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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원래 모호하다(2019. 9. 24)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잘 지내고 계신지요? 로마도 비가 한 번 오더니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곱게 단풍이 드는 한국과 같은 가을의 맛은 없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져서 지내기가 좋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면 어김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저이지만, 올해는 아직까지는 기분이 저조해지는 현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서 좋습니다. 


1. Happy, Mocca

인도네시아 동료와 점심을 먹다(2019. 9. 20)

Shankar가 출장중이라 몇 번 혼자 점심을 먹다가, 오늘은 인도네시아 출신 동료 Vivi Kurniawan과 점심을 함께 했다. 식당은 늘 가던 그곳.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 대화 방식과 내용도 바뀌기 마련. Shankar와 먹을 때는 내가 늘 듣다가 어쩌다 한 마디 하는 입장이었다면, 오늘은 한 마디씩 주고 받기를 했다고나 할까.
여름휴가 때 뭐했는지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마의 별로 유명하지 않은 유적들을 다녀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미니 콜로세움이며 제빵사의 무덤이며, 피라미드 인근의 항아리조각 산이며, 로마의 화재대응 및 치안경비대가 있던 건물 이야기, 말하는 조각상 이야기 등등을 얘기하니,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었겠다, 그게 어디 있는 거냐,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등을 물어온다. 뻘뻘거리며 유명지 아닌 곳을 찾아다닌 보람이 있다 싶었다. 깨알같은 자랑질 하고 싶은 속물적인 나의 욕심이 충족되었다고나 할까. 몇 년 더 있으면 관광가이드 해도 되겠다 싶다.

“Via Roma” 책자 소개한 아마존 사이트 주소를 알려 주었다.

내년 초에 귀국한다고 하니, 이태리 있을 때 유럽을 많이 다녔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길래, 예전에 벨기에 근무할 때 충분히 다녀서 미련 없다고 얘기했다. 자기 먹은 밥값과 커피값은 자기가 내는 유럽인들끼리는 잘 안하는 짓이지만, 밥은 내가 사고 커피는 Vivi가 샀다. 다음 번 밥은 자기가 산단다.


2. 찬 바람이 불면, 김지연

https://www.youtube.com/watch?v=jXy15NGpCSs


계절은 사람 따라(2019. 9. 21)

이른 아침, 담배 피우러 발코니에 나가니 공기가 좀 춥다고 느낄 정도로 서늘하다. 진짜 가을이 왔구나 싶어진다. 모레가 추분인데 어찌 안 그렇겠는가.

"또 아침 먹어야 되나?" 침대에서 아내가 매우 귀찮다는 듯 말을 한다.
"먹어야지."
"김에 밥 먹으면 안 되나?" 어제 얘기하기로는 동네 까페에서 꼬르네또에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었는데 아내가 딴 소리를 한다.
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 거다.
"맨날 먹는 건데..자기가 밑에 까페 가서 꼬르네또 사올래? 햇빛 뜨거워서 나가기 싫다."

동전을 챙겨 아파트 상가 까페로 향한다. 그늘진 곳은 서늘하고, 햇살은 따사롭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이 따사로운 햇살이 뭐가 뜨거워서 싫다는 건지. 이 정도 햇빛이 뜨겁고 싫다고 하니, 아내가 갱년기를 맞은 건가 생각해 본다. 이 따사로운 햇살 아래 참 좋겠구만 생각하며 집에 들어온다. 보통 주말에 나는 집에 틀어박혀 있고 싶어하고 아내는 어디라도 나가고 싶어하던 패턴이 오늘은 역전된 현실이다.

어쨌든, 나는 가을에 살고 있고 아내는 아직 여름 속에 살고 있다. 결혼생활은 한 지붕 아래 붙어 살아도 각자 다른 삶을 사는 게 인생이란 걸 가르쳐 주는 장치일까 싶다.


3. 청춘, 김필

https://www.youtube.com/watch?v=ukq5mcaPm4c


2019. 9. 23

월요일 아침, 별 까닭도 없이 습관적으로 무거운 발걸음으로 사무실까지 걸어간다. 소위 월요병인지도 모르겠다. 간밤 내린 비에 젖은 길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가을에 들어섰음을 실감나게 한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있는 학교 근처는 등교하는 중교등학생들로 시끌시끌하다. 담배를 피워 물고 정문을 통과하는 학생들은 아직도 내겐 낯선 풍경이다.

옆방 Shankar는 이번 주말까지 출장인데, 지난 주 후반에 사무실이 우리가 있는 B wing에서 C wing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옆방에 있을 때보다는 덜 자주 마주치게 되겠지.

11월에 있을 아시아태평양국 워크샵 출장 관련해서 국장 비서와 메일 주고받은 것 외에는 오전 내애 사람들과의 ‘접촉’이랄 것이 없었다. 아, 정수기에 물 뜨러 갔을 때 일본 출신 직원 미유끼와 마주쳐 그 사람도 출장을 위해 항공기 예약 중이라길래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처음이라는 답을 들은 것도 있었구나.

늘 가는 식당, 늘 보는 메뉴를 골라 식사를 하면서, 왜 이리 급히 밥을 먹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지나갔지만, 혼자 식사를 하면 수다라는 게 빠지기 때문에 다 그렇지 뭐, 이 파스타 먹는 것도 얼마 안 남았다 생각을 하며 그렇게 급히 식사를 마쳤다. 늘 마무리는 디까페인 커피.

