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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났을 때 곧 번뇌를 쉬면(2019. 9. 19)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로마의 목요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오래 가물었다가 오늘 비가 온다온다 하더니, 찔끔 내리고는 말았습니다. 한국의 가을을 생각하면 촉촉한데, 로마의 가을은 나뭇잎이 말라서 부스러질 것처럼 가물기만 하네요. 한국에서 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많이 됩니다. 2010년말 구제역이 발생했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국가 전체적으로나 관련된 개개인들로서나 참 힘든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큰 피해 없이 차단방역에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1.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커피소년

Pause, Relax, Open

병원 가는 날. 나는 상태가 어떤지 의사와 의견을 교환하는 날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의사를 만나러 가는 날은 예외없이 마음이 불편했다. 언어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내가 돈 내고 서비스 받으러 가면서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내 병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편한 감정이 있는 것일 게다.

사람은 다 아프다. 예외없이 아프다.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 크게 아플 수도 있고 작게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예외없이 사람은 아프게 되어 있다. 나도 그 모두가 아픈 인류라는 종족에 속한 것뿐이다. 내 병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잘 들여다 봐야겠다.

약의 도움을 받아, 귀찮은 투약이지만 꼬박꼬박 잊지 않고 약을 먹는 정성으로, 이렇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큰 문제될 것 없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삶의 근거지가 바뀌면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 반복되는 현상을 잘 다뤄보자.

IFAD에 올 때는 낯선 국제기구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지만, 한국에 돌아간다 하면 틀림없이 바쁘고 일이 많고 책임이 무거운 일을 하게 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어제 읽은 책에서처럼 나는 지금까지 잘해 왔다. 걱정과 부담감은 100% 내가 만들어낸 허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현실은 허상보다 무겁지 않다. 그저 사람 살아가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갖자. 생각을 멈추고, 긴장을 풀고, 삶에 접촉하라(Pause, Relax, Open)는 4년전 상담선생님의 명상 처방이 생각나는 날이다.


2. Too much love will kill you, Freddie Mercury

https://www.youtube.com/watch?v=KwbcOsM6sdE

사랑니 600유로, 스케일링 170유로, 잇몸 치료 700유로

치과 치료가 예정되어 있다. 체감하는 이태리 의료비는 매우 비싸다. 아내와 내가 처음 이태리 치과에 갔을 때, X-ray 사진 찍고 치아 상태에 대해 상담만 받고 왔는데 각각 150유로를 지불했고, 스케일링은 170유로씩을 내야 했다. 나의 경우 치석 상태가 안 좋다고 두 번에 나누어서 했으니 스케일링에만 340유로를 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부임하여 FAO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동료는 사랑니 뽑는데 600유로를 냈다. 내가 한국에서 사랑니 뽑을 때는 10,000원을 냈던 기억에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스케일링의 경우도 한국은 기계를 이용해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통증도 적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치석 제거작업을 해서 놀랐다.

한국의 의료수가 체계를 잘 모르지만, 아무튼 의료서비스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꽤 경쟁력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잇몸 일부를 잘라낸다고 얘기했는데, 이빨 하나당 700유로라 하니 물리적 거부감도 거부감이고 비용도 심란하다.


3. 산행, 김영동

https://www.youtube.com/watch?v=SGt3I211xdM&t=78s


마음을 좀 차분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채근담>을 집어든다. 케케묵은 이야기 같으면서도 언제 읽어도 마음 속 흙탕물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나의 애장서.

<역자 조지훈 시인의 머리말 중에서>

읽을 때마다 그 맛이 깊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나물 뿌리의 담백한 맛이 씹을수록 달듯이 채근담의 맛도 읽을수록 향기롭기 때문이라라.

나이와 공부에 따라 더욱 새로와지는 이 책은 어느 때 어디서 누가 읽더라도 그 사람의 기틀에 맞추어 그 맛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뭇사람과 기꺼이 어울리되 그 더러움에는 물들지 않고 드높은 경지에 뜻을 두어도 쓸쓸한 생각에 빠지지 않게 하는 채근담은 참으로 좋은 스승이라 할 수 있다.

* 머리말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조지훈 선생은 30대 후반에 이 책을 평역한 모양이고, 우리 나이로 마흔 아홉에 세상 소풍을 마쳤다. 그보다도 이미 몇 년을 더 산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채근담의 몇 구절)


세상 맛을 속속들이 알면 비가 되든 구름이 되든 다 맡겨둘 뿐 눈 뜨고 보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인정이 무엇임을 다 알고 나면 소라고 하거나 말이라고 하거나 부르는 대로 맡기고 그저 머리만 끄덕일 뿐이로다.

飽諳世味하면 一任覆雨飜雲하되 總慵開眼하고 會盡人情하면 隨敎呼牛喚馬하여 只是點頭니라.

<조지훈 시인 풀이>

세태를 샅샅이 알고 보면 손바닥 엎으면 비오고 젖히면 구름 이는 그 조화도 뻔한 노릇이라 눈 뜨고 보기조차 싫어진다. 인정이 어떤 줄을 다 알고 나면 소를 말이라고 하거나 콩을 팥이라고 하거나 그저 말하는 대로 머리만 끄덕이고 싶어진다.


