가끔 안 보인다고 혼잣말 하듯이 하면서도 계속 안경 교체를 미룬다. 어떤 때는 내가 돈을 충분히 안 갖다 줘서 그런가 하는 약간 기분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한다.감기몸살 나고 어디 아플 때 내가 병원 가라 해도 죽어도 안 가고 어지간 하면 그냥 자연치료하는 행태의 다른 버전이다.

벨기에에서 3년 살 때만 유일하게 내가 집안 통장을 관리해야 했었다. 그 이전에는 아내가 집에 돈이 없다고 하면 "내가 월급 다 갖다 주고 나는 용돈 조금 받아 쓰는데 왜 집에 돈이 없어?"라고 약간 비난조로 얘기했었는데, 막상 내가 계좌를 관리하고 보니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은 가지 수가 어찌 그리 많고 계좌는 왜 그리 간당간다안지를 목도하게 되었고, 다시는 왜 돈이 없느냐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태리에서는 한국계좌나 이태리계좌를 모두 아내가 관리한다. 한국계좌는 나는 아예 상황을 모르고, 이태리 계좌는 현재 잔액 정도만 대충 안다. 입출금의 세부사항은 아내만이 안다. 1주일에 150유로로 살림을 하는 아내나 역시 150유로로 1주일을 나는 나나 빡빡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내가 나이 먹어가는 자기 눈을 빨리 보살펴 주면 좋겠다.

손 꼭 붙잡고 안경집에 데려가야 하나..


2. Mission impossible theme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XAYhNHhxN0A


공항에서 금지된 라이터를 밀반입하는 완벽한 방법

내일부터 사흘간 IFAD의 평상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 EB)가 열린다. 개발도상국 농업농촌개발을 위한 예산사업의 승인 등 IFAD의 제반 중요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다 보니, 각 나라에 나가 있는 IFAD의 국가별 책임자(Country Director)들이 대거 로마로 돌아와 회의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Desk였는데 지금은 방글라데시 국가사무소에 나가 있는 Omer도 점심에 합류하여 세 사람이 점심을 먹으며 그야말로 수다삼매경. 정확히는 Shankar와 Omer가 삼매경에 빠지고 나는 열심히 듣고 있었다.

Shankar와 둘이 밥 먹을 때보다 업무 얘기가 더 많았고, 아시아 곳곳의 여러 나라들 사이를 날아다녔다. 북경공항에서는 얼마 전부터 흡연이 전면 금지되었다는 Shankr의 얘기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각 나라에서 흡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는 얘기들을 한참 했다. 내가 작년에 한국출장 가는 길에 푸동항을 경유하였는데 흡연실은 있지만 승객들의 라이터를 죄다 압수해서 불편했다고 하니, Omer가 자기는 그런 공항들에서도 문제없이 라이터를 밀반입(smuggle)하고 있다면 요령을 가르쳐준다. 가방 밑에 휴대폰을 놓고 휴대폰 밑에 라이터를 놓은 뒤 검색대를 통과시키면 가방내의 여러 물건 때문에 라이터가 포착이 안 된다나.

IFAD에서는 현 총재가 재작년에 부임한 이후 기존에 로마에서 근무하던 Countr Director들을 사업이 진행되는 회원국으로 내보내는 소위 분산(decentralization)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로마 본부에 있는 사람들이 각국의 특수한 사정을 잘 파악하지 않고 분산에 따라 요구되는 근무환경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한참동안 한다. 예를 들면,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력공급이 부족해서 주기적으로 단전이 되어 이틀에 한 번꼴로 몇 시간씩 사무실 전원이 나가기 때문에 비상발전기가 필요한데 안 갖춰져 있고, 인터넷 환경이 로마보다 나쁘기 때문에 망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지원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 테러 위험성이 높은데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 얘기 등등.

장난기 많은 Omer는 11월에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국 워크샵이 열리는데, 왜 서울이 아니냐며 인천에서 이태원까지 택시로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는다. 인천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전 IFAD 직원에게 인천에서 저녁시간에 재밌게 놀 곳이 있는지 물어보아야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인천에 가 본 게 삼십년이 넘었지 싶다. 인천은 어떻게 변했을까?

