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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2019. 9. 12)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추석 명절 잘 보내고 계신지요? 해외 근무하면 크리스마스는 이삼일 쉬지만 한국 명절에는 쉬지 않기 때문에 명절 기분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번 주는 이래저래 나름 바쁘게 지내다 보니 목요일까지 지나갔습니다. 주말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목요일 저녁을 맞습니다.

1. 미안해요, 김건모

잔흠집 많은 안경(2019. 9. 8)

"아, 안경이 잘 안 보여!" 또 그 소리다. 벌써 몇 달째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른 안경 새로 맞춰!"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톤이 좀 높았나 보다.
"짜증 내지 마. 바꿀 거라구!"
"어디 가서 하면 돼?"
"아, 안경집 가면 금방 해 줘."
"기스 많이 난 안경 쓰면 눈 상해!"

나 같으면 벌써 예전에 안경 바꿨을 텐데, 아내는 가끔 안 보인다고 혼잣말 하듯이 하면서도 계속 안경 교체를 미룬다. 어떤 때는 내가 돈을 충분히 안 갖다 줘서 그런가 하는 약간 기분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한다.감기몸살 나고 어디 아플 때 내가 병원 가라 해도 죽어도 안 가고 어지간 하면 그냥 자연치료하는 행태의 다른 버전이다.

벨기에에서 3년 살 때만 유일하게 내가 집안 통장을 관리해야 했었다. 그 이전에는 아내가 집에 돈이 없다고 하면 "내가 월급 다 갖다 주고 나는 용돈 조금 받아 쓰는데 왜 집에 돈이 없어?"라고 약간 비난조로 얘기했었는데, 막상 내가 계좌를 관리하고 보니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은 가지 수가 어찌 그리 많고 계좌는 왜 그리 간당간다안지를 목도하게 되었고, 다시는 왜 돈이 없느냐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이태리에서는 한국계좌나 이태리계좌를 모두 아내가 관리한다. 한국계좌는 나는 아예 상황을 모르고, 이태리 계좌는 현재 잔액 정도만 대충 안다. 입출금의 세부사항은 아내만이 안다. 1주일에 150유로로 살림을 하는 아내나 역시 150유로로 1주일을 나는 나나 빡빡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아내가 나이 먹어가는 자기 눈을 빨리 보살펴 주면 좋겠다.

손 꼭 붙잡고 안경집에 데려가야 하나..


2. Mission impossible theme song

https://www.youtube.com/watch?v=XAYhNHhxN0A


공항에서 금지된 라이터를 밀반입하는 완벽한 방법

내일부터 사흘간 IFAD의 평상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 EB)가 열린다. 개발도상국 농업농촌개발을 위한 예산사업의 승인 등 IFAD의 제반 중요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다 보니, 각 나라에 나가 있는 IFAD의 국가별 책임자(Country Director)들이 대거 로마로 돌아와 회의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 Desk였는데 지금은 방글라데시 국가사무소에 나가 있는 Omer도 점심에 합류하여 세 사람이 점심을 먹으며 그야말로 수다삼매경. 정확히는 Shankar와 Omer가 삼매경에 빠지고 나는 열심히 듣고 있었다.

Shankar와 둘이 밥 먹을 때보다 업무 얘기가 더 많았고, 아시아 곳곳의 여러 나라들 사이를 날아다녔다. 북경공항에서는 얼마 전부터 흡연이 전면 금지되었다는 Shankr의 얘기에서 시작하여 아시아 각 나라에서 흡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는 얘기들을 한참 했다. 내가 작년에 한국출장 가는 길에 푸동항을 경유하였는데 흡연실은 있지만 승객들의 라이터를 죄다 압수해서 불편했다고 하니, Omer가 자기는 그런 공항들에서도 문제없이 라이터를 밀반입(smuggle)하고 있다면 요령을 가르쳐준다. 가방 밑에 휴대폰을 놓고 휴대폰 밑에 라이터를 놓은 뒤 검색대를 통과시키면 가방내의 여러 물건 때문에 라이터가 포착이 안 된다나.

