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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2019. 7. 18)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한국은 금요일이네요. 로마는 목요일 밤입니다. 아직 해가 지기 전입니다. 퇴근해서 유시민 씨의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까, 아내가 집에 와서는 책 읽지 말고 음악 듣고 놀라네요.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어쨌든 책을 덮고 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1. Funny familiar forgotten feelings, Tom Jones


 오송 애청자님의 추천곡입니다. 정말 저는 생전 처음 듣는 곡입니다. 자로서는 새로운 곡을 알려 주셔서 감사하네요.

 로마에 온 후 치과에를 가지 못했는데, 어제부터 치과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가 좀 부실합니다. 게다가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마당에, 3년 넘게 치과를 못 갔으니 이빨 상태가 매우 불량합니다. 의사가 이빨 엑스레이 사진을 찍더니, 워낙 치석이 많으니 스케일링을 두 번에 나누어서 하겠다고 합니다. 오늘 왼쪽 이빨을 스케일링했습니다. 

 아내도 스케일링을 했습니다. 아내는 3년 정도 만에 치과를 간 걸 보니 그동안 우리가 참 안정되지 못한 생활을 한 것 같고, 치과치료를 받으니 자기의 깊은 속까지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난다고 말을 하네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작년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선 듯한 느낌으로 지냈고, 작년 봄에서 여름까지 그런 아슬아슬한 기분으로부터 대강은 회복을 했고, 그 다음 지금까지 1년은 조금씩 세밀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정리가 되는 시간이었지 않나 하는 평가를 아내가 합니다. 이제사 이빨까지 돌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뭐, 역사 해석도 사람들이 각자 하기 나름인데, 우리의 로마생활 2년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자기 마음 가는대로 하는 거죠. 어쨌든, 로마에 도착한 지 2년 반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야 치과에 가게 된 것이 어쩌면 아내의 말대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왔고 이제야 자리를 잡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일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해 봅니다.


2.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썰물


 시원한 파도 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 여름에 듣기 정말 좋죠.

 세상에 하고 많은 바다가 있지요.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바다 ' 하면 연상되는 게 동해바다입니다. 동해바다 중에서도 속초, 강릉 이쪽 바다죠. 이태리도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30km 정도만 나가면 이태리의 서해안 바닷가가 나옵니다. 몇 번 나가 보았지만, 동해 바다를 볼 때의 그 확 열린 시원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저의 선입견 때문에 그럴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바다는 동해 바다죠!

 8월에 휴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차도 폐차해서 없는 상태인데,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바다에 가 보자고 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아내가 바다를 더 좋아합니다. 차가 없는 상태에서 바다를 보러 가려면 움직이기 좀 난해합니다. 버스-지하철-기차 이렇게 연계해야만 30km 밖 바다에 닿을 수 있지요. 아마 저는 귀찮다고 할 공산이 큽니다. 미리 생각을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다..미리 생각해서 뭐합니까. 휴가는 비우는 건데, 머리 속에 쓸데없는 생각을 미리 채우고 있을 필요가 없죠.

 바다 얘기 하다 보니, 정말 동해 바다가 보고 싶네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가도 아마 동해 바다에 쉽게 가게 되지는 않을 거예요. 어차피 주중에 지방생활을 해야 하는데, 주말에 서울에 올라온 입장에서 동해 바다를 가려면 저로서는 큰 맘 먹어야 되니까요. 아, 하루 휴가를 내서 여유있게 다녀오면 되는 건가요?


3. 사랑한 후에, 들국화


 국제기구 파견관 자리마다 다 특성이 있겠지만, 지내 보니까 저의 경우 매우 긴급한 현안은 별로 없더라구요. 멍청하게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면벽수도한다고 몇 번 말씀드렸지만, 정말 별 일없는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거죠. 파견 보낸 입장에서야 뭔가 중요한 일을 해라, 국위를 선양해라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 오지만, 실상 국제기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파견자에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을 맡기기가 쉽겠습니까? 그래서, 아무튼 제 경우는 참 애매한 시간들을 많이 보냅니다. 그런 시간들을 누리는 게 아니라 견디면서 보낸다고 할까요. 아무튼, 모르는 사람이 보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심사가 많이 드는 자리입니다.

