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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평가할 것이다?(2019. 9. 26)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잘 계신지요? 로마는 목요일 저녁입니다. 요일 따라 기분이 주기적으로 파도를 타는 게 저만 그런 것인지 애청자님들도 그러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목요일이면 매우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한량으로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조금씩 지니고 있겠지요?


1. 그대 향한 사랑, 김동규

(2019. 9. 24)

역사는 참 어렵다.
명과 청에 대한 광해군의 외교적 대응을 실리주의적 등거리외교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제 신생세력으로 명과 연합하여 대응했으면 충분히 정벌되었을 청에 무단투항한 어리석은 노선으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누구의 평가가 공정한가?

현재에도 평가가 엇갈리는 일에 대해 먼 훗날의 역사가가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가? 글쎄다.


(2019. 9. 26) <삼국지 교양강의>를 읽기 시작하다. 초선은 사람 이름이 아니더라.


재작년 한국 출장 때 구입해 들고 온 것으로 기억하는 리둥팡 저 (<삼국지 교양강의(원제는 세설삼국)>)를 펼쳐 든다. 소설인 삼국지연의는 어린 시절 일본작가 길천영치 판으로 처음 접해서 몇 번을 읽었고, 그 다음에는 고우영 화백의 만화 삼국지로 다시 접했고, 이문열 씨의 평역 삼국지로 대학원 시절까지 읽기가 이어졌었다.

읽을 때마다 느꼈던 그 이야기 읽기의 희열은 나의 책읽기 여정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통사적인 이야기구조가 아닌 인물 중심의 이 책은 과연 무슨 얘기를 풀어 놓을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친구 유영선이 선물해 준 정사삼국지는 건조하고 소설처럼 흥미진진하지 않아 잘 시작을 못하고 있다. 한국 활자 부족에 따른 갈증이 더 심해지면 어찌될 지 모르겠다.


초선은 사람이 아니므니다..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는 미인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초선. 정사 삼국지에는 초선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으며, 여포가 동탁의 여종과 사통했다는 얘기만 전한다고 한다. 초선이라는 이름도 ‘초선관’이라는 한 왕조 후궁 내명부의 관명에서 차용한 것이지, 성이 초씨요 이름이 선이라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삼국지가 역사서가 아니고 소설인 바에야,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 그렇게 풀어나간들 어떠리요만, 역사와 역사소설의 경계는 사실 매우 애매하다. 사실이나 진실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에 가깝고, 역사가는 언제나 선택적으로 사실을 선택하기 때문에.

리둥팡도 <삼국지교양강의>에서 유사한 취지의 말을 하고 있네요.

- 역사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마음대로 추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역사적 사실도 그에 대한 모든 사료를 남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부분적이거나 단편적인 사료만 전해지는 데다 그 유래 또한 각기 다르고 서로 엇갈리게 마련이지요. 게다가 사료를 기록하거나 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첨삭과 생략 및 강조의 수법을 쓰기 때문에 갈수록 진실은 사라지고 모호해지며 심지어 말도 안 되는 허튼소리로 뒤집어지기도 합니다. 진궁이 조조를 잡았다가 놓아준 것인지, 아니면 잡은 뒤에 따르다가 다시 배반한 것인지의 사소한 일부터 어쩌다 조조는 적벽에서 대패했는가의 큰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후대 역사가들에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가 되지요. -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2. 네모의 꿈, 화이트


Town hall meeting(2019. 9. 25)

내가 속한 IFAD의 부서는 Programme Management Department(PMD)의 Asia and the Pacific Division이다. PMD에는 세계를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와카리브해, 동부및남부아프리카, 서부및중부아프리카, 북아프리카및근동을 담당하는 Division들이 소속되어 있다. PMD의 장인 부총재보(AVP)가 분기별로 한 번 정도씩 로마 본부와 각 지역에 나가 있는 직원 전체가 참석하는 회의를 'Town hall meeting'이란 이름으로 연다.

오늘 오전에 그 회의가 있었다. 처음에 부총재보가 당면 중요 현안에 대한 최근 상황과 자기 생각을 얘기하고, 회의장 참석자와 온라인으로 연결된 각 지역 직원들이 질문하거나 건의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오가는 얘기를 들으면서 'Town hall meeting은 선출직 공무원이 유권자들과 대화하는 장이 기본개념인 것 같은데, 즉 민주주의적 정치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는 형식인 것 같은데 왜 관료기구라 할 수 있는 조직에서 회의를 하면서 그런 이름을 차용한 걸까? 별로 민주적이어야 할 필요도 없는 조직에서 괜히 근사하게 이름만 갖다 붙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나중에 구글신에게 물어보니, Town hall meeting의 유래가 정치적 토론의 장으로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모든 조직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의 가치를 감안하여, 원격지에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전 직원이 참여하고 CEO와 직접 의사소통하는 장으로서 기업에서도 활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대한민국 정부의 국장회의를 온라인으로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와도 통하는 것 같다. 장관이 국장들에게 얘기하고, 국장이 과장들에게 전달하고, 과장이 과원들에게 전달하는 삼단계 전달체계로 인한 시간의 낭비와 정보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으로 생각해 볼만한 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래전부터 간부회의를 인트라넷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그런 면에서 진일보한 시스템을 가진 게다.


3. Vagabondo, Nocola di Bari

https://www.youtube.com/watch?v=PRjf0rzK5tg


(2019. 9. 25)

오전 Town hall meeting에 참석한 뒤 책을 뒤적이며 조금 게으름을 피우다가, 혼자 점심 먹으러 갔다. 늘 가는 식당, 늘 비슷한 메뉴. 나비넥타이 모양의 파스타에 닭고기, 그리고 볶은 파프리카, 그리고 병아리콩. 사실 닭고기는 별로 즐겨하지 않는 품목이지만, 그게 아니면 아예 기피하는 칠면조 고기나 미트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다.

유난히 밍밍하고 싱겁게 느껴지는 편인 파스타, 희미하게나마 간이 되어 그런대로 먹을만한 닭고기, 로마 와서 내 최애품목으로 자리잡았자만 오늘은 유난히 싱겁게 조리된 병아리콩을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서둘러 허겁지겁 먹었다. 파프리카가 단맛이 나서 오늘 메뉴 중 제일 맛있었다. 나는 혼자 먹으면 먹는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다.

약간 지겨운 기분을 느끼며 계산을 한 후, IQOS 전자담배를 파는 사무실 앞 까페에 갔다. 집에서 들고온 전자담배 청소용 도구와 면봉을 보여주니까, 자기네는 청소도구는 안 판다고 한다(이태리어로 얘기했으니 그냥 표정과 몸짓 보고 짐작하는 바이지만). 전자담배 충전기와 카트리지는 팔면서 청소도구는 안 파는 게 의아했지만, 담배만 한 보루 사서 들어왔다. 어쩌면 그 청소도구는 굳이 없어도 되고 면봉으로 가끔 닦아주기만 하면 되는 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이태리어라고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오렌지 쥬스 주문하는 것 밖에 못하니 생활하면서 가끔은 불편하기는 하다.

그래봤자 이젠 넉달 반여만 지나만 귀국이다. 아, 갑자기 왜 물냉면이 먹고 싶지?


이미지: 음식


4. 보너스 트랙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https://www.youtube.com/watch?v=eCeuIuoS5pA


다음 주면 10월로 접어듭니다. 한 해가 금방 다 갈 것은 느낌에 바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지금 여기의 행복을 놓쳐서는 곤란하겠죠. 행복한 주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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