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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생활, 디다(2019. 10. 12)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주말 잘 보내고 계신지요?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로마는 저녁 7시인데 이미 사방이 어두워졌습니다. 외출 같지도 않은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 라면 하나 끓여 종가집 김치랑 함께 먹고 음악을 들으니 비로소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루는 기어가고, 일주일은 걸아가고, 한달은 뛰어가고, 일년은 날아간다..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구요. 그렇다면, 인생은 찰나지가넹 명멸할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생각잉 들었습니다. 작은 일에 너무 아웅다웅하면서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토요일 밤입니다.

1. 축복합니다, 들국화


송별식 겸 환영식(2019. 10. 10)

IFAD에 나와 있는 한국 인턴 후배들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지난 4월에 시작해서 내일까지 근무하고 이번 일요일에 귀국하는 김양진 군 송별 겸, 이번에 새로 온 손재원, 류지수 양, 그리고 이기선 군의 부임을 환영하는 자리라고나 할까.

매번 중국식당에 가곤 했는데, 왠지 질리는 느낌에 이번엔 일본 식당에 갔다. 양진 씨는 한국 돌아가면 제일 먼저 아버님과 삼겹살에 소주(‘소주’라 쓰고 “쏘주’라 읽는다)를 마실 계획이라고 한다. 이태리에도 삼겹살은 있지만,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이 안 난다나.

모인 김에 식당에서 일하는 분께 부탁해서 다섯 명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내 카메라에 잡히면 곧 페이스북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인턴 친구들이 모두 페북 친구 신청을 했다.

사진 두 장을 찍었는데, 한 장은 양진 씨가 눈을 감고 있고 다른 한 장은 지수 씨가 눈을 감고 있다. 할 수 없이 남자인 양진 씨가 그 부리부리한 멋진 눈을 양보하는 걸로..



2. 홀로아리랑, 서유석

홀로아리랑(2019. 10. 11)

점심 먹으러 가기 위해 만난 Shankar가 ‘변화를 좀 주고 좀 걷기 위해, 오늘은 맨날 가는 식당 가지 말고 전에 몇 번 갔던 다른 식당에 가는 것이 어떻냐?’ 고 물어온다. 뭐, 안 그럴 이유도 없으니 늘 가는 식당보다 약간 거리가 있는 이태리 식당에 갔다.

외관만 보고서는 무슨 음식인지 잘 모르겠는 음식(알고 보니 리조또 류)과, 참치 경단(?), 그리고 삶은 콩(병아리콩은 아님)을 시켰다. 주말 계획부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중에 Shankar가 자기네 부부는 다음 주에 태국 사찰에 간다고 한다. Buddhist lent가 끝나는 날을 기념하는 법회가 있고 그 기간에는 고기 먹는 걸 자제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중에 찾아보니 하안거 해제 기념 법회인 것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농림부로 복귀하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대답해서 얘기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히 한국 가면 지방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서울을 오르내리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게 되고, 2012년 부산부터 시작하여 지방근무 하면서 혼자 생활하는 게 친구도 없고 먹는 것 챙겨먹기도 힘들었다는 하소연으로 이어졌다. Shankar도 로마에 2008년에 처음 왔는데, 2013년에 부인이 합류할 때까지 사무실에서 멀리 떨어진(퇴근하는 데 두 시간 쯤 걸리는) 외곽에 살았고, 집 주위에 식당도 식료품점도 없어 배차간격 엄청 긴 버스 타고 장보러 가면 한나절을 다 잡아 먹었고 냉동식품을 쌓아놓고 음식을 조리하면 이삼일치를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꺼내 먹은 역사를 이야기한다.

지방에 근무하면서, 같은 도시에 절친한 친구 딱 한 명만 살고 있어도 견디며 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를 하며 돌아왔다. 한국 돌아가면 지방 오르내리는 삶을 또 퇴직할 때까지 이어가야 하는 현실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몇 년 쌓았던 내공이 있으니 이번에는 좀 나을까?



3. 서울의 달, 정태춘

 로마생활 디다 1(2019. 10. 10)

직장에서 제공하는 Iphone이 2년 반쯤 지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두세 시간이면 방전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 사용하기가 영 불편하다.

전산담당 부서에 문의했더니, 단말기를 바꿔야 하는데, 바꾸려면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오라 한다.