 어쨌든, 그런 시절도 이제 6개월여 남았네요. '적당히'라는 말이 참으로 어려운 말이라는 걸 알지만, 보니까 일하기를 무척 귀찮아하는 한량 기질의 저도 실상 마음 편한 건 적당히 일이 있을 때인 것 같더라구요. 아무튼, 지난 6월말 한국 출장이 나의 마지막 임무 수행이라 생각하고, 남은 기간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부서에서 일어나네요. 1년에 한 번씩 각 대륙 담당 부서별로 워크샵을 하는데, 원래 스리랑카에서 하기로 했던 계획이 안전상의 이유로 취소되고 대신 한국에서 개최하는 게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만, 한국에서 파견온 저는 자연스럽게 그 일에 관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하필 나냐, 왜 하필 나 근무할 때 한국이냐, 귀찮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마음을 돌려 먹기로 했습니다. 나 아니면 누가 하겠어, 그런 일이라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다행이지, 고마운 마음으로 하자고요. 제 전임자들이 아홉 분인가 그런데, 전임자들 임기중에 총재가 두 번이나 한국을 방문한 예가 없는 것 같거든요. 일 할만큼 했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절인연이 그렇게 안 되고 또 일이 생기는 것을 뭐라 하지도 오는 일을 마다하지도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런 일 도와주는 것 외에 딱히 큰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밥값 하는 거라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밥값은 하고 있나?' 라는 질문이 무서워진 마당에, 그래도 이게 밥값 하는 거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게 다행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많이 무료했던가 봅니다. 별 주제도 없이 그냥 두서없이 횡설수설하는 음악메일을 쓰고 있는 걸 보니 말이죠.


4. tombe la neige, Salvatore Adamo


 문득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이 상상되서요.

 행복한 주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냥 소소한 일상(2019. 7. 16)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한국은 비도 많이 오고 그런 모양이지요? 로마는 어제 비 한 1밀리미터 내렸습니다. 기온이 많이 높지는 않은데, 그래도 30도는 넘어 가니까, 해 있을 때 걸어다니면 좀 덥습니다.

 따로 별로 똑부러지게 재미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른 바 '그럭저럭' 그런 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1. 일기, 둘다섯


 이 노래, 분명히 음악메일로 보낸 적 없을 겁니다. 요 며칠 간의 소소한 일상을 페북에 포스팅한 걸 모아서 보여드리려고 하니까, 제 일기롤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서 이 노래를 골랐습니다.

 (2019. 7. 12(금))

 여름 휴가 때 베를린에 가기로 했다. 폭풍 검색중인 아내의 미술관, 박물관, 쇼핑, 관광지 얘기는 건성으로 들리는데, 베를린은 세계 음식을 다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말에는 귀가 번쩍 뜨인다.

음식의 다양성이란 면에서 로마는 손꼽히게 떨어지는 곳이라는 게 내 소견이다. 그 흔한 동남아식 쌀국수집 하나 쉽게 찾기 어려운 곳이 로마다. 없진 않다. 드물고, 아쩌다 알게 된 곳은 내 입맛에 맞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베를린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생각에 살짝 설렌다. 아내가 메뉴도 살펴보는 중인 것 같다. 베트남이나 태국식 쌀국수도 먹고 싶고, 처음 접하는 티벳음식 같은 것도 환영이다.

난 오늘 점심도 이걸 먹었다. 맛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노래도 너무 들으면 질리기도 하는 게 인간 아닌가? 기다려라, 베를린! 먹방 대기!


이미지: 음식


(2019. 7. 13(토))


동네 재래시장 가서 천도복숭아, 백도복숭아, 체리 좀 사서, 아파트 단지 1층 동네 까페 야외 죄석에서 디까페인 커피 한 잔. 4층에서 보는 것보다 그럴싸해 보인다.


이미지: 하늘, 구름, 나무, 실외, 자연


이태리 여름세일 시즌이라고 큰 맘 먹고 버스, 지하철 갈아타며 두 시간 넘게 걸리는 곳까지 좋은 의자 사러 갔다가 맘에 드는 물건이 없어 단념하고, 돌아오는 길에 떼르미니 역 근처 한국식당서 저녁 먹고, 배도 꺼트릴 겸 콜로세움 방향으로 걷다가 아내가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진 에코백을 사더니, 중년 아저씨도 한번 매 보라네요. 탐나네요, 그 가방. 아저씨에게도 예쁜 물건 소지를 허하라!