담배 한 대 피우고 사무실에 올라가려니, 지난 주 총재 모시고 아시아 지역 출장 다녀온 내 supervisor인 Nigel이 마침 식사를 하러 나가면서 “Everything OK?”라고 묻는다. 기계적으로, “Yes! Yes!” 답하고 사무실로 올라가면서, 그래도 말 걸어 주니 좋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농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인턴 두 명이 오늘부터 새로 근무를 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인턴들을 보면 대개 20대 중반 정도의 학생이거나 학부 졸업한 사람들인데, 젊은 나이에 해외에서 경험을 쌓아 보겠다고 나오는 용기와 패기가 참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 그 나이 때에는 해외에 나가는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없었기도 하지만, 내 성격상 기회가 있어도 쉽게 결행하지 못했을 일들을 한다니 참 그 용기가 부럽다. 이번엔 어떤 사람들이 왔는지 궁금하다. 곧 식사라도 한 번 해야지.


4. 흐르는 강물처럼, 미소라 히바리

https://www.youtube.com/watch?v=nSZ0qoecZs0


일본인 동료 Miyuki와의 점심(2019. 9. 24)

어제에 이어 점심을 혼자 먹으려니 문득 답답해져서, 그나마 친분이 좀 있는 두 사람에게 점심 약속 있냐고 메시지를 보낸 결과, 인사팀에 있는 동료와는 다음 주 월요일날 점심을 같이 하기로 약속이 잡히고, 오늘은 아시아태평양국에 근무하는 동료 Miyuki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동안은 거의 늘상 파스타를 시켜왔지만, 역시 동양 사람이라 그런지 Miyuki는 쌀밥을 주문한다. 마침 오늘 나온 파스타가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것이라 나도 덩달아 쌀밥을 시켰다. 한국인이 먹는 찰기 있는 Japonica 쌀이 아니고 좀 부슬부슬 날리는 쌀이긴 했지만, 오랜만에 식당에서 쌀밥을 먹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컨설턴트로 근무중인 Miyuki에게 물어 보니, 계약이 1년 단위로 갱신된다고 하며, 혹시 FAO에 취직해야 할 지 모르니까 중국어 공부를 할까 생각중이라고 한다. FAO는 채용시 공용어 두 가지를 능숙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데, 일본인인 자기에게 프랑스어는 발음이 어렵고, 스페인어는 본 적도 없어서 심리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데, 중국어는 한자를 공유하고 있어서 좀 나아보이는 데 말하는 것 보면 잘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일본어를 배워보겠다고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히라가나 가타까나를 못 외워서 초기에 좌절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말하다 보니, 꼭 배워야겠다는 절박함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가 아니고 일본어가 제2외국어였으면 히라가나 가타까나를 못 외우겠어서 포기했다는 얘기가 말이 되겠는가 싶다.

아무튼, IFAD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배경을 보면 거의 다 다국적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Miyuki가 언제 일본을 떠났는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이태리 사람이라고 하니 이 사람도 기본적으로 다국적적인 사람이다. 처음 IFAD에 도착했을 때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국적을 물었다가, ‘아빠는 이태리 엄마는 프랑스인데 나는 태어나기를 가나에서 태어났고 근무는 뉴델리에서 많이 했다..’는 식의 얘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멍청해졌던 기억이 난다.


5. 그 남자, 현빈(시크릿 가든 OST)

https://www.youtube.com/watch?v=b-5dJlGgS78


<직장 내 정치학의 법칙> 중

언어는 원래 모호하다는 점을 명심하라.

하버드 법대에서 계약법을 가르쳤던 위대한 법학자 론 풀러는 학생들이 계약에 사용되는 언어가 '명확하다'고 주장할 때마다, 칠판에 이런 문장을 휘갈겨 쓰곤 했다.
"Time flies like an arrow."

그러고 나서 이렇게 묻곤 했다.
"제군들, 이 문장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뜻입니다."
제법 똑똑해 뵈는 한 학생이 자신있게 대답한다.
"진짜 그 뜻밖에 없나?"
그는 그 학생을 바라보며 묻는다.
"네, 확실합니다. 그 뜻밖에 없습니다."
그는 약간 짜증난다는 듯 대답한다.

그의 대답을 듣고 난 풀러는 좌중을 한번 둘러본 후,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유감스럽지만, 자넨 적어도 세 가지 뜻이 더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네.
첫번째는 화살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나는 '시간 파리(time flies)'라는 파리의 한 종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네.
두 번째는 시간 파리로 알려진 그 종이 화살을 좋아한다(lie an arrow)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화살이 날아가는 시간을 재듯이 초시계 같은 걸로 파리의 비행 시간을 재라(time을 동사로 해석)는, 즉 명령을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걸세."

여기서 풀러는 아주 간단하고 명확해보이는 언어도 모호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카인은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 점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한다.


6. 보너스 트랙 : 4계 가을, 비발디

https://www.youtube.com/watch?v=AXPPzrC8FHQ


 벌써 수요일로 접어듭니다. 행복한 시간들 많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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