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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다녀와 다시 로마(2018. 3. 18)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잘 계셨나요?

 농식품부 본부에서 해외 주재관들을 불러 줘서 회의 참석차 3월 10~17일의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한 마디로, 좋네요. 고향  혹은 친정집에 가서 포근하고 좋은 기운을 가득 담아 온 기분입니다. 2년차 로마 생활은 지난 1년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받아온 것 같습니다.

 일요일인 오늘 로마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주중에도 거의 비일 걸로 예보가 되어 있네요. 


1.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B. J. Thomas

https://www.youtube.com/watch?v=JebowNHkA_M

 비가 잘 오시는데, 오늘은 비 노래 중에서는 경쾌한 곡으로 듣고 싶습니다.

 말씀 없으신 어머니(2018. 3. 15)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 뵙고 왔다.

산소공급기와 유동식 주입튜브를 하고 눈을 감고 계신 엄마는 작년 여름에 뵀을 때보다 눈에 띄게 마르고 왜소해 보이셨다.

"엄마, 저 왔어요, 종철이."를 반복하자 눈을 떠서 나와 내 아내에게 눈길을 주셨지만, 대답은 하지 않으셨다.

아내가 부러 이런저런 얘기를 하자 계속 아내를 보다가 가끔 나를 보다가 하셨지만, 내내 맞장구를 치시는 말씀은 없었다. 어쩌다가 말씀을 하시려 시도하는 듯했지만, 알아듣기 어려웠다.

중간에 점심 먹으러 나가는데, 병동 입구까지 가서 돌아보니 우리 쪽을 빤히 보고 계셨다.

점심 먹고 들어와 행신동 본가로 가기 위해 나서며, "또 올게요." 말씀드렸지만, 주무시느라 반응이 없었다.

"오, 둘째 왔냐!" 소리도 못 해 주셨지만, 눈맞춤이라도 해 주시니 감사하다. 5월에 한국 출장 올 때까지 잔 계셔 주셔요, 엄마. 둘째 내외가 다녀간 건 아시는 거죠?


2. Hotel California, Eagles.

https://www.youtube.com/watch?v=EqPtz5qN7HM

오늘은 비가 오니 왠지 더 경쾌한 곡들이 듣고 싶습니다.

콜밴택시가 웬 말이냐구!(2018. 3. 15)

내일 인천공항행 콜밴택시를 불렀습니다. 렌즈 맞추러 간 아내와 상의없는 단독범행입니다. 틀림없이 내 돈 쓰면서 한소리 들을 거라면서 장인 어른과 키득키득했슴다.

아니나 달러? 아들내미한테 혼날 거란 소리까지 하며, 그 돈 아껴 공항에서 점심도 먹고 아이스아메리카노도 사 먹지, 그게 웬 낭비냐며 바부탱이라며 잔소리가 늘어지고 꼬집기까지 합니다. 내 출장비 받아서 내가 쓰는 거니 그만 하라 해도, 아들 용돈 주고 공항 택시 타면 아깝지 않냐고 계속 지청구입니다. 장모님이랑 둘이 모닝 몰고 공항버스 정류장 가는 길을 두 번이나 미리 답사했는데, 쉽게 갈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낭비하냐고 합니다.

공항버스 타면 둘이 삼만원, 콜밴 타면 7만원. 제 계산은, 4만원 더 써서 얻는 아침 시간의 여유와 편안한 이동, 칠순 되신 장모님의 운전 부담 없애는 것 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있는 소비입니다.

택시는 아홉시에 와도 여유있게 공항에 도착하고, 버스는 일곱시 반에는 집을 나서야 합니다.

남녀의 차이일까요? 친구분들은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하십니까?


3. 벌써 일 년, 브라운 아이즈

https://www.youtube.com/watch?v=7mJLmpuxzaQ

로마 아파트 입주 1년(2018. 3. 18)

작년 오늘, 한 달간의 B&B 생활을 끝내고 아파트로 입주해 들어온 날이다.

이삿짐은 배편으로 이탈리아로 오는 중이었고, 우리 가족은 이민가방 세 개 달랑 들고 로마 외곽의 이 아파트로 들어왔다.

명수는 캠브리지에서 공부중인 친구 만나러 가 있었고, 이틀 뒤면 우리 집으로 친구와 함께 오는 상황. 네 명이 되면 밥먹을 그릇도, 물 마실 잔도, 덮고 잘 이불도 부족한 상태였는지라, 쇼핑이 급한 상황이었지. 차도 없이 어렵사리(!) 택시를 불러 IKEA에 가서 소꿉장난감 같은 간이한 부엌살림 도구를 잔뜩 사서 돌아오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참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다 헤치고 1년간 살아남았다. 다음 1년은 이렇게 안착된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먹고 지내야겠다.

한국 다녀왔더니, 기분이 많이 안정이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올 여유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직장에서 한솥밥 먹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어찌나 마음이 포근한지. 27년 세월이 보통 시간은 아니잖은가?

지난 1월 새로 이사한 돈암동 아파트는, 엄밀하게 말하면 그리 부유하지 않은 산동네 개념이지만, 아들내미 명수 학교가 걸어서 15분이면 닿고, 종로나 광화문도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는 곳이니, 나로서는 만족이다. 반듯반듯한 강남이 늘 어색하고 조금 옹색한 골목길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강북이 더 편한 나로서는, '아 내가 강북 사람이었지'하는 느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해 주는 동네로 이사한 거다.

이번 한국 출장 최대의 성과는 내가 비록 여기서는 혼자인 듯 느끼며 쩔쩔매고 있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100% 확신하고 돌아왔다는 것.

좋다. 오늘 로마는 비가 오고 있는데,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편안한 일요일을 보내야겠다.
 

4. 보너스 트랙 : over the Rainbow - Israel "IZ" Kamakawiwoʻole

https://www.youtube.com/watch?v=V1bFr2SWP1I

 행복한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덧글

  • 여울 2018/03/19 00:29 # 삭제

    땡칠님 글 너무 잘 읽고있습니다. 문체도 깔끔하고 글도 재미있어요. 복잡하고 의미없는 삶에 힘이됩니다
  • 땡칠 2018/03/19 05:30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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