이미지: 김종철님 포함, 서 있음, 하늘, 실외


(2019. 7. 15(월))


옆 사무실 Shankar의 점심과 내 점심. 카프레제는 Shankar의 점심이고, 나는 변함없이 파스타와 Chickpea(병아리콩), 미트볼과 요즘 중독 기미가 있는 콜라. 음식 먹으면서 음식 이야기를 나눈다. 로마에 있으면서 병아리콩을 매우 좋아하게 되어 한국에서도 찾지 않겠느냐고 내가 얘기를 시작하니, 걸어다니는 Wikipedia인 Shankar는 한국에서 병아리콩 구입 가능성부터 요리법까지 읊기 시작한다.

밥 먹으면서 하는 잡담답게 이야기는 게릴라식으로 여기로 튀었다 저기로 튀었다 한다. Shankar 는 자기 어머니가 어릴 적에 요리해 주시던 자그만 감자의 일종(Chinese potato) 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감자가 워낙 작고 손질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예전에는 주부들이 요리를 했지만 지금 많은 음식이 상업화되는 과정에서는 효율의 원리에 따라 몇 개 대표적인 품목이 시장을 점유하면서 생산량이 적고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는 점차 식당에서 취급하지 않고 부부 모두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역시 주방에서 퇴출되는 현상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생각해 보면, 음식을 만드는 일이 가정에서 점점 외식산업의 일로 옮겨가면서 식재료나 음식의 종류나 조리법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그렇게 중심이 시장으로 옮아간 음식 만들기는 시장이 좁거나 없으면 작물이나 종자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소비 수준에서 식단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작물, 종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종다양성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슬로우푸드 운동의 요즘 동향이 궁금해졌다.




(2018. 7. 16(화))


스케일링을 한 지 3년이 넘은 듯하여 치석이 많이 낀데다가, 거의 1년전 쯤에 오른쪽 위 어금니가 밥 먹다 돌을 씹어서 깨진 상태인데, 아내의 채근에도 불구하고 치과 예약을 하기가 귀찮아서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아내도 스케일링 한 지 오래라 이빨 상태가 안 좋다면서 최근에는 자기도 스케일링도 하고 충치 점검도 해야 하니 치과를 예약하라고 언젠가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제 퇴근길에 나를 마중나온 아내는, "치과 예약 안 했지?" 참았던 얘기를 묵혀뒀다 꺼내듯 질문을 던진다. "응, 해야지.." 대답을 했다. 그렇게 대답 않으면 아내가 폭발할 임계점에 온 것이다.

영어가 통하는 치과를 IFAD 의료 서비스진에게 물어봐서 연락처를 확보해 놓은 건 지난 겨울..아무튼 치과 의원에 가기 시작하면 깨진 이빨 치료까지 진행하게 될 것 같으니까, 돈도 귀찮고 몸도 귀찮다. 아내는 이쪽 의료보험은 치과까지 포함을 하는데 한국 가면 그게 안 되고 내 시간도 내기 어려우니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기회 날 때마다 얘기한다.

귀찮지만 치료 받아야지..결국 오늘 전화해서 내일 우선 검진을 받기로 했다. 병원은 다 별로 안 좋아하지만, 치과는 게 중 꺼려지는 곳 중 하나. 뭉기적대는 건 심리적 저항이 있다는 것.

* 결국 내일(7. 17) 치과 예약을 했습니다.


오늘은 점식식사를 하러 세 명이서 갔다. 맨날 가는 식당.

Shankar, 그리고 얼굴은 몇 번 보았고 잠깐 얘기한 기억도 있지만 이름도 모르고 어느 부서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아저씨와 함께. 나를 제외한 둘이 한참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고, 나는 아일랜드 억양의 영어가 거의 안 들려 귀를 쫑긋한 상태에서 밥을 먹었다.

오만 얘기가 오갔지만 IFAD의 현재 상황과 미래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그런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얘기를 들으며 귀 쫑긋하고 밥을 먹으려니, 뭔가 서글프고 피곤하다.