정보통신기기에 대해 잘 모르지만, 배터리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새 배터리를 교체하면 되도록 설계하지 않은 애플의 처사가 맘에 안 들고, 다른 방법에 대해는 일언반구도 없이 무조건 전화기 바꾸는 쪽으로 쉽게 접근하는 전산 부서도 맘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로마 근무 4개월 남았는데, 근근히 버티다 가야 하는 건지 새 전화기 구매 요청을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배터리 소모 속도를 줄이는 방법은 무식하게 포맷하는 방법 정도 밖에 없는 건가?


로마 생활, 디다. 2(2019. 10. 12)

토요일 아침 아침 9시 30분, 평상시 같으면 절대 외출할 시간이 아닌데 둘이 집을 나섰다. 아내가 귀국 준비 차원에서 네 개의 패딩을 찜해 놓고 자기 명의로 비용추계서(cost estimate)를 받아 왔었는데, 그렇게 해도 면세 승인 서류가 발급된다고 아내가 들은 것과는 달리 사무실에서 그걸 제출하니 무조건 내 이름으로 추계서를 받아와야 한다고 해서 새로 발급을 받으러 나선 것이다.

가게는 집에서 남쪽 방향으로 19km 떨어진 곳에 있는 까스뗄 로마노(Castel Romano). 차가 있으면 20분 이내에 닿은 거리인제, 이미 7월에 폐차하고 차 없이 살고 있는 처지라 동선이 복잡하다. 먼저 떼르니미 역까지 가서 까스뗄 로마노 가는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 셔틀 버스는 그제 인터넷으로 예약해 놓았는데 1인당 왕복 15유로 수준. 원래 예고되기로는 지하철이 10월 첫째, 둘째, 넷째 주 주말에 운행을 안 한다고 했었는데, 다행히도 예고와 달리 오늘 지하철 운행을 해서 떼르미니 역을 가기 위해 버스 타고 나가 한참 걸어야 하는 수고는 덜었다. 지하철 덕에 셔틀버스 출발 시간인 11시 30분보다 한 시간 이십 분 일찍 떼르미니 역에 도착한 지라, 역에서 멀지 않은 유명한 빵집에 가서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에 커피를 한 잔 했다.

버스에 들어가 앉자마자 졸고 있는데, 뒷차와 살짝 접촉사고가 있었는지 차를 세워놓고 운전기사가 왔다리갔다리,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졸았다. 까스뗄 로마노에 도착하여 패딩 파는 가게에 가서 서류를 내 이름으로 발급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쫙 풀어 놓으려믄데, 점원이 영어를 진짜 1도 못한다. Yes, No, Hello도 안 된다. 온 몸으로 바디랭귀지를 구사해서 결국 내 이름으로 된 서류를 발급받았다. 오늘의 임무 완성.

음식 맛있다는 식당에 들어가 파스타와 리조또, 모듬 튀김에 물을 시켜 먹었다. 별 거 안 먹어도 34유로. 옆 까페에 가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세 시 반에 떼르미니로 가는 버스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어, 물건을 살 것도 아니면서 신발이며 가방이며 구경을 했다.

버스 타고 떼르미니역에 오니 네 시 십오분, 역 근처의 한국식품정에 가서 떡국 떡과 김치, 라면 등을 집어들고 아맛나를 하나 사 먹었다. 이렇게 집은 게 또 20유로. 아내가 역에서 멀지 않은 곳의 베트남 쌀국수 생각이 난다고 해서 그쪽 방향으로 갔지만, 역시나 이태리답게 점심과 저녁 사이의 쉬는 시간. 콜로세움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170유로 면세 받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이미 아내가 처음 출격했떤 거랑 오늘이랑 찾으러 갈때랑 합치면 140유로 150유로 나올 것 같은 계산이 드니, 참 어이없다.

그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다녔어도 오늘 1만3천여 걸음. 지하철에서 아내는 "아, 디다"를 연발했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이었다. 요 며칠 로마 생활이 참 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넉 달 남았다. 사온 김치에 라면 먹고 놀아야지.


4. 보너스 트랙 : Quizas Quizas Quizas, Nat King Cole(영화 <화양연화> OST)

https://www.youtube.com/watch?v=2NMmgKPiAhw


 남은 주말 시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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