Omer는 한국에 대해서 자기가 가 본 나라 중 사람들과 도시가 가장 세련되었고(sophisticated), 거리가 깨끗하고 운전을 얌전하게 하며 마천루가 즐비하고 건물 앞마다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어 좋다며 유럽보다 발전된 미래형 국가라고 얘기를 한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진심 세련된 나라라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욕하는 소리 듣는 것보다는 좋긴 하다. 유럽 살다 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의외로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3. The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The Godfather theme

https://www.youtube.com/watch?v=X-jdl9hcCeg 

며느리들이 질겁할, 이태리의 정기 가족 식사(2019. 9. 9)

Omer는 부모님대에 이탈리아로 넘어온 파키스탄계 이태리인이다. 그의 부인도 이태리 사람이다. 그의 가족은 매주 일요일 부모님 집에 모여 네 시간쯤에 결치는 점심식사를 한다고 한다. 형제, 자매들과 그 배우자들 그리고 그 자식들, 가끔은 사촌의 가족들까지 일요일 날 부모님 집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토요일날은 그의 어머님이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점심이 워낙 길어서 바로 저녁식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얘기를 한다.

그의 집은 로마 남쪽, 부모님 댁은 로마의 북쪽 경계 밖으로 거리가 55km인데도 매주 모인다고 한다. 그런 풍속(?)이 이태리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태리 사람들이 가족 중심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매주 시댁에서 가족 모임을 한다고 하면 며느리들이 가만 안 있을 것 같다.



4. 화이트, 네모의 꿈


어디 감히 사무관이!(2109. 9. 12)

IFAD 집행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중 한 꾸러미가 각 나라에서 추진할 프로젝트(안)을 설명하고 토의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상정되어 회원국들이 코멘트하고 질문을 하면, 각 지역을 담당하는 Division의 Director(부서 규모로 보는 우리 정부의 국과 과의 중간 수준쯤 된다)가 1차적으로 답변을 하고,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가별 담당자(Country Director)가 세부사항에 대해 보충적인 설명을 한다.

회의의 맥락이 국내에서의 회의와 다르기는 하겠지만, 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기본적으로는 장관에게 질문을 하고 장관이 모든 답변을 해야 하는 문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 넓고 깊은 정책과 사업을 어찌 다 장관이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다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장관이 답변하기 곤란한 기술적 사항에 대해서는 차관, 1급, 국장 선까지 마이크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게 예외적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도 세부사항을 챙기고 있는 사무관에게까지 마이크를 건네 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의원들이 들으면 내가 국회모독죄를 지은 게 되겠지만.

사진은 오늘 방글라데시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 추진계획에 대해 보충 설명하는 방글라데시 담당자, 전에 한국을 담당했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참 사무관이나 서기관급 level이다. 그러나,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지녔다.


5. 노래를 찾는 사람들, 새

https://www.youtube.com/watch?v=bVFJA__ycIM


한국 동료와 일식집에(2019. 9. 12)

연초에 문을 연 일식집에 초기에 몇 번 가다가 음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발길을 끊었었는데, 감찰부서에서 일하는 한국 동료와 점심을 하기로 한 김에 오랜만에 일식집을 향하였다. 나는 초밥을 동료는 지라시(덥캅)초밥을 시켰는데, 정말 오랜만에 먹는 것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에 왔을 때보다 품질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동료가 주 초반에 제네바 출장 다녀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네바 중앙역 주변 괜찮은 호텔이 즐비한 거리에 홍등가가 길게 늘어서 있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가만 생각해 보니 20년 전쯤 내가 제네바 출장 다닐 때 보았던 바로 그 거리인 것 같았다. 심지어 거리에서 대놓고 마약도 판매하는 것 같았다고 그는 전했다.