둘이만 얘기하다 보니 미안한지, 아일랜드 계 아저씨가 가끔 내게 툭툭 질문을 던진다. TV에서 한국-영국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며, 한국 고등학생들이 안 됐다 싶을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거냐고 묻는다. 잘 답은 못하겠고, 한참 놀아야 할 아이들이 엄청 수험 공부에 시달려 안 됐다고만 했다.

점심 먹고 돌아오니, 대학 친구 딸내미가 갭이어를 가지며 세계를 돌아본 후 책을 쓰고 난 뒤 인터뷰한 포스팅이 올라와 있고, 전 국회의원 정두언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다. 어른들도 쉬어봐야 알 것 같다고, 쉬어보지 않아서 아이들을 재촉하는 것 같다는 고등학생의 말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정두언 씨는 나 사무관 때 총리실에 파견나갔을 때 이름을 듣고 먼 발치서 보았던 분인데, 그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입장에서, 아니 그런 것 저런 것 다 떠나서 내가 먼 발치에서나마 알던 사람이 허무하게 세상을 버렸다 하니 마음이 안 좋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타타타, 김국환

https://www.youtube.com/watch?v=fqZOF1u_rWM


 음악메일로 은근히 많이 보낸 곡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더 묘미가 있다고 느껴지는 가사입니다.

 올 초에 한국 출장 갔다가 류시화 시인이 지은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책을 사 왔습니다. 별로 두껍지도 않고, 글들이 너무 길지도 않고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입니다. 게다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할 지에 대한 시인의 내공이 느껴져서, 나름대로는 제 애장도서가 되었습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어찌 보면 인생만사 세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전하는 메시지와 똑같은 말일 것 같습니다. 오늘 퇴근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폐차 문제로 골치를 썩였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차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차를 몇 개월 더 운행을 하다가 귀국하기 전 한 삼개월 정도 남았을 시점 쯤에 차량 폐차 문제를 알아보기 시작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즈음에는 한국 돌아가는 것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 때문에 신경이 좀 더 날카로와져 있을 가능성이 큰데, 그 시점에 폐차가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스트레스를 겹으로 받아 어쩌면 제가 감당하는 데 매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거라구요. 결과적으로는 차가 미리 신호를 보내서 폐차 문제를 미리 깨끗이 해결하고, 저는 덤으로 걸어서 춮퇴근하면서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는 효과까지 보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라구요.

 그러고 보면, 정말 내게 일어나는 일이 좋은지 나쁜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인생을 돌아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제 아버지에 대한 험한 말("왜 이렇게 이사를 자주 다녀? 너희 아버지 간첩이냐?") 로 저를 격분시켜 오로지 공부로 매진하게 되고 결국 공부를 무기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인생경로를 들여다 봐도, 그 사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승찬 스님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하지 말고 가리고 택하지 말고 내 인생에 오는 일을 있는 그대로 전체로서 받아들이라고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산행, 김영동

https://www.youtube.com/watch?v=SGt3I211xdM


 참여불교라는 개념이 있는 모양이지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도 그 계열이신 것 같은데, 우연히 집에 있는 참여불교 계열의 산문집을 들고 읽어 보는데, 잘 안 읽혀서 1/4쯤 읽다가 도로 책꽂이에 꽂아 두었습니다. 책 제목이 <이 세상은 나의 사랑이며 또한 나다> 뭐 이렇습니다.

 틱낫한 스님의 책도 더러 보았었는데, 호흡과 명상에 대한 얘기들은 그냥 술술 읽었는데, 약간 길게 산문으로 쓴 내용은 집중력이 떨어져서 못 읽겠더라구요. 어떤 책은 제목이 너무 좋아서 샀는데, 정작 내용을 들여다 보다 보면 '제목이 다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마의 화요일,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이 시간에 음악메일을 보내보려 일부는 글을 긁어오고 일부는 또닥또닥 치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비록 글은 졸렬하고 너무 단순한 생활을 반영해서 내용도 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애청자님에게 소곤소곤 얘기하는 기분으로 씁니다. (지난 번에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 안 들게, 잘 받고 계시면 귀뜸이라도 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자주 답을 하는 오송 애청자님 한 분만 답을 보내셨더라구요..조금 섭섭...^^)


