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토로그


추석 특선(2019. 9. 15)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연휴 끝자락이네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해야겠죠. 휴일은 아무리 길어도 짧습니다. 로마은 최고기온이 30도 밑으로 내려간 수준인데, 어떤 날은 30도를 넘기기도 합니다. 저는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아내는 아직도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을 합니다. 아내는 여름 속에 살고 있고 저는 가을 속에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1. One NIght in Bangkok, Murray head

걸어다니는 Wikipedia Shankar(2019. 9.13)

Shankar는 내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파푸아뉴기니와 피지에 출장을 간다. 한참동안 출장 가기 전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했다. 오늘도 시작은 먹는 얘기, 농업 얘기, 나중에는 최근 선거공약으로 나온 태국의 농산물 가격지지정책 얘기를 하다가 태국의 정치상황과 근대사 얘기로까지 튀었다. 종잡을 수 없지만 점심 시간의 이런 수다가 매우 즐겁다.

듣다 보니, 태국의 전신인 사이암 왕국의 원래 영토가 지금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일부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영역이었고, 프랑스, 영국 등의 무력 위협에 사이암 왕이 국토 전체를 빼앗기는 위험을 막기 위해 일부 할양한 땅들이 지금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의 나라가 된 것임을 알았다. 지금도 태국 왕궁에 들어가면 앙코르와트의 복제판이 있는데, 그 이유도 원래 앙코르와트가 속한 캄보디아가 태국 땅이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역사 얘기가 나오면 태국 사람들이 엄청 화를 낸다고 한다. 그리고,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는 세계 제 2차 대전 때 태국이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것.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에 공산주의 사상이 확산되는 때 라오스의 왕족들이 생존을 위해 지위를 버리고 공산주의 지도자가 된 이야기 등등. 듣다 보면, 같은 아시아권이면서도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나중에 세계 역사를 골고루 읽어 봐야지 싶은 생각도 든다.

오늘 농산물 종자, 품종보호에 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특정 농산물 품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생산자 혹은 지역 외에서는 어떤 농산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이탈리아에 있다고 한다. 자가채종한 2세대 종자에서는 발아가 되지 않게 하는 유전자변형농산물로 인해 농민들이 대규모종자업체에서 계속 종자를 구매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그 종자값이 비싸지고 그것이 농산물가격 하락 및 정부 보조금 중단과 결합해서 인도 면화 농가들의 연쇄 자살로 이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무튼, 걸어다니는 위키피디아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2. 다행이다, 이적

https://www.youtube.com/watch?v=itetd_tBTUQ


추석특선(2019. 9. 13)

퇴근 직전 보니 한참 전에 아내가 보낸 카톡이 있다. '여보 나 한국슈퍼 갔다왔는데, 지하철 고장나서 버스로 돌고돌고 오느라 엄청 힘들어쪄~~ 퇴근은 혼자 해요~' 아내가 평소에는 나 퇴근할 때 회사 근처까지 마중을 나와서 둘이 같이 걸어서 집으로 온다.

집에 돌아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으니, 아파트 Eurospin 슈퍼마켓에 가잔다. 과일 코너에 갔더니, 아내가 "감이 나왔네? 먹어 볼까?" 하길래, "아직 잘 안 익지 않았을까?"했다. "귤도 나왔네? 저건 어떨까?" 하길래, "먹어 보면 알지!"라고 답했다. 아내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른다. "쳇. 자기 안 좋아하는 감은 안 익었고, 자기 좋아하는 귤은 먹어봐야 한다고? 완전 자기 입맛대로야!" 하며 귤을 봉지에 담는다. 계란과 물을 사서 돌아왔다.

