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토로그


쵸콜렛은 가나(2019. 9. 8)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로마는 아침 저녁으로 선득석득한 것이 이제 가을로 접어든 느낌이 납니다. 한국은 로마보다 더 먼저 가을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1. 저 하늘을 날아서, 변진섭


싱가폴의 연좌제를 논하다(2019. 9. 6)

말레이시아 사람인 Shankar와 점심을 먹다 보면 동남아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밥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3~4년 전에 싱가폴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혹은 비극적인 얘기를 해 주겠단다.

한 싱가폴 국적 남자가 공항에서 입국하는 한 필리핀 여자를 만나 자기 차에(택시가 아닌 자가용) 싣고 싱가폴 시내에 내려주고 돈을 받는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 차에 타는 장면 등이 CCTV에 잡힌다. 택시가 아닌 자가용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고 몇 달이 흘러갔다.

몇 달 뒤, 그 필리핀 여성이 풍속영업(매춘)을 하다 경찰에 붙잡힌다. 입국과정부터 CCTV를 확인한 경찰은 그 여성을 실어 날랐던 남자를 잡아 들인다. 불법 행위를 한 그 여성과 관련하여 돈을 벌었다는 죄목과 자가용 영업을 했다는 죄목이 붙어 벌금도 부과받고 감옥에 갇힌다.

그 남자의 부인도 외국인인 필리핀 여성이었는데, 공항에서 실어 나른 그 필리핀 여성과 아는 사이임이 밝혀진다. 홍콩 정부는 체류허가증을 취소한다. 그 부부 사이에는 어린 아이 둘이 있는 상태다.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며 추방당한 필리핀 여성은 체류허가 취소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이의제기를 한다. 감옥에서 나온 남편은 아내의 입국을 위해 동서남북으로 뛴다. 이게 국제뉴스에 나온 이야기라 한다.

다른 사례. 나이가 많이 먹고 소득이 적어 싱가폴주택개발공사(Housing development board)의 아파트를 리스한 한 할머니가 돈이 궁해서 외국인 두 사람에게 아파트의 월세를 놓았다. 두 사람은 얼마 후 불법체류자로 체포되고, 할머니는 벌금형과 함께 주택리스를 취소당한다. 세입자가 불법체류자인지 여부를 검증할 의무가 리스 아파트를 빌린 사람에게 있는데 할머니가 검증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런 연좌제(association system?)가 있는지 몰랐다며, 한국에서도 해방 이후 40년 정도 연좌제가 시행되었는데, 주로 정치사상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데 활용되었고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결국 폐지되었다고 얘기를 하니, 연좌제 얘기가 사방으로 튀었다.

얘기하다 보니, 미국도 냉전시대를 전후하여 사상범을 색출하고 새로운 사상범이 출현하는 걸 막기 연좌제가 광범위하게 시행되었고, 너무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연좌제가 쓰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짓지 않은 죄로 불이익을 받는 사회는, 실상 그렇게 굴러가는 사회가 적지 않고 우리도 그랬지만, 나는 별로 좋지 않은 사회라고 본다. 부친의 사상과 활동으로 인해 관직에도 기업에도 나아갈 수 없고 오로지 장사 밖에 할 수 없었던 장인 어른과 그 형제분들의 일생이 생각났던 점심시간이었다.



2. 나른한 오후, 박학기


https://www.youtube.com/watch?v=h9tiSOa3S9Q


쵸콜렛은 역시 가나쵸콜렛!(2019. 9. 8)

일요일 늦잠을 즐기는 나를 아내가 툭툭 친다, "여보 솜땀 먹고 싶다!" 한 달에 한 번 에우르(EUR)에서 열리는 태국 사람들 장날인 줄 정보가 아내에게 들어간 것이다.

걸어 나가 버스를 타고 Laurentina 역에서 장 서는 동네를 거쳐 가는 30번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내랑 둘이 후다다닥 달려가 버스를 집어 탄다, 기다려 준 기사분에게 "Grazie!"

오늘은 단순히 장만 서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님들 세 분이 염불을 하고 계시다. 염불에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있는 우리 부부는 솜땀, 쌀국수, 달달이 음료를 사 먹었다. 각각 5유로, 4유로, 3유로, 길거리 음식치고는 약간 비싸게 받지만, 아시아풍의 맛을 즐길 수 있느니 만족. 특히, 솜땀은 몇달 전 처음 먹었을 때보다 매력적이었다.

장선 곳 근처 까페에서 디까페인 에스프레소를 한 잔 하니, 아내가 "EATALY 갈래?" 한다. 일요일 오후에 접어들었으니 얼른 집에 가고 싶은 게 내 진실한 마음이었지만, 가을 기운 나서 선선해진 거리를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동의한다. 2km 떨어진 Piramide 역 인근의 EATALY까지 슬슬 걸어서 갔다. 로마 외곽 별로 부촌이 아닌 동네는 벽마다 스프레이 낙서가 되어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방문객에게는 그다지 편안한 동네는 아니었다.