4. 천년학, 김수철

https://www.youtube.com/watch?v=azk-pRo5Fxw

 수요일이면 한 주가 꺾이죠. 성킁성큼 다가오는 주말을 예비하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웃어요(2019. 7. 12) 미분류


 주말을 맞아 얼마나 행복하신지요? 아니시라면...그냥 한 번 웃어 보세요. 저는 금요일 저녁이 되니 그냥 좋네요. 이 대책없는 안 회사형 인간..^^

1.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김민식


 이 노래는 정말 예전에 한 번도 음악메일로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확실하진 않죠. 음악메일을 1,000회 이상 썼으니까,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떤 편에 보냈을 수도 있지요.

 2019년 7월 12일, 한국 귀국 D-7개월을 이틀 앞둔 시점에 한국 농식품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IFAD 직위를 계속 존속시킬 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무실태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인사혁신처의 요구가 있어서, 작성하라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제 자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공무원들이 고용휴직 형태로 파견 나가는 국제기구 자리는 다 그렇게 일몰제 형식으로 운영이 됩니다.

국제기구 파견관 자리는 매년 인사혁신처의 성과평가를 받아서 다음 해 연장여부가 결정되고, 파견기간 마지막 해인 3년차에는 조금 다른 양식으로 3년간의 업무실태조사를 별도로 실시하여 해당 직위를 계속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지만, 매년도 활동실적 보고하고 그걸 또 모아서 종합정리 보고를 별도로 보고하는 게 개인적으로 성가시기는 합니다. 그래도,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국장 직위 하나가 걸린 문제니 작성자 입장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입니다. 내가 있는 자리 없애는 원흉이 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지난 2년 반, 나는 뭐했지? 생각해 봅니다. 총재 모시고 한국 두 번 다녀오고, 실무자들 모시고 한 번 더 다녀오고, 농촌경제연구원과 MOU 추진하는 데 힘 실어주고, 북한 농업 개발 관련해서 IFAD와 한국 정부 연결시켜 준다고 또 다녀오고, 뭐 그런 게 먼저 떠오르는데, 그냥 말로 하면 안 될까? 하는 뻘상상을 해 봅니닫.^^ 당연 안 되죠. 번거롭지만 티끌같은 일이라도 내가 움직인 건 다 모아모아서 보내주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제출기한까지 시간은 조금 있으니까 다음 주 내내 씨름할 일 생겼네. 국장이 국 워크샵을 한국에서 해 보겠다고 하는 것도 추가적인 일인데, 시기적으로 실태조사서에 포함시킬 일은 아니로구나..이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성질이 급해 놔서, 하루 종일 관련 서류 만드느라고 후다닥후다닥해서 오늘 퇴근 전에 일단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다음 주는 시간되는 대로 다듬어 보고 임박해서 제출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를 아는 분 중에, 제 성격이 느긋한 줄로 오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 성격 엄청 급하고 무슨 일이 있고 빨리 처리 안 되면 답답해서 못 견디는 아주 급한 성격인 게 진실입니다. 


2. 웃어요, 오석준

https://www.youtube.com/watch?v=EtNTutSmi54


 이 노래야말로 한 번도 음악메일로 보낸 적이 없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이 노래를 집어든 건, 제목이 좋아서입니다. 웃음만큼 좋은 게 세상에 없잖습니까?

 제가 금요일에는 사람이 좀 헬렐레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오늘 퇴근 후에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로마 근무기간 중 마지막 몇 달은 제발 조용히 별 일 없이 편하게 있다가 갔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는데, 11월에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국 워크샵 장소가 당초 생각했던 스리랑카가 테러 발생 후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여의치 않아서 대안을 모색하는데, 국장이 한국에서 추진하는 걸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되는 생각인데요. 아, 한국에서 행사 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나한테 이것저것 주문하는 게 많을 텐데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을 하루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퇴근해서 저녁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에이, 뭐 해 줄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해 주고, 내가 해 줄 수 없는 일이면 못 해 주는 거고, 내가 신경써 줘도 안 되는 일이면 어쩔 수 없는 거고..그냥 기꺼이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해 주지 뭐..내가 있어서 쓸모가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 아닌가?' 뭐 그런 생각 말입니다.