"자, 전 붙이자고. 기름 냄새가 나야 명절이지! 계란 세 개만 풀어줘요."
계란을 깨서 넣고 포크로 휘휘 젓는다. 아내는 고추를 반으로 가르고 저민고기 익한 것으로 속을 채운다.
"그냥 프라이팬에서 부쳐서 먹을까, 전기프라이팬으로 부치면서 먹을까?"
'참, 나 뭘 그걸 물어..그냥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지' 나는 대답 않고 가만히 있었다.
"역시 전은 부치면서 먹어야 제 맛이지! 전기프라이팬 좀 내려줘요."
'그럴 줄 알았다' 전기프라이팬을 내렸다.
"기름 좀 두르고 뎁혀지면 좀 닦아요." 누구 말씀이라고. 그대로 실행했다.
"나무젓가락 들고 전 뒤집기는 당신이 해요." 지당하신 말씀. 행신동에서도 전 부치는 건 남자들 몫이다.
"추석 특별식으로 종가집 포기김치를 샀는데 오늘 먹을까 내일 먹을까?"
"오늘 먹자."
"반만 먹을까? 무거워서 500그램만 샀어."
"그러자."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는 김치라 맛이 각별하다.
"김치 마저 다 먹을까?"
"그러자."
"순희 막걸리만 있었으면 딱인데. 무알콜맥주는 생각도 못했네."
"그러게. 딱 그게 빠졌네."

밥을 다 먹었다.
"빵 먹을래?" 아내가 묻는다.
"빵? 배 부른데.."
"추석 특별식이라고 떼르미니 역 근처 빵집서부터 양쪽 어깨에 시장바구니 매고 두 손으로 모셔들고 왔다고!"
한 개로 나눠 먹는 걸로 결론이 났다.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 줄까?"
"좋지!"
"아침에 내린 게 둘이 딱 한 모금씩 할만큼 남았다구."
따르다 보니 그만큼도 안 남았다. 한 잔의 10분의 1 만큼 나왔는데 똑 끊긴다.
"자기 마셔라." 아내가 내게 넘겨준다.
"바리바리 장봐서 한 상 딱 차려 주려고 했는데, 마누라가 늙어서 장만 보고 와도 힘들다고. 설겆이랑 전 부치는 거랑 당신이 도와야 한다고!"
둘이 킥킥 웃었다.

"영화도 골라 놨다고. 엑시트. 추석은 역시 영화지."
영화를 보고 잠시 달 구경하고 들어왔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추석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화면



3. 일상으로의 초대, 신해철

https://www.youtube.com/watch?v=QTkLBhd-hQ8


분란의 소지(2019. 9. 15)

일요일 아침은 동네 까페에서 꼬르네또(크롸상)에 커피로 하자고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말을 꺼낸다. "아침 꼬르네또 먹을까?"

지중해성 기후의 특성인지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물을 못 먹어서인지 나뭇잎들이 생기가 없어 보인다 하니, 아내가 자기가 그런 상태라고 한다. 여름이 너무 길고 건조해서 힘들다 한다.

꼬르네또를 먹고 나서 동네 생태공원이 잘 있나 보러 가자 했더니 그러자고 한다. 그러나, 생태공원에 들어가 잠시 걸은 뒤 햇볕이 너무 강하다며 그만 가자 한다. 나 혼자라도 더 걷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돌아섰다.

아내가 변기에 설치하는 세제를 사야 한다며 동네슈퍼에 가잔다. "세제도 내가 사 숴야 하나?" 물으니, "한국 출장 가서 몇 십만원 카드 그어도 암말 않고 있었더니 쪼잔하게!" 공격이 들어온다.

나는 그렇게 카드 사용한 기억이 없는데 뭔 소리냐고 물으려다 접는다. 사소한 일도 칼같이 선을 긋고 정리하려는 생각이 때론 그 일의 중요도에 비해 터무니없는 분란을 만들기도 한다.

집에 돌아온 뒤 아내가 휴대폰을 보며 말한다. "귀국 D-152일!" 휴대폰에 카운트다운을 해 뒀나 보다. 귀국 후 어차피 지방근무인데, 만만치 않은 월세 내며 좁은 공간에서 살 생각하니 가슴이 좀 답답해졌다.

그래봤자 몇 년이다! 점심은 라면에 종가집김치다!


이미지: 커피잔, 음료, 음식


4. 보너스 트랙 : 작은 배, 조동진

https://www.youtube.com/watch?v=-Yo4SFvAZb0


명절 뒤끝에 출근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평소 주말 끝나고 보다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죠. 아무튼, 어쨌든, 행복하게 새로운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