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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구하는 인간의 삶, 왠지 슬픈 일밤 생각하게 하는 글

돈이 구하는 인간의 삶, 왠지 슬픈 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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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최이삭 기자] 바뀐 <일밤>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다. 지난 12월 6일부터 퇴근길의 아버지들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우리 아버지>, 우리 농촌의 멧돼지 피해 사정을 파헤친<헌터스> 그리고 어려움을 겪는 곳으로 찾아가 봉사하는<단비>까지.

이 세 가지 새 프로그램으로 단장한 <일밤>은 6일 첫 방송에서 8.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록 다음 주인 13일 방송에서 시청률이 0.9%포인트 떨어졌지만. 개장 초기인데도 포맷이 대체로 안정되어 있고 재미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청률은 곧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바뀐 포맷 중에 단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단비>다. <우리 아버지>는 너무나 적당해서 낡은 느낌이고, <헌터스>는 세 프로그램 중에 가장 재미있는 발상이지만 (동물 살상에 대한 논란 등은 차치하더라도) 그 발상을 제작 현실이 따라가질 못한 것같다.


반가운 <단비>가 아쉬운 이유


<단비> 역시 아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25시간을 비행하여 이름도 낯선 '잠비아'란 아프리카 국가에 우물을 만들고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조명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 우물이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을' 행복과, 좀 더 살 수 '있을'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50%만이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잠비아에선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해 질병으로 고통 받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잠비아 어린이들은 10명 중 1명꼴로 죽는다. 또 국민들의 평균 수명은 38세 정도에 고정돼 있다.


물론 이것에는 낮은 경제수준과 낙후된 의료시설, 높은 에이즈 감염률, 변덕스런 아프리카 기후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더러운 물이 만드는 비위생적인 생활환경과 건강상태도 이들의 이른 죽음과 분명 맞닿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비>의 감동은 감동스럽지만은 않다.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 목숨까지 구하는 그 선물을 전달하는 모습에서 돈이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이 느껴져 씁쓸했기 때문이다.


삶은 많은 인연과 고통의 굴레에서 태어나고 변화하는 데 반해 돈의 구제방식은 너무나 간편하다. 겨우 600만 원의 돈이 수백 명의 복잡한 인간 굴레를 바꿔놓는다는 사실이 '돈의 간편함을 차갑고 날카롭게' 느끼게 한다. 물론 이것이 누구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을 뿐이다.


깨끗한 물 먹을 수 없는 이유, 더 조명해야


▲ 한지민과 잠비아 아이들 한지민과 잠비아 아이들
ⓒ 일요일밤에

진행자들은 자기 얼굴을 한 번도 본적 없다는 아이들에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얼굴을 보여주고, 한국에서 가져간 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다.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쑤어 하루 한 끼를 먹는 여인은 우물을 파고 있는 이들에게 염소고기를 내오기도 했다.


주민들이 전혀 해보지도 맛보지도 못한 것을 문명사회의 진행자들은 너무나 손쉽게 이뤄냈다. 그 작은 노력은 주민들을 기쁘게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의 불공평한 간편함은 왠지 슬펐다. 죄책감마저 느끼게 했다.


<단비>는 아프리카의 물 부족 지역만 찾아가 우물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글로벌 나눔 캠페인'을 표방하는 <단비>의 다음 에피소드는 스리랑카의 내전으로 고통을 받은 난민 방문이라고 한다.


이 '나눔'들을 통해 <단비>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잠비아에 우물을 만들어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한 것처럼, 스리랑카에서 내전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를 지원할 수도 있고 학교를 세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갑자기 꾼 꿈같다. 이것이 그들의 불우함을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온정을 베푸는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모든 이유의 출발이 '그들은 가난하다'여선 안 될 것이다.


물론 <단비>가 우물을 만들고 온 잠비아는 2005년 기준으로 외채가 59억 달러인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그들이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부채를 탕감받는 것밖에는 없다.


스리랑카도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종교가 다른 두 민족이 벌인 26년간의 내전으로 도시와 자연과 사람들의 삶이 멍들었다. 잠비아와 스리랑카는 국제 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2009년 국가 부패지수평가에서 나란히 99위(잠비아)와 97위(스리랑카)를 차지한 나라다.


누구에게나 달콤한 <단비>가 되길


이런 상황에서 제 3의 권력인 미디어가 참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매회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방송 끝에 후원 계좌번호를 올리는 일이 최선일까. 그것도 물론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다차원적인 나눔의 인식을 말하게 될 <단비>는 좀 더 근원적인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가난하고, 불우한 삶을 사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와 다양한 해석이 따른다. 어떤 이는 그들이 불우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이는 그것이 세계화의 사슬이나 사회의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눔의 방법도 다양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과, 한 사람의 삶이 완전히 구제 받을 수 있는 방법.


왜 잠비아의 정부는 잠비아 사람들에게 우물을 만들어주지 않았는지, 내전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지, 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한지와 왜 우리는 나눠야 하는지를 고민하게하고, 끝없이 의식하게 만들 때 단비는 누구에게나 달콤한 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