 해서, 그냥 상황 벌어지는 데 맞춰서, 내게 요구되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정성껏 도와주면서 남은 기간 보내자..그렇게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실상 뭐 그런 일 아니면 별로 바쁠 것도 없는 게 이곳 생활인데요, 뭐. 벽만 바라보고 수도하는 것보다 낫겠죠.


3. Bella Ciao(Iran)

https://www.youtube.com/watch?v=SNocyz1NRjA

 차도 폐차하고, 직위 연장을 위한 서류 작성도 하고, 마지막 중요 임무가 될 것 같은 워크샵 지원도 잡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마 생활을 정리해 나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차를 처리하는 문제는 귀국 전에 꼭 해결해야 하는 가장 복잡한 문제 중의 하나였는데,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되었고, 직위 연장 문제는 사실 농림부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제가 초안을 잡은 정도 수준의 자료만 해도 인사혁신처가 함부로 어떻게 못할 사안이고 하니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고, 다가올 워크샵이야 흘러가는 대로 필요한 일들을 하면 되는 거니까, 남은 기간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로마에 도착했을 무렵의 긴장감은 너무 커서 압도가 되었고, 이 노래에서 그리고 있는 어디 먼 곳으로 홀로 떠나는 빨치산처럼 막막하고 두려웠었습니다. 실상은 그런 것도 아니면서 어서 빨리 로마에 정착해서 가족들 건사하고 사무실 일도 빨리 적응해서 척척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무너져 버렸었죠.

 로마에서 얻어갈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평정심이라 해도 좋고, 사람사는 세상 다 살게 되어 있으니 너무 긴장할 필요없다는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가짐이라 해도 좋습니다. 걱정할 시간에 잠이나 자고 노는 게 인생에 훨씬 보탬 된다는 진리도 그렇구요. 그리고, 사람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도 그렇구요. 아무튼, 로마에서 은근히 적지 않은 인생 공부를 하고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곡은 적진 깊숙이 혼자 침투하기를 명받은 빨치산같은 부담감을 품었던 저 자신을 위로하는 곡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4. 초우, 패티김

https://www.youtube.com/watch?v=vO77Nw9jolk

 애청자님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진짜 여성시대가 오리라(2019. 7. 11)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TGIF!


1. 먼지가 되어, 이윤수


2019. 7. 10(수)

폐차하기로 마음 먹은 지 48일만에, 우여곡절 끝에 결국 차를 폐차하러 보냈다. 며칠 전까지 움직이기는 하던 차가, 오늘은 미션오일이 완전히 다 새었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시동을 켜도 무조건 기어가 P위치로 가고, 결국 견인줄로 차를 끌어서 수송용 트럭에 올려서 싣고 갔다.

덩치 크고 엔진 좋게 잘 태어난 차였는데, 인연이 닿지 않아 10만킬로도 못 달린 상태에서 폐차장으로 가는 차는, 마지막에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그렇게 저항하며 갔다. 나도 아내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동안 고마왔다. 부디 잘 가라..그렇게 마음 속으로 인사를 했다. 생명이나 정이 없는 무생물과도 정이 든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차에게도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다음에는 멀리, 오래 다니는 차로 태어나기를 빌어 본다.



2. 저 평등의 땅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


패아스북에서, 기자 생활하는 유영선 부장의 신입 기자 맞이에 즈음한 글을 읽다 보니, 문득 나 직장생활 시작하던 시절에 비해 세상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세상은 한 순간도 쉬임없이 변하는 게 이치일 텐데, 그런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것과 1990년대 초반 그 시절과 지금 정부조직이 본질적으로 바뀌었는지 여부는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기는 하다. 많은 모습이 달라지긴 했는데,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걸까?