출장 기간 중 제네바 UN 본부에 갔었는데,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맞아 자기네들이 소수민족들의 인권(human rights)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설명회도 하고 사진 전시도 하고 있는 걸 보고 보는 사람들이 UN 본부에서 왜 이걸 하나 모두들 갸우뚱하며 돌아섰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가령 아프리카 약소국에서 그런 전시회를 하겠다고 요청하면 UN 측에서 동의했겠느냐고 하며 역시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중요한 거 같다고 말한다.

안타깝지만, 아니 안타까울 것도 없이, 국제사회는 냉혹하고 국력에 따라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국가와 국민이 이리 치고 저리 치는 신세를 면하려면 스스로 힘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PS :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까많게 잊고 일식집에 다녀왔다. 직장 근처에 한식집이 없다는 건 함정.



6. 커피소년,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https://www.youtube.com/watch?v=Zt1KtUJjUrQ


<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마라? >

처세술인지 처세학인지, 어떻게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적어놓은 책들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일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너무 좌충우돌하고 직설적이어서 사람들과 부딪치는 모난 내 성격대로 사는 게 여러모로 힘겹다고 느꼈던 시기, 아마도 마흔 전후에 그런 책을 몇 권 샀던 것 같다. 내 삶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리라. 책 제목 중에는 <아부의 기술>이라는 것도 있었고 지금 내 서가에 꽃혀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나는 그런 책들을 잘 펼쳐보지 않았다. 한국 활자 한 자가 아쉬운 해외생활 탓이기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처세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개 10분지 1 정도 읽다가 덮게 되더라.

왜 그럴까? 지금 읽어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그래서 가슴에 울림이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삶의 ‘기술’에 대해 하는 얘기들은 다 어디선가 한 번은 이미 들어봤을 얘기들이기 때문이고, 그런 기술로 넘어서기에는 삶은 더 심원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나이가 사람의 숙성도를 말해 준다고는 전혀 얘기할 수 없지만, 처세술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이 어쩌면 나보다 더 삶의 경험의 깊이와 폭이 좁은 사람들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얻어낼 무엇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책 제목은 말한다,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말라’고. 그래야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반대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적을 만들지 않는다고?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불가능한 주문이다. 예수님도 공자님도 부처님도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차라리, ‘적이 생기더라도 내 편을 만들어라. 내 편을 만들려면 확실하게 만들어라.’가 현실적인 주문 아닐까 싶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7. 보너스 트랙 : 완행열차, 한영애

https://www.youtube.com/watch?v=cyo_8f6PlRo


 명절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쵸콜렛은 가나(2019. 9. 8)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로마는 아침 저녁으로 선득석득한 것이 이제 가을로 접어든 느낌이 납니다. 한국은 로마보다 더 먼저 가을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1. 저 하늘을 날아서, 변진섭


싱가폴의 연좌제를 논하다(2019. 9. 6)

말레이시아 사람인 Shankar와 점심을 먹다 보면 동남아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밥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3~4년 전에 싱가폴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혹은 비극적인 얘기를 해 주겠단다.

한 싱가폴 국적 남자가 공항에서 입국하는 한 필리핀 여자를 만나 자기 차에(택시가 아닌 자가용) 싣고 싱가폴 시내에 내려주고 돈을 받는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 차에 타는 장면 등이 CCTV에 잡힌다. 택시가 아닌 자가용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고 몇 달이 흘러갔다.

몇 달 뒤, 그 필리핀 여성이 풍속영업(매춘)을 하다 경찰에 붙잡힌다. 입국과정부터 CCTV를 확인한 경찰은 그 여성을 실어 날랐던 남자를 잡아 들인다. 불법 행위를 한 그 여성과 관련하여 돈을 벌었다는 죄목과 자가용 영업을 했다는 죄목이 붙어 벌금도 부과받고 감옥에 갇힌다.

