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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엔(2019. 1. 30)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서울은 1월의 마지막 날 새벽이군요. 로마는 오후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저녁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라고 느끼기에는 왠지 차갑고, 몸이 으실으실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겨울비네요. 


1. 비가 오는 날엔, 비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W44PYtzjrZE

 어제는 별 이유도 없이,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오늘 비가 내리니 괜스레 다른 날보다 더 추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이 오락가락 하는 게 더 변화막측한 것 같습니다.

 점심을 늘상 같이 먹는 옆 방 동료가 출장을 갔는지, 이번 주에 사무실에서 보이지 않네요. 월요일 날은, 구내식당(까페테리아)에서 파스타나 먹고 있기가 싫어서 한국인 인턴 직원들과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었고, 화요일 날은 혼자 구내식당에서 그다지 즐기지 않는 닭고기를 카레소스로 요리한 음식을 먹었습니다. 오늘도 점심시간 되어갈 무렵에,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기는 싫은 생각이 들고, 비도 오고 하는데 콩나물국밥 같은 따끈한 국물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실현불가능한 생각을 하다가, 에라 쌀밥에다가 noodle soup with seafood(제 기준으로 볼 때는 해물라면?)이나 먹자하고 혼자 중국 식당에 갔습니다. 2년 가까운 세월동안 다닌 중국집 음식이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없어집니다. 오늘은 볶음밥이 어찌나 맛이 없던지, 대안도 딱히 없고 참 그렇다..는 생각을 하며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런 사정을 얘기한 것도 아닌데, 저녁 때 아내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시래기로 된장국을 끓여 주겠다고 합니다. 거기에 낙지젓갈까지. 점심 때 먹은 음식들보다 백 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뭐, 한국 음식의 맛에 길들여진 것이라 얘기하겠지만, 생각해 보면, 한국은 음식의 종류도 참 다양하고 맛도 좋아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3월말에 한국 출장 가면 또 뭔가 한국적인 식재료나 음식을 공수해 와야 할 것 같습니다.


2. 비의 나그네, 이장희

https://www.youtube.com/watch?v=lXmJH4lkgxA

 "비의 나그네"는 대개 송창식 아저씨가 부르는 곡으로 많이 들었었는데, 언젠가 들어본 이장희 씨의 목소리로 부른 곡으로 들어 봅니다. 정확하게는 이 노래를 누가 먼저 부른 것인지를 제가 모릅니다만, 어쩌면 이장희 씨가 부른 게 원곡일는 지도 모르겠네요. 송창식 씨 노래가 좀 더 씩씩하고 이장희 씨가 힘 다 빼고 부르는 것도 무척 매력이 있네요. 그런데, 목소리가 주는 느낌은 이장희 씨가 젊을 때 부른 게 아니라 나이를 상당히 먹은 뒤에 부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노래 제목도 가사 내용도 참 시적이라고 생각하는 곡입니다. 밤비 오는 소리와 함께 왔다가 밤비 그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님, 실은 그렇게라도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그런 님을 그리고 부르는 소리가 시적이고 낭만적입니다.

 로마의 밤비 사이로도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 다녀가고 있지 않을까요.


3. 겨울비는 내리고, 김범룡

https://www.youtube.com/watch?v=U9-A2R8Nup4

 이 곡도 이제는 참 옛날 노래가 되어 버렸네요. 1980년대 중반,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엄청 인기가 많았지요. 제가 스무 살 안팎의 나이일 때 나온 이 노래. 저나 친구들이나 미팅이나 소개팅, 좀 더 발전하면 연애질도 많이 하던 나이대인지라 자연히 헤어지는 일도 흔한 일이었지요. 그럴 때 이런 구질딱스러운 이별의 감정을 노래한 곡들이 희안하게도 위안이 되었죠. 헤어져서 마음 아플 때, 디스코장에 가서 방방 뛰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늘어져가는 테이프로 이런 청승맞은 노래를 들으며 뻗어있는 놈들도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어느 게 더 우월한 방법인지, 혹은 올바른 방법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청승맞은 기분일 때는 잠시 청승 떠는 것도 방법이었던 것 같긴 해요.

 비가 기쁨이나 환희의 상징으로 쓰이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김현정 씨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에서와 같이 봄비가 간혹 그렇게 쓰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는 우수와 슬픔을 담는 그릇으로 쓰이는 듯해요. 사실 다 인간이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을 뿐일 테죠. 

 지금 로마에 내리는 비는, 뭐랄까, 그런 청승맞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 아니고, 어쩌면 겨울과 봄을 가르는 경계선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겨울비도 봄비도 아닌, 어정쩡한 기회주의자 같은 비네요. 그 비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요. 아무튼, 로마는 두 주 안에 벚꽃 소식이 온다에 오백원 걸겠습니다.


4. 보너스 트랙 :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B. J. Thomas

https://www.youtube.com/watch?v=JebowNHkA_M

제가 아는 비 노래 중에 제일 경쾌한 곡(어쩌면 최백호 아저씨의 "뛰어"가 더 그럴 수도 있겠네요.)입니다.

어느새 목요일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덧글

  • 꾸에뚜뚜 2019/01/31 13:55 #

    비오는 날 미술학원에서 듣던, 진행자가 조근조근 한 곡씩 설명해주던 라디오 프로그램 같아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짤막하게나마 매일 한 곡씩 음악밸에 올릴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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