1990년대 초반의 사무실은 종종 차관이나 실장 같은 분이 일해 온 게 성에 안 차면, 과장, 서기관, 사무관을 앞에 세워 놓고 "야, 이 개새끼들아. 이 경복궁 수위만도 못한 놈들, 세금 도둑놈들아!" 이렇게 쌍소리와 훈계를 섞어 시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그런 식으로 했다간 아마 본인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그 사이의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공직에 여성 진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리라. 1991년 중앙공무원교육원 연수받은 동기 243명 중에 여성이 고작 세 사람뿐이었는데, 여성이 훨씬 많아진 지가 이미 오래전 얘기고, 아무튼 9급, 7급, 5급 시험을 통해 공직에 진출하는 사람 중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아졌다. 그 여성들이 최고위급(장관)을 비롯하여 고위급 자리에 점점 더 많이 진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양질전환의 법칙에 따라 정부조직의 문화도 산출물인 정책도 진짜 변화의 물결을 맞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고위급에 남성이 대부분 포진되어 있어 조직문화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라고 보여진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여성들이 미래 정책 변화의 파도를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3. 푸른 애벌레의 꿈, 시인과 촌장


 전에 한번 읽었던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을 다시 뒤적거리다가 '배장과 파종'이라는 글을 또 만났다.
 맞아, 힘겹고 어두운 시간을 매장이라고 규정할지, 파종된 것이라고 규정할지는 본인이 정하는 게 인생이다. 얼마 전에 읽은 글귀처럼, 내가 안 된다고 인정하기 전까지는 안 되는 일은 없는 거다. 아집 부리는 것으로도 들리지만, 인생은 포기하는 순간 포기가 되는 것이다. 끝내는 건 항상 자기 자신인 거다.

매장과 파종

...다만 '매장'과 '파종'의 차이는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의 한때에 자신이 캄캄한 암흑 속에 매장되었디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어둠 속을 전력질주해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사실 그때 우리는 어둠의 층에 매장된 것이 아니라 파종된 것이다. 청각과 후각을 키우고 저 밑바닥으로 뿌리를 내려 계절이 되었을 때 꽃을 피우고 삶에 열릴 수 있도록. 세상이 자신을 매장시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을 파종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매장이 아닌 파종을 받아들인다면 불행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4. Take me home, country roads, John Denver


브러셀 근무하면서부터 인연이 깊어진 김육곤 원장님의 책 <농업가치를 아십니까>에서 '농민은 국토의 정원사(Gardener)'라는 표현을 다시 만났다.

나는 주EU 대표부 농무관으로 김원장님은 농협 EU 사무소장으로 벨기에 브러셀에서 함께 근무하던 시절에 김원장님이 독일 농업 관련 자료에서 발견한 그 표현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살아났다.

그런 표현이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쓰일까 궁금하여 Google이나 네이버를 검색해도 그런 표현을 쓴 자료들은 잘 찾아지지 않는다.

사람의 손이 한번 간 국토공간은 정글처럼 그냥 방치하면 상태가 악화된다. 농민은 기본적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토공간을 관리하는 정원사이기도 하다는 데 나도 한 표를 던진다. 업의 본질이 그런 것이다.

내가 누리는 농촌의 아름다운 경관은 농민들의 무의식적이고 비시장적인 국토관리 활동의 부산물인 것이다. 사람들마다 선호가 다르겠지만,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국토를 유지할 수도 없지만, 나는 도시와 공장으로만 가득찬 국토공간을 원치 않는다.


5. 보너스 트랙 : Bridge over troubled water, Simon & Garfunkle


https://www.youtube.com/watch?v=H_a46WJ1viA


 행복한 금요일,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PS :음악 잘 듣고 계시죠? 가끔 신호 보내 주세요. DJ가 혼자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을 때 가끔 신호가 필요합니다.^^


좋기만 한 일은 없다(2019. 7. 9)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무더위에 어찌 지내시는지요? 로마는 최고기온 32도, 33도 사이 쯤을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7, 8월에는 일을 안 하고 여름잠을 자는 게 동물의 신체리듬에 맞는 것 같습니다.


1.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커피소년


 제 기억에 차를 폐차하기로 결심한 게 지난 5월 22일이니까, 오늘로서 결심한 지 47일째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이태리어를 못한다는 기본적인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태리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폐차를 하려고 애쓰고 어제까지 아무 성과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두 개의 경로를 시도했었습니다. 전임자로부터 IFAD에서 차량에 대해 잘 안다고 들은 직원을 통하기도 하고, IFAD의 외교관 지원하는 사무실에서 지난 번에 어떤 직원이 폐차를 했다는 폐차장 웹사이트 홈페이지 정보를 받아서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폐차장 웹사이트에 있는 전화번호로 제가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은 사람이 그야말로 영어는 1도 안되는 사람이라, 주고받은 대화가 그 사람은 전화 받자마자 "Pronto!"하고, 나는 "Can you speak English?"한 뒤 그 사람이 이태리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전화를 끊은 게 전부 다였습니다.

