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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의 꿈(2018. 7. 9-2)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저녁을 먹고 다시 음악을 들으며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로마는 저녁 9시가 되어도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고 풀벌레 소리가 드높습니다. 어제 저녁에 가만 보니까 저녁 아홉시 무렵까지는 새 소리며 매미 소리며 한참 시끄럽게 나다가 아홉시 조금 넘어서는 거짓말처럼 조용해지더라구요. 자기들도 잠자리에 드는 것인지, 아무튼 이들도 떠들 시간과 조용할 시간을 정해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1. The Boxer, Simon & Garfunkel

https://www.youtube.com/watch?v=l3LFML_pxlY

 수원 애청자님의 신청곡입니다. 한 마디로, Simon & Garfunkle의 곡들은 대부분 아름답고 평화롭고 마음에 편안함을 안겨 줍니다만, 제 음악메일에서는 거의 보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주로 보내는 곡들은 70, 80을 중심으로 한 가요이고, 팝송을 보낸다고 하면 보내는 목록이 거의 일정한 범위 내에 있어서, 혼자 선곡을 하다 보면 그 선을 잘 안 넘게 되지요. 사실, 음악메일을 보내면서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Youtube를 연결해서 음악을 들으시는 지 알 길은 없지만, 제가 보내는 곡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법 중 제 스스로 노래를 확장하는 것보다 어쩌면 신청곡을 보내시는 편이 더 빠를 지 모릅니다.^^

 며칠 있으면 IFAD에 파견 온 지 17개월이 되고, 8월 중순이면 1년 반이 됩니다. 이 곳에 와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가능하겠지만, 아주 톡 까놓고 얘기해서, 제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난 뭐지? 여기서 난 뭐하는 사람이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제 셜명 능력으로는 100년을 설명해도 하기 어려운데요. 임무가 그저 밖에서 주어진다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의 임무를 정의(define)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이십 몇 년간 '주어지는' 일을 하며 살았던 사람으로서, 자기의 정체성을 자기가 정하고 자기 임무도 자기가 정하고 뭐라도 하려고 하면 자기가 알아서 끌고 나가야 하는 자리에 처하는 게 단순한 변화는 아닙니다.얘기하면 할수록 징징거리는 소리가 되니 길게 말씀드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금 징징거리면 '좋은 자리에 가 앉아 있으면서 우는 소리 한다.'는 평가를 받기 쉽지요. 시간이 갈수록 '적응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사는 것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 가다가 한국으로 복귀하게 될 거라는 아내의 예상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지내는 수 밖에 없겠지요. 사실 딱 한 가지만 해결되면 사무실 생활, 나아가 로마 생활의 질이 확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저랑 마음이 통할 만한 비슷한 한국인 친구 딱 한 명만 IFAD에 있어도 훨씬 나을 겁니다. 벨기에에서 대사관 생활을 할 때도(물론 그 때는 기본적으로 한국인 직원분들과 근무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아주 절친하게 지내는 분이 한 분 있어서 출퇴근도 카풀로 같이 하고, 퇴근길에 참새방앗간(호프집)에도 함께 가고, 서로 사무실을 오가고 집을 오가면서 지내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이 되어서 생활이 참 윤택하게 느껴지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없다면 그런 상상을 집어 치우고 혼자서도 잘 사는 법을 찾아야 하는데, 1년 반이 가까와지는 지금도 그저 외롭다는 느낌을 늘 품고 사는 사무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대로 '면벽수도' 아직 1년 반여를 더 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 사이에 도통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2. 친구, 안재욱

https://www.youtube.com/watch?v=KTO6aBqUwpc
 
 얘기하다 보니, 한국의 친구들 생각이 나네요. 친구라는 것도 범주가 다양한 건데, 안재욱의 이 노래는 친구라는 말의 원래 뜻처럼 '오래된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지요. 얼마나 오래되어야 오래된 것인지도 정의하기 나름인 건데, 이 노래에 맞는 친구들은 속된 말로 '불알 친구' 정도로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간과 농도를 가진 관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나이를 먹다 보면 모호함이 생겨 납니다. 이제 나이 오십을 넘고 직장 생활이 삼십년 가까이 되어 가는 지금쯤 보면,직장에서 함께 한 시간이 내 생애의 반을 넘어가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 친밀하게 지낸 사람들이 친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에이, 이렇게 저렇게 따지고 있다 보면 결국은 직관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저의 습관으로 돌아갑니다. 나에게 친구란? 지금 떠오르는 얼굴들, 이름들입니다. 적지 않습니다. 옛 말에 엄청나게 진실한 우정을 나누는 진짜 친구는 한 명을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을 하지만, 좋은 관계로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은 제가 볼 때는 친구입니다. 

 아무튼, 깊어가는 로마의 월요일 밤에,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음악메일 메일링 리스트에도 적지 않은 친구들의 주소가 포함되어 있지요.


3.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예민

https://www.youtube.com/watch?v=hin_rIgiuUM

 왠지 첫 풋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화면도 황순원의 <소나기>편 TV 문학관에서 따온 것이라 하네요.

 앞에서 너무 길게 떠들어서, 조용히 곡만 올립니다.


4. 보너스 트랙 : 네모의 꿈, 화이트(유영선)

https://www.youtube.com/watch?v=r4BgjyPTzLk

 둥글둥글 살고 싶은데, 참 네모나고 뾰족한 게 내 모습이란 걸 매일 확인하며 지나갑니다.  

 하루에 음악 메일을 두 편 썼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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