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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peace of all mankind(2019. 10. 3)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로마는 목요일 저녁, 한국은 이미 금요일 새벽이네요. 어제 오늘 낮에 비가 잠깐씩 내리더니, 체감기온이 많이 내려가 약간 싸늘한 느낌이 납니다.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었네요. 그래도 로마 저희 집 동네에는 단풍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을 기분이 조금 덜 납니다. 뜨거웠던 여름을 생각해 보면, 약간 싸늘한 이 공기가 참 쾌적한 건데, 금새 추워질 걱정에 이 서늘함을 누리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해외에서 잠시 살면서 보면, 한국은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안해 보입니다. 막상 한국 안에서 살 때는 그런 느낌이 금새 없어지지요. 늘 그런 게 한국인갑다 하며 살지요. 주EU 대표부 농무관으로 벨기에에 나가 있던 2003년 8월에서 2006년 8월 사이에도 그런 불안불안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도 2004년의 일이었지요.

 최근에 읽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라는 책에 의하면 민주주의는 삼권분립이나 국민주권 같은 원칙이 성문법에 박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국가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삼권을 맡고 있는 권력자가 자기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고 적절한 자제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극단으로 흘러가면 제도는 버젓하게 살아있는데 포풀리즘과 전체주의가 횡행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함정이라고요. 해외에 나와 근무하면서 국내 정세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많이 착잡합니다.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 타협과 상생의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음악메일을 보내도 잘 받고 계신지 아무도 답을 안 해 주시기 때문에 제가 보내는 메일이 스팸메일로 들어가고 있는 건지, 혼자 벽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에 가끔은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메일 잘 받고 계시지요? 


1.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Albert Hammond

* 이 노래의 제목은 "제발 (경상도 사투리로 쫌~)"이라는 뜻이라네요. (전 인류의 평화를 위해) 좀 꺼져줄래? 그런 얘기라구요. 그동안 상상했던 인류의 평화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서 당황했습니다.*


Shankar is back(2019. 10. 2)

두 주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Shankar와 수요일이 되어서야 점심을 같이 하게 됐다. 점심 먹으러 갈 무렵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니, Shankar가 우산을 안 가져 왔다며 구내 까페테리아로 가자고 한다. 그러자고 하고 우산을 안 들고 로비에 내려갔는데, 비오는 상황을 보고 있던 Shankar가 비가 좀 잦아들었다며 밖으로 나가자 한다. 자기는 까페테리아 음식 정말 싫다며. 나도 같은 취향인지라, 약간의 비를 맞으며 정문을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비가 조금씩 내리는 상황이라 칠팔백미터 정도 걸어가야 하는 늘 가는 식당 대신 사무실 바로 앞의 식당으로 향했다.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루꼴라를 얹은 소고기, 그리고 병아리콩을 주문했다. 맛은 늘 가는 식당에 비해 현저히 못했다. 스파게티 면은 다 식고, 소고기도 맛없고(이태리 소고기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 외에는 맛이 없다는 게 내 생각), 심지어 병아리콩마저 간이 안 되어 있는데다 내가 좋아하는 정도보다 조금 덜 익힌 듯해서 전체적으로 별로였다. 콩 삶는 것도 비법이 있는 모양이다.

출장 다녀온 결과는 어땠냐고 하니, 한 마디로 엉망이란다. 프로젝트 진행상황 최종점검 출장이었는데, 피지의 경우 IFAD에서 보낸 돈을 반도 집행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물으니, 피지 정부의 행정역량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만드는 단계에서 정부가 직접 시행하는 부분은 별로 없고 NGO 등 민간부문에 맡겨서 하는 부분이 많도록 설계했는데, 실제 집행하는 단계에서는 정부가 직접 수행하겠다고 말을 바꾸면서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행정 부문의 역량이나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농업부 장관이 바뀌면 기존에 국제기구와 합의된 내용도 쉽게 번복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경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듯하다. 소수의 사람들이 이곳저곳 흩어져 살아서 일을 함에 있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행정력도 받쳐주지 못하는 섬나라 국가들은 아무튼 국제기구 사업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 Lemon tree, Fool's garden

https://www.youtube.com/watch?v=bCDIt50hRDs


Shankar와 잡담만 하는 건 아니다(2019. 10. 3)

점심시간이 다가 오니 오늘도 비가 조금 내리기 시작했다. 영어로 drizzle, 가랑비라고나 할까, 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Shankar와 나는 우산도 안 쓰고 늘 가던 식당 Antonio(식당 주인 이름이 Antonio인데 이 곳 사람들은 식당 이름은 안 쓰고 주인 이름으로 그냥 ‘Antonio네 간다’고 쓰더라)에 갔다.