 국장 비서분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필요서류가 뭐다, 날짜 잡기 위해 연락한다고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연락 자체가 안 된다고 합니다. 결국 포기하고, 차량 문제에 대해 잘 안다는 IFAD 직원에게 부탁을 했더니, IFAD에 출입한다는 어떤 분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 사람 영어가 되는 분이냐고 했더니, IFAD에 오래 출입했으니까 아마 될 거라고 합니다. 제가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도 영어가 1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고, 소개를 해 준 IFAD 직원하고 얘기하면 될 거라는 취지로, 짧은 영어로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소개시켜 준 사람은 영어로 소통이 될 거라 하고, 소개받은 업자(정확히 뭘 하는 사람인지도 끝까지 몰랐습니다)는 소개시켜 준 사람과 얘기하라는 이상한 상황이 길어졌습니다.

 마침 이탈리아어를 전공한 한국인 인턴 직원이 있어, 소개받은 분과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다음 주 화요일에 들어온다고 했다가, 그 전날 되면 자기는 그 날 일 안 한다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아무튼 별로 믿음이 가게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질질 끌면서 일은 아무 진전이 되지 않고 속만 타들어가는 날을 40여일 보냈습니다.

 어제 아내가 인터넷에서 로마 폐차장 정보를 뒤져서 다른 폐차장 사이트를 찾아냈습니다. 국장 비서분에게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다행히도 내일 차량을 인도하기로 약속이 잡혔습니다. 차주인 제가 서류를 제대로 갖추었는지가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일단 약속이 잡혔으니 잘 진행되고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 마디로 '속이 터져 미치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아내는 아내대로 휴대폰에 자기가 신청한 기억도 없는 서비스 요금이 부과되고 있어 잔뜩 짜증이 나 있습니다. 언어가 이태리어인지라 정확히 무슨 서비스가 언제부터 부가된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한 달에 100유로 쯤 되는 돈이 빠져 나가고 있어서, 엄청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폐차 문제로 제가 아무 것도 않고 있으니까, 아내는 (제가 듣기에) '뭘 그리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쩔쩔매고 그래? 폐차하는 사람들이 돈 버는 거니까, 전화하면 알아서 끌고 가서 처리하는 거 아닌가?' 이런 투로 얘기를 해서 초기에 제 마음이 엄청 상했었습니다.

 결국은 저나 아내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태리 땅에서 어떻게 살아내겠다고 아둥바둥 애쓰고 있는 건데, 이 노래처럼 서로 편이 되어 주어도 모자랄 판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 보면 자기 상황에만 매몰되어서 주변 사람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게도 되죠.

 차도 휴대전화 서비스도 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2. 이별의 그늘, 윤상


 제가 일부러 고른 곡이라기 보다는 앞의 넋두리글이 길어지다 보니까 유튜부가 알아서 고른 곡입니다.

 앞의 얘기를 잠깐만 이어 가자면, 사람들은 로마 사는 저희들이 부럽다고 많이 얘기를 합니다. 로마 생활이 힘들다고 얘기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속사정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 저는 솔직히 어서 한국 가서 살고 싶습니다. 너무나 답답한 서비스 시스템 때문에 아주 힘듭니다. 한국에 대해 스스로 욕을 많이 하지만, 공공행정이든 민간부문 서비스든 엄청 빠르고 서비스의 수준, 질도 매우 좋습니다.

 이젠 7개월 남짓이면 한국 돌아갑니다. 한국 돌아가면 속이 다 시원할 것 같습니다. 


3.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박미경


 로마 생활 푸념이 길었습니다. 더 길게 말씀 안 드릴게요. 로마에서 잠시 사는 제가 복 받은 것인 모르지만, 세상에 좋은 면만 있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내일 로마에 비가 온다 하니 들어 봅니다.


4, 보너스 트랙 : 애고 도솔천아, 정태춘


 오늘도 행복한 순간들 마주치는 날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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