그 남자의 부인도 외국인인 필리핀 여성이었는데, 공항에서 실어 나른 그 필리핀 여성과 아는 사이임이 밝혀진다. 홍콩 정부는 체류허가증을 취소한다. 그 부부 사이에는 어린 아이 둘이 있는 상태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며 추방당한 필리핀 여성은 체류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이의제기를 한다. 감옥에서 나온 남편은 아내의 입국을 위해 동서남북으로 뛴다. 이게 국제뉴스에 나온 이야기라 한다.

다른 사례. 나이가 많이 먹고 소득이 적어 싱가폴주택개발공사(Housing development board)의 아파트를 리스한 한 할머니가 돈이 궁해서 외국인 두 사람에게 아파트의 월세를 놓았다. 두 사람은 얼마 후 불법체류자로 체포되고, 할머니는 벌금형과 함께 주택리스를 취소당한다. 세입자가 불법체류자인지 여부를 검증할 의무가 리스 아파트를 빌린 사람에게 있는데 할머니가 검증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런 연좌제(association system?)가 있는지 몰랐다며, 한국에서도 해방 이후 40년 정도 연좌제가 시행되었는데, 주로 정치사상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데 활용되었고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결국 폐지되었다고 얘기를 하니, 연좌제 얘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얘기하다 보니, 미국도 냉전시대를 전후하여 사상범을 색출하고 새로운 사상범이 출현하는 걸 막기 연좌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되었고, 너무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연좌제가 쓰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짓지 않은 죄로 불이익을 받는 사회는, 실상 그렇게 굴러가는 사회가 적지 않고 우리도 그랬지만, 나는 별로 좋지 않은 사회라고 본다. 부친의 사상과 활동으로 인해 관직에도 기업에도 나아갈 수 없고 오로지 장사 밖에 할 수 없었던 장인 어른과 그 형제분들의 일생이 생각났던 점심시간이었다.



2. 나른한 오후, 박학기


https://www.youtube.com/watch?v=h9tiSOa3S9Q


쵸콜렛은 역시 가나쵸콜렛!(2019. 9. 8)

일요일 늦잠을 즐기는 나를 아내가 툭툭 친다, "여보 솜땀 먹고 싶다!" 한 달에 한 번 에우르(EUR)에서 열리는 태국 사람들 장날인 줄 정보가 아내에게 들어간 것이다.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Laurentina 역에서 장 서는 동네를 거쳐 가는 30번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내랑 둘이 후다다닥 달려가 버스를 집어 탄다, 기다려 준 기사분에게 "Grazie!"

오늘은 단순히 장만 서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님들 세 분이 염불을 하고 계시다. 염불에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있는 우리 부부는 솜땀, 쌀국수, 달달이 음료를 사 먹었다. 각각 5유로, 4유로, 3유로, 길거리 음식치고는 약간 비싸게 받지만, 아시아풍의 맛을 즐길 수 있느니 만족. 특히, 솜땀은 몇달 전 처음 먹었을 때보다 매력적이었다.

장선 곳 근처 까페에서 디까페인 에스프레소를 한 잔 하니, 아내가 "EATALY 갈래?" 한다. 일요일 오후에 접어들었으니 얼른 집에 가고 싶은 게 내 진실한 마음이었지만, 가을 기운 나서 선선해진 거리를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동의한다. 2km 떨어진 Piramide 역 인근의 EATALY까지 슬슬 걸어서 갔다. 로마 외곽 별로 부촌이 아닌 동네는 벽마다 스프레이 낙서가 되어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방문객에게는 그다지 편안한 동네는 아니었다.

몇 번 가 본 EATALY는 갈 때마다는 느끼는 거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재료들을 참 예쁘게 디자인하고 잘 진열해 놓았다. 계란 포장마저 색감 좋게 알록달록 쌓아놓은 모습에 참 이태리 사람들 색감, 디자인 감각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이태리야 우리처럼 쌀이 주식은 아니지만, 리조또 등으로 쌀을 소비하기는 하는데, 거의 500그램, 1kg, 2kg의 소포장이고, 심지어 깡통에 넣어서 팔기도 한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가는 우리나라도 그런 소포장 쌀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본다.

