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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그래서(2018. 7. 9)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1. 신청곡

좋은 나라, 시인과 촌장

https://www.youtube.com/watch?v=G1JaYSRFjjQ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저도 시인과 촌장의 곡들을 좋아하는데, 이 곡은 상대적으로 많이 안 들었던 편이고, 음악메일로 보낸 적도 아마 없었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좋은 나라"라는 제목과 달리 좀 슬픈 곡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가사 중에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라는 부분에 꽂혀서 그럴까요?  

 아래 두 곡은 김천(?)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두 노래 다 슬픈 노래네요.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거야"는 저도 종종 들어 온 노래지만 그런 잘 지켜지지 않을 다짐을 하는 내용이 더 슬프고,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다시 이제부터" 곡은 사랑이든 뭐든 뭔가가 끝나 어디 마음 둘 곳 없어도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마음으로 걸어가야겠다는 얘기인 것 같으면서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읽혀서 슬프네요.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노래는 기쁨을 표현하는 데보다는 슬픔을 표현하고 승화하는 데 더 적합한 양식인 지 모를 일입니다. 전인권의 "다시 이제부터"는 가사와 전인권 씨의 창법이 어우러져서 사랑이 끝난 뒤의 망연자실함을 전율을 느낄만큼 강력하게 전달해 주는 곡으로 느껴집니다.

 슬픈 노래는 부르지 않을 거야, 조덕배



  다시 이제부터, 전인권



2. 나른한 오후, 박학기


 맘에 차지 않는 파스타를 후딱 먹고 커피 한 모금에 담배도 후딱 피우고 올라 온 사무실, 나른한 점심시간입니다. 사실은, 오전부터 몸인지 마음인지 기운이 없고 맥이 축 풀리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 내내 집에서 쉬었으니 몸이 피곤한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이 귀찮음과 늘어짐의 정체를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자꾸 들추어 보는(반추) 건 정신건강상 좋지 않은, 아니 나쁜 행동이라고 하는데요. 그럴려고 해서가 아니라, 문득 나를 돌아보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네요. 가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유튜브로 보곤 하는데, 어떤 젊은이와 법륜 스님의 질문 답변하는 모습을 보다가 내 인생에 대해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내 인생의 첫 단추를 스스로 잘못 끼운 것 아니었던가?' 하는 의문이지요.

 즉문즉설 속 질문하는 젊은이는 IMF 구제금융 시기에 사업이 부도난 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생인 자기를 앉혀 놓고 부도난 어음을 보여주며 "우리 집안은 망했다. 네가 의사가 되어 가문을 일으켜야 한다." 이런 말을 하고, 자기는 집안을 일으키는 길이 공부 밖에 없겠다고 생각하서 고등학교도 전액 장학금에 기숙사비까지 지원되는 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집에서는 공부에 필요한 책도 제대로 못 구해줘서 선생님이나 선배에게 책을 얻어서 어렵사리 공부를 하고, 수능을 쳤는데 나름대로 '인서울' 대학교에 갈 수 있는 점수를 얻었는데 의대는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도저히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음에도 아버지는 크게 실망을 해서 매일 술만 마시다가 간경화로 돌아가시고, 자기는 회사에도 취직했다가 나이 서른인데 지금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법륜스님이 수없이 많은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을 보면 대개 부드럽고 둥글둥글하게 답을 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질문자에 대한 답을 해 주는 모습은 많이 못 마땅해하는 모습으로 꾸지람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하는 걸로 봐서 자기(질문자)도 아버지처럼 살다 죽을 것 같다."는 어찌 보면 저주 담긴 예언을 하듯이 답을 시작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 생각이 아버지 카르마의 영향을 받아 크게 다르지 않고, 살다 보면, 일을 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실패하면 끝장이다 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그 직업을 통해 다른 이들을 어떻게 도움을 주겠다라는 생각이 없고 직업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관점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런 얘기가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택했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스쳐 갔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듯이, 국민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이 함부로 내던진 "왜 이렇게 이사를 자주 다녀? 너희 아버지 간첩이냐?"라는 말 한 마디에 분노해서, 나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가문을 일으킨다'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런 생각으로 공부를 하고 결국 공무원까지 이어진 선택에는, '나는 내 직업을 통해 이 사회에,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하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공부하고 내가 공무원을 직업으로 택한 동기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갑옷을 두르기 위한 행위였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생각인 든 겁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근무 부처를 결정할 때에는 사회의 어느 집단을 위해 일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서 결정을 했지만, 더 근본적인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제 기억상 정말 진지한 고민 없이 결정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 공무원 생활이 은근히 순탄치 못했던 근본적 배경이 그런 고민이 없이 직업을 택한 데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무원 생활 27년을 넘긴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낭패스럽다는 느낌은 드는데, 그래도 '지금이라도 그런 걸 깨달았다니 다행''이라 생각하는 게 낫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

 법륜 스님이 팔자니 운명이니 타령하는 걸 마뜩잖게 여기시던데, 저는 어쩌면 사람마다 그런 피해가지 못할 흐름같은 게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저도 어떤 인연이 있어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얻은 것이고, 그 인연을 좀더 좋은 쪽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게 직장 생활을 해 왔는데,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나마 그 인연을 좋은 인연이 되도록 마무리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3. 비도 오고 그래서, 헤이즈


 김천의 다른 애청자님이 추천해 주신 곡입니다. 로마는 연일 비 한 방울 없이 불볕더위인데, 한국은 연일 비가 내린다구요. 저는 처음 듣는 곡인데요, 비 올 때의 감성에 잘 맞는 노래 같습니다.

 기후와 날씨는 사람들 삶의 여러 가지 조건에 영향을 미쳐 국가간, 민족간 정서적인 차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사막형 기후 속에 사는 사람들의 감성과 비가 자주 오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감성은 같을 수가 없듯이요.

 비는 곧 물이라, 저는 비가 적당히 오는(우리나라는 가끔 장마나 태풍 등으로 과하게 올 때도 있지만) 지역에 태어난 사람들이 복 받은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이 덜 들고, 동식물들이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도 덕분에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선곡을 할 때, 비가 오면 비 노래를 많이 고르게 되는데, 로마에서는 그럴 일이 적네요. 맨날 "쨍하고 해뜰 날"만 틀면 재미가 없는 건데요.^^;


4. 보너스 트랙 : 빗물, 채은옥


 한국의 비 소식에 맞춰 틀어 봅니다.

 비 무사히 지나 보내시고, 행복한 새 날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