세상 사람들은 영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티끌 세상이니 고생 바다니 하고 뇌지만,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냇물은 흘러가고 돌은 서며 새의 웃음을 꽃이 맞이하고 나무꾼 노래에 골짜기가 화답하는 줄을 모른다. 세상은 티끌이 아니요 바다도 괴로움이 아니건만, 저희가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과 괴로움으로 만들 따름이다.

<조지훈 시인 풀이>

옛날에 어떤 참선하는 중이 고승 앞에 나아가 “대체 해탈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하고 물으니 고승이 “누가 너를 묶더냐?”하고 되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제 몸이 부질없는 공명과 이욕에 묶인 줄은 모르고 걸핏하면 더러운 세상이니 괴로운 세상이니 하며 탄식할 뿐, 말고 깨끗한 천지의 본바탕과 그 속에서 누리를 소박한 삶의 보람을 모른다. 세상이 더러운 것이 아니요 바다가 괴로운 것이 아니건만, 저희가 스스로 그 마음을 더럽히고 괴롭힐 따름이구나.


시정 사람을 사귐은 산골의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권문 세가에 굽실거림은 오막살이와 친함만 못하며, 거리에 떠도는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이나 소 치는 아이의 노래를 들음만 못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부덕과 허물을 말하는 것은 옛사람의 착한 말씀과 아름다운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다.

<조지훈 시인 풀이>

밤낮 생각하는 것이 이익을 구하는 일에만 있는 저자 사람과 사귀는 것보다는 산중의 순박한 늙은이와 벗하는 것이 나으며, 권문 세가에 굽신거리며 들락거리느니 차라리 오막살이에 사는 가난한 사람과 친하는 것이 좋다. 거리의 뜬소문은 속되고 믿을 것이 못 되는지라 차라리 나무꾼이나 소 치는 아이의 노래를 듣는 게 낫다. 살아 있는 사람의 부덕과 그릇된 행실을 들추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니, 삼가 옛사람의 훌륭한 말씀과 행실을 이야기하며 본받으라.


생각났을 때 곧 모든 번뇌를 쉬면 그 자리에서 바로 깨달을 수 있으나 만일 따로 쉴 곳을 찾으려 하면 아들 딸 다 결혼시키고 나서도 남은 일이 많으리라. 중과 도사가 좋다 하나 그 생각으로는 마음을 깨달을 수 없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이제 쉬어 버리면 곧 쉴 수 있거니와 깨달을 때를 찾으면 깨닫는 때가 없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탁견이로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마음의 무거운 짐을 푸는 것이 해탈이다. 해탈하는 때와 자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생각났을 때 곧바로 모든 번뇌를 놓아 버리라. 만일 따로 그 짐 풀 자리를 찾다 보면 만 년 가도 목적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중이나 도사가 되면 좋으리라 생각할지 모르나 그런 희미한 생각으로는 자기의 심성을 모두 깨달을 수가 없다. 지금 곧 휴식하면 휴식할 수 있지만, 휴식할 때를 기다리면 휴식은 영원히 없으리라는 말이 옳다.


인생은 일 분을 덜 면 곧 일 분을 초탈한다. 만일 사귐을 덜면 문득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혼돈히 완전해질 것이다. 저들이 날로 덜기를 구하지 않고 날로 더함을 찾는 것은 인생을 얽매는 짓이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사람은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든지 덜면 덜수록 그만큼 세상살이에서 초탈하게 된다. 사귐을 덜면 시끄러움을 면할 것이요, 말을 덜면 과실이 적어질 것이며, 생각을 덜면 정신이 소모되지 않으며, 총명을 덜면 전일한 본성을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모든 일을 덜려 하지 않고 날마다 더 늘이는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셈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섞어 맛보아 고락이 서로 연마하여 이룬 행복이라야 그 행복이 비로소 오래가며, 의심과 믿음을 서로 참작한 다음에 이룬 지식이라야 그 지식이 비로소 참된 법이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괴로움을 모르는 즐거움은 참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을 맛보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갈고 닦은 나머지 이룬 행복이야말로 참행복이라서 비로소 오래간다. 의심하여 보지 않은 믿음은 참믿음이 아니다. 의심한 나머지 믿는 것, 의혹과 신념이 서로 살펴서 이룬 지식이라야 비로소 참지식이 된다.


남의 작은 허물을 꾸짖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며 남의 지난 잘못을 생각지 말라. 이 셋으로써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할 수 있다.

<조지훈 시인의 풀이>

허물 없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남의 흉 안 보는 사람도 없다. 남의 작은 허물을 뒤져 내어 꾸짖지 말라. 감추는 일 없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남의 비밀을 폭로하기 좋아하는 것은 무슨 못된 버릇이랴. 남의 사사로운 일을 들추어내지 말라. 좋은 점이 아무 것도 없으면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다. 그 사람과 사귐을 계속하려거든 그 사람의 지난 잘못을 다시 생각지 말라. 덕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스스로 덕을 심을 뿐 아니라 소인의 해를 멀리할 수 있을 것이다.


4. 보너스 트랙 : 낭만에 대하여, 최백호

https://www.youtube.com/watch?v=RM2D63-EaiM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낭만적인 노래입니다.

행복한 주말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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