IFAD에서는 현 총재가 재작년에 부임한 이후 기존에 로마에서 근무하던 Countr Director들을 사업이 진행되는 회원국으로 내보내는 소위 분산(decentralization)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두 사람은 로마 본부에 있는 사람들이 각국의 특수한 사정을 잘 파악하지 않고 분산에 따라 요구되는 근무환경을 갖추는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를 한참동안 한다. 예를 들면,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력공급이 부족해서 주기적으로 단전이 되어 이틀에 한 번꼴로 몇 시간씩 사무실 전원이 나가기 때문에 비상발전기가 필요한데 안 갖춰져 있고, 인터넷 환경이 로마보다 나쁘기 때문에 망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데 지원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 테러 위험성이 높은데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 얘기 등등.

장난기 많은 Omer는 11월에 한국에서 아시아태평양국 워크샵이 열리는데, 왜 서울이 아니냐며 인천에서 이태원까지 택시로 얼마나 걸리느냐고 묻는다. 인천에 있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전 IFAD 직원에게 인천에서 저녁시간에 재밌게 놀 곳이 있는지 물어보아야겠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내가 인천에 가 본 게 삼십년이 넘었지 싶다. 인천은 어떻게 변했을까?

Omer는 한국에 대해서 자기가 가 본 나라 중 사람들과 도시가 가장 세련되었고(sophisticated), 거리가 깨끗하고 운전을 얌전하게 하며 마천루가 즐비하고 건물 앞마다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어 좋다며 유럽보다 발전된 미래형 국가라고 얘기를 한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지, 진심 세련된 나라라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욕하는 소리 듣는 것보다는 좋긴 하다. 유럽 살다 보면,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의외로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3. The Danish National Symphony Orchestra, The Godfather theme

https://www.youtube.com/watch?v=X-jdl9hcCeg 

며느리들이 질겁할, 이태리의 정기 가족 식사(2019. 9. 9)

Omer는 부모님대에 이탈리아로 넘어온 파키스탄계 이태리인이다. 그의 부인도 이태리 사람이다. 그의 가족은 매주 일요일 부모님 집에 모여 네 시간쯤에 결치는 점심식사를 한다고 한다. 형제, 자매들과 그 배우자들 그리고 그 자식들, 가끔은 사촌의 가족들까지 일요일 날 부모님 집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며, 토요일날은 그의 어머님이 하루 종일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점심이 워낙 길어서 바로 저녁식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얘기를 한다.

그의 집은 로마 남쪽, 부모님 댁은 로마의 북쪽 경계 밖으로 거리가 55km인데도 매주 모인다고 한다. 그런 풍속(?)이 이태리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태리 사람들이 가족 중심이라고 들었는데, 우리 기준으로 보면 매주 시댁에서 가족 모임을 한다고 하면 며느리들이 가만 안 있을 것 같다.



4. 화이트, 네모의 꿈


어디 감히 사무관이!(2109. 9. 12)

IFAD 집행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중 한 꾸러미가 각 나라에서 추진할 프로젝트(안)을 설명하고 토의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상정되어 회원국들이 코멘트하고 질문을 하면, 각 지역을 담당하는 Division의 Director(부서 규모로 보는 우리 정부의 국과 과의 중간 수준쯤 된다)가 1차적으로 답변을 하고,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국가별 담당자(Country Director)가 세부사항에 대해 보충적인 설명을 한다.

회의의 맥락이 국내에서의 회의와 다르기는 하겠지만, 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면 기본적으로는 장관에게 질문을 하고 장관이 모든 답변을 해야 하는 문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그 넓고 깊은 정책과 사업을 어찌 다 장관이 세부사항을 속속들이 다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장관이 답변하기 곤란한 기술적 사항에 대해서는 차관, 1급, 국장 선까지 마이크가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게 예외적인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도 세부사항을 챙기고 있는 사무관에게까지 마이크를 건네 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의원들이 들으면 내가 국회모독죄를 지은 게 되겠지만.