다이어트 중이고 혈당 문제 등으로 탄수화물과 육류 섭취를 피하고 있는 Shankar는 생선 요리를 골랐고 나는 장 하던 대로 파스타, 치킨까스, 병아리콩을 시켰다. 나는 콜라도 시켰는데, 비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니 이제는 콜라가 좀 덜 당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한 아시아태평양국(Asia and the Pacific Division)의 전직원이 참여하는 지역별 워크샵을 11월 중순에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그중 현장견학(field trip) 부분을 Shankar와 내가 맡아서 짜고 있다 보니, 밥 먹으면서 내내 그 얘기만 했다. 다른 무엇보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잘 답이 안 나오는 현안문제로 되어 있다. 다양한 국적, 종교, 식성을 가진 수십명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면 ‘자 그냥 여기서 다 비빔밥 먹자’고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채식주의자도 있고, 이슬람교도라서 돼지고기를 안 먹고 할랄음식만 먹는 사람도 있고, 인도 사람이라 소고기를 안 먹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정 안 되면 도시락 싸면 된다고 둘이 얘기 하면서도, 이미 추운 한국의 11월에 옹색하게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 건 좀 그렇다는 데도 둘이 의견을 같이 한다. 한국 상황 좀 더 알아보고 판단하면 되겠지.

아, 사무관 시절에도 안해 봤던 사람들 밥 먹이는 걱정도 다 해 보는구나. 내가 너무 높은 데서 시작해서 차려진 밥만 먹은 것이여. IFAD에 와서 사무관 때도 안 해 본 일 많이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3. Another brick in the wall, Pink Floyd

https://www.youtube.com/watch?v=YR5ApYxkU-U


(2019. 10. 2~3)

어쩐지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삼국지교양강의>를 접어두고,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를 집어든다.

이런 회고록이나 비망록 류의 책은 어떤 때는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 자기의 업적을 과하게 자랑하다가 자뻑이나 자기우상화의 지경에 이르는 수가 있어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특히 농업 분야로서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다가왔던 사건의 기록인지라 차분히 읽어 보려 한다.

접어놓은 부분을 보니, 전에 3분의 1쯤 읽다가 내려 놓았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다 읽게 될라나 어쩔라나. 2011년 농업정책과장으로서 한미FTA 보완 국내대책 마무리하느라 하얗게 지샌 밤들이 문득 생각나니 갑자기 몸서리가 쳐진다.


이 책에서 특별히 눈에 띈 대목 몇 곳


"인생 살다 보면 항상 'Ready, Aim, Fire'(준비-조준-발사)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Ready, Fire, Aim'도 해야 하고 더 급할 때는 'Fire, Ready, Aim'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걱정 마세요. 내가 책임지고 알아서 할 테니."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 나같은 사람은 죽어도 이런 대책없는 짓은 못 하리라..


예~ 장관님

국가 간의 분쟁은 무력인 경우도 국가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예의를 지키는 것이 간례이다. 물론 지켜야 한다. 그러나 전례로 인해 국가에 미치는 불이익을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정책을 수립할 때 발상을 달리하여 일을 진행하면 항상 ‘전례’라는 교과서의 지침과 안내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실무자들이 장관을 추진력을 무력화하는 효과적인 무기다. 영국 장관이 쓴 <예~ 장관님>에 보면 장관이 추진하는 정책을 실무자들이 무력화시키는 5단계가 나와 있다.

1단계: “현 정부가 여러 가지 정책을 수렴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지금 장관께서 추진하는 사항은 핵심이 아닌 것 같습니다.”

2단계: 장관이 첫 단계를 무시하고 계속 추진하면 “의도는 참 좋고 어떻게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데 장관님이 제시한 방법이 최선이 아닌 것 같습니다.”

3단계 : 그래도 장관이 계속 추진하면 방법론을 떠나 시기를 강조한다.

4단계 : 장관들은 대부분 세 번째 단계에서 포기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계속 정책을 추진하면 “기술적, 정치적 또는 법률적인 문제가 있어서 이행할 수 없습니다.”

5단계 : “곧 선거철이므로 장관님의 정책을 이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김현종, 한미FTA를 말하다>

*늘공들은 변화를 싫어해…틀림없이 나도 그러고 있어..*


국제사회와 한국

1. 선진국들은 남북 간의 무관세 거래도 제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한국이 북한에서 수입하는 모든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하는데 다른 WTO 회원국들 상품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차별 대우이며 최혜국대우 원칙의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는 북한과의 거래는 민족 내부 거래이지 국가 대 국가의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WTO 회원국들은 북한도 유엔에 가입되어 있는 국가라며 반론을 폈다. 다시 말해 북한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든지, 아니면 자기네들 상품에도 무관세를 적용해 달라는 뜻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벼려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서독이 동독과의 민족 내부 거래 차원에서 무관세를 적용했을 때는 문제 삼는 국가들이 없었다. 국제사회에서 약자는 늘 억울하다.

2. 1874년 프랑스 선교사 샤를 달레는 한국인을 ‘착한 미개인’이라 지칭했다. 북학파의 선구자인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는 고종 치하에서 우의정을 지낼 때 사람들이 조선을 ‘예의의 나라’라고 보르는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본래 이 말을 추하게 생각한다. 천하만고에 국가가 되어 가지고 어찌 예의 없는 나라가 있겠는가? 이 말은 중국인이 이적 중에서도 예의가 있음을 가상히 여겨 우리를 예의의 나라라고 부른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것은 본래 수치스러운 말로, 이것을 가지고 천하에 호기를 부릴 만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 사람 1명


4. 보너스 트랙 : A little peace, Nicole


  한반도와 대한민국, 지구의 평화를 기원해 봅니다. 내 마음의 작은 평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말 행복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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