몇 번 가 본 EATALY는 갈 때마다는 느끼는 거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재료들을 참 예쁘게 디자인하고 잘 진열해 놓았다. 계란 포장마저 색감 좋게 알록달록 쌓아놓은 모습에 참 이태리 사람들 색감, 디자인 감각 좋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이태리야 우리처럼 쌀이 주식은 아니지만, 리조또 등으로 쌀을 소비하기는 하는데, 거의 500그램, 1kg, 2kg의 소포장이고, 심지어 깡통에 넣어서 팔기도 한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가는 우리나라도 그런 소포장 쌀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본다.

그저 구경만 하겠다고 왔다는 아내는 이것저것 구경하느라고 신이 났다. 나는? 쇼핑 갔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것처럼 심드렁하게 따라만 다닌다. 그러다가, 눈에 확 띄는 물건이 있었다. '고추맛 쵸콜렛, 바다소금맛 초콜렛, 계피맛 초콜렛', 작은 초콜렛 바 하나에 3.9유로, 우리 돈으로 5천원이 넘지만, 호기심에 질렀다.

포도주 코너에 가시 이태리의 주별로 포도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몇 십 유로 하는 포도주들이 즐비하다. 프랑스 포도주는 고급, 이태리 포도주는 저급 싸구려하는 나의 고정관념이 부서진다.

집에 와서 쵸콜렛들을 맛보았다. 고추맛 쵸콜렛은 고추맛이 안 났고(아내는 맵다 했고, 나는 밍밍하다 했다), 바다소금맛 초콜렛은 소태 맛이었다. 아무튼, 쵸콜렛은 가나쵸콜렛인 걸루 결론 냈다.

별 쓸 데 없는 짓하며 호기심에 돈 만원 이상 질러 보기도 한 한가한 일요일이 저물어 간다. 사람이 쓸모있는 짓만 하며 살 순 없다. 아니, 쓸모없는 짓 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인생 아닐까?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3. 김창완, 청춘


https://www.youtube.com/watch?v=yodXsojRrqI 


마흔아홉수

아침 출근하러 나서는 길에 인사부서에 있는 동료를 마주쳤다. 영어로 얘기하니 병명은 못 알아듣겠는데, 오른쪽 다리 혈관이 막혀 수술을 받고 얼마간 요양을 했다 한다.

엊그제는 한국 담당 Desk였던 동료가 신장결석 제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옆방 Shankar는 심한 탈장으로 재수술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 로마에 와서 근무하는 동료들 중에 이런 저런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이 두 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나이가 50대에 막 진입하는 나이거나 50대 중반 정도라는 점이다.

아홉수, 특히 마흔아홉살이 위험하다는 속설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가 가까이 아는 사람들만 이런 게 아니고 50 전후에 다 뭔가 가볍지 않은 몸과 마음의 병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하고 얘기해서 해결될 문제라기 보다는, 인생길 가다 보면 꼭 만나야 하는 고갯길인 것 같다. 석가모니께서 인생의 네 가지 고통 생로병사에서 왜 '병'을 꼭 집어 넣었는지 끄덕거려지기도 한다.

그런 고개가 있는 걸 인지하고, 마음 내려놓고 걸어가야겠다.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4. 넌 또다른 나, 이승철

https://www.youtube.com/watch?v=f2gMLqVra38


모든 사람이 내 고객

과장 시절부터 직원들에게 '본인이 접하는 모든 사람을 고객이라 생각하고 일합시다'라고 종종 말을 해 왔다.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하려고 해 왔다. 조선시대같은 신분사회가 이미 끝난지 오래인데, 이제 행정을 담당한 공무원이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서 백성을 기르는 '목민관'은 아니지 않은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그 댓가로 '국민에 대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인 거다. 내 관점에서 여기서 국민은 행정서비스를 직접 제공받는 행정체계 밖의 시민들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 일하는 과정에서 접촉하는 내부의 사람들마저 고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관도 동료도 부하직원도 고객이다. 내 보고서의 수요자들이고, 내 언행의 품질에 따라 삶의 만족도와 직장생활의 기쁨과 슬픔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니, 말은 알아듣기 좋게 해야 하고 의사소통은 피로감이 적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무한 노력해야 한다.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고, 늘 생각하던 게 새벽에 눈이 떠진 오늘 다시 환기가 되어 끌적거려 본다.



5. 보너스 트랙 : 그땐 외롭지 않았어, 이치현과 벗님들

https://www.youtube.com/watch?v=divgxZqEM4w


 가을이 깊어지는 길목을 걸어가는 새로운 한 주,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 이 주가 추석 명절이군요. 해외에 있으니 명절인지도 깜빡하고 지냅니다. 주중에 명절이라 아버지한테 전화하는 것도 깜빡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