그저 구경만 하겠다고 왔다는 아내는 이것저것 구경하느라고 신이 났다. 나는? 쇼핑 갔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것처럼 심드렁하게 따라만 다닌다. 그러다가, 눈에 확 띄는 물건이 있었다. '고추맛 쵸콜렛, 바다소금맛 초콜렛, 계피맛 초콜렛', 작은 초콜렛 바 하나에 3.9유로, 우리 돈으로 5천원이 넘지만, 호기심에 질렀다.

포도주 코너에 가시 이태리의 주별로 포도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몇 십 유로 하는 포도주들이 즐비하다. 프랑스 포도주는 고급, 이태리 포도주는 저급 싸구려하는 나의 고정관념이 부서진다.

집에 와서 쵸콜렛들을 맛보았다. 고추맛 쵸콜렛은 고추맛이 안 났고(아내는 맵다 했고, 나는 밍밍하다 했다), 바다소금맛 초콜렛은 소태 맛이었다. 아무튼, 쵸콜렛은 가나쵸콜렛인 걸루 결론 냈다.

별 쓸 데 없는 짓하며 호기심에 돈 만원 이상 질러 보기도 한 한가한 일요일이 저물어 간다. 사람이 쓸모있는 짓만 하며 살 순 없다. 아니, 쓸모없는 짓 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인생 아닐까?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3. 김창완, 청춘


https://www.youtube.com/watch?v=yodXsojRrqI 


마흔아홉수

아침 출근하러 나서는 길에 인사부서에 있는 동료를 마주쳤다. 영어로 얘기하니 병명은 못 알아듣겠는데, 오른쪽 다리 혈관이 막혀 수술을 받고 얼마간 요양을 했다 한다.

엊그제는 한국 담당 Desk였던 동료가 신장결석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옆방 Shankar는 심한 탈장으로 재수술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로마에 와서 근무하는 동료들 중에 이런 저런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이 두 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이가 50대에 막 진입하는 나이거나 50대 중반 정도라는 점이다.

아홉수, 특히 마흔아홉살이 위험하다는 속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가까이 아는 사람들만 이런 게 아니고 50 전후에 다 뭔가 가볍지 않은 몸과 마음의 병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하고 얘기해서 해결될 문제라기 보다는, 인생길 가다 보면 꼭 만나야 하는 고갯길인 것 같다. 석가모니께서 인생의 네 가지 고통 생로병사에서 왜 '병'을 꼭 집어 넣었는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그런 고개가 있는 걸 인지하고, 마음 내려놓고 걸어가야겠다.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4. 넌 또다른 나, 이승철

https://www.youtube.com/watch?v=f2gMLqVra38


모든 사람이 내 고객

과장 시절부터 직원들에게 '본인이 접하는 모든 사람을 고객이라 생각하고 일합시다'라고 종종 말을 해 왔다.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하려고 해 왔다. 조선시대같은 신분사회가 이미 끝난지 오래인데, 이제 행정을 담당한 공무원이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은 아니지 않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그 댓가로 '국민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인 거다. 내 관점에서 여기서 국민은 행정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행정체계 밖의 시민들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 일하는 과정에서 접촉하는 내부의 사람들마저 고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관도 동료도 부하직원도 고객이다. 내 보고서의 수요자들이고, 내 언행의 품질에 따라 삶의 만족도와 직장생활의 기쁨과 슬픔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니, 말은 알아듣기 좋게 해야 하고 의사소통은 피로감이 적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무한 노력해야 한다.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고, 늘 생각하던 게 새벽에 눈이 떠진 오늘 다시 환기가 되어 끌적거려 본다.



5. 보너스 트랙 : 그땐 외롭지 않았어, 이치현과 벗님들

https://www.youtube.com/watch?v=divgxZqEM4w


 가을이 깊어지는 길목을 걸어가는 새로운 한 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 이 주가 추석 명절이군요. 해외에 있으니 명절인지도 깜빡하고 지냅니다. 주중에 명절이라 아버지한테 전화하는 것도 깜빡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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