사진은 오늘 방글라데시에 대한 새로운 프로젝트 추진계획에 대해 보충 설명하는 방글라데시 담당자, 전에 한국을 담당했었다. 한국으로 치면 고참 사무관이나 서기관급 level이다. 그러나,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지녔다.


5. 노래를 찾는 사람들, 새

https://www.youtube.com/watch?v=bVFJA__ycIM


한국 동료와 일식집에(2019. 9. 12)

연초에 문을 연 일식집에 초기에 몇 번 가다가 음식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 발길을 끊었었는데, 감찰부서에서 일하는 한국 동료와 점심을 하기로 한 김에 오랜만에 일식집을 향하였다. 나는 초밥을 동료는 지라시(덥캅)초밥을 시켰는데, 정말 오랜만에 먹는 것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에 왔을 때보다 품질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

동료가 주 초반에 제네바 출장 다녀온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네바 중앙역 주변 괜찮은 호텔이 즐비한 거리에 홍등가가 길게 늘어서 있어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가만 생각해 보니 20년 전쯤 내가 제네바 출장 다닐 때 보았던 바로 그 거리인 것 같았다. 심지어 거리에서 대놓고 마약도 판매하는 것 같았다고 그는 전했다.

출장 기간 중 제네바 UN 본부에 갔었는데,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맞아 자기네들이 소수민족들의 인권(human rights)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 설명회도 하고 사진 전시도 하고 있는 걸 보고 보는 사람들이 UN 본부에서 왜 이걸 하나 모두들 갸우뚱하며 돌아섰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가령 아프리카 약소국에서 그런 전시회를 하겠다고 요청하면 UN 측에서 동의했겠느냐고 하며 역시 국제사회에서는 힘이 중요한 거 같다고 말한다.

안타깝지만, 아니 안타까울 것도 없이, 국제사회는 냉혹하고 국력에 따라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국가와 국민이 이리 치고 저리 치는 신세를 면하려면 스스로 힘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PS :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까많게 잊고 일식집에 다녀왔다. 직장 근처에 한식집이 없다는 건 함정.



6. 커피소년,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https://www.youtube.com/watch?v=Zt1KtUJjUrQ


<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마라? >

처세술인지 처세학인지, 어떻게 부르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지만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적어놓은 책들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일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너무 좌충우돌하고 직설적이어서 사람들과 부딪치는 모난 내 성격대로 사는 게 여러모로 힘겹다고 느꼈던 시기, 아마도 마흔 전후에 그런 책을 몇 권 샀던 것 같다. 내 삶을 개선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리라. 책 제목 중에는 <아부의 기술>이라는 것도 있었고 지금 내 서가에 꽃혀 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나는 그런 책들을 잘 펼쳐보지 않았다. 한국 활자 한 자가 아쉬운 해외생활 탓이기고 하지만, 최근 들어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처세에 관한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려고 나름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개 10분지 1 정도 읽다가 덮게 되더라.

왜 그럴까? 지금 읽어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그래서 가슴에 울림이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삶의 ‘기술’에 대해 하는 얘기들은 다 어디선가 한 번은 이미 들어봤을 얘기들이기 때문이고, 그런 기술로 넘어서기에는 삶은 더 심원하고 복잡하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나이가 사람의 숙성도를 말해 준다고는 전혀 얘기할 수 없지만, 처세술에 대한 책을 쓴 사람들이 어쩌면 나보다 더 삶의 경험의 깊이와 폭이 좁은 사람들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얻어낼 무엇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책 제목은 말한다, ‘내 편이 아니라도 적을 만들지 말라’고. 그래야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반대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적을 만들지 않는다고?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불가능한 주문이다. 예수님도 공자님도 부처님도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차라리, ‘적이 생기더라도 내 편을 만들어라. 내 편을 만들려면 확실하게 만들어라.’가 현실적인 주문 아닐까 싶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7. 보너스 트랙 : 완행열차, 한영애

https://www.youtube.com/watch?v=cyo_8f6PlRo


 명절 스트레스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한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