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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가을날씨(2019. 10. 17)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가을이 깊어 갑니다. 겨울잠 자는 동물들처럼 가을에는 몸에서 기운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몸이 준비를 하느라 살이 찌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천고마비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듯하빈다.


1.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여행스케치


인수인계?(2019. 10. 14)

Shankar와 늘 가는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한국 돌아갈 때까지 딱 4개월 남았다고 얘기하고, 내가 부임하기 전날 한국으로 돌아간 외교관 선배가 “이태리는 천국이다. 단, 인내하는 법만 배우면.” 이란 말은 남겼다고 하니, Shankar가 그건 그렇다고 하면서도, 해외 생활이란 게 다른 나라의 법률, 제도, 관습 등의 시스템을 모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 가든 어려운 점은 다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초기 적응 단계에서 내 자신 이태리 시스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지도 몰라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후임자에게는 인수인계를 잘 해 줘서 그렇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떠날 무렵이 되니 무엇을 인수인계해 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얘기를 했다.

얘기하다 보니, 말레이시아인으로 이태리에 와서 초기 정착하는 데 나보다 더 애를 먹은 Shankar의 얘기가 나온다. 외국인 등록증을 신청하고 3년이 지나도 발급이 안 된 일 등 그에게도 사연이 많다. 사실 나는 외교관 대우를 받는 비교적 높은 직급으로 왔기 때문에 정착 과정에서 조직 내 관련 부서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이고, 하위 직급인 그는 정착에 필요한 수많은 일을 몸으로 때워서 해결했을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이태리 시스템이 어쩌구 하는 얘기는 그 앞에서 하는 게 적절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아무튼, 오늘의 결론도 후임자에게는 그 외교관 선배가 남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 할 게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PS : 주EU 대표부 농무관으로 근무하러 브러셀에 갔을 때, 전임 농무관과 이틀인가 합동근무를 했는데, 그 선배가 사람 소개 몇 명 시켜주고 떠나 가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다 오쇼!”하고 떠나갔다. 결국, 브러셀에서 생활해 보니 그 말을 한 이유도 나름 있었고, 나도 브러셀 떠나올 때 후임자에게 비슷한 말을 해 주고 떠나왔다. 대사관 생활하면서 알아야 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그게 말로 어떻게 전달하기 쉽지 않은 것이 세상 사는 이치 아닐까 싶기도 하다.


2.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광석

https://www.youtube.com/watch?v=DomGkWQff_s


못 믿을 가을 날씨(2019. 10. 17)

아버지께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드렸다. 기억상으로는 추석 명절 정도에 전화를 한 듯하다. 뭐 하는 일도 없으면서 전화도 잘 안 드리는 걸 보면, 자식놈 키워봐야 참 공도 없다 싶다.

아버지는 친목계에서 여수, 순천 쪽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오셨다 한다. 여행 다니실 만큼 기력이 있으시다는 반증이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라고나 할까. TV 보는 건 기본 소일거리고 오전엔 뜸뜨고, 오후에 심심하면 동네 한 바퀴 돌고 가게 구경도 하신단다.

요즘은 무슨 반찬 드시냐고 했더니, 어제 새끼조기와 갈치를 드셨다 하길래, 이태리는 한국보다 바다생선의 종류나 양이 다양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고 한국만큼 어종이 풍부한 나라도 별로 없다고 말씀드렸다. 한국에는 있는 게 이태리에는 뭐는 있고 뭐는 없고 그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한국은 전쟁이라는 얘기, 남북한 축구를 중계도 관중도 없이 하게 된 얘기 등을 나누다가, 돼지열병을 농림부에 맡기시고 아버지는 즐겁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렸다.

건강은 어떻시냐고 하니, 똑 부러지게 좋은 것도 뭔 일 있는 것도 아니게 그만그만 지낼만 하다고 하시길래, 연세도 있으신데 20,30대 같을 수 있으시냐고, 그만하면 건강하시니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가을 날씨 좋은 것하고 늙은이 정정한 것은 못 믿는다.”는 말씀을 하며 옛날 손으로 농사짓던 시절의 벼 수확후 건조 과정과 가을 날씨와의 관계로 접어드셨다.

“사랑합니다.” 로 마무리하니, 무슨 말씀 하시려다가 ,”어, 그래”하고 마신다.

한국 출장 가기 전에 전화 한 번 더 드려야겠다. 나는 명수 전화 받으면 좋아하면서, 내 아버지께는 전화도 잘 안 하는 이율배반에서 헤어나야겠다.


3. Papa, Paul Anka

https://www.youtube.com/watch?v=Px8_z1uvc8Q


한상차림(2019. 10. 17)

Shankar와 점심 먹으러, 맨날 가는 안토니오 식당에 갔다. 조랭이 떡볶이 떡 모양의 뇨끼(Gnocci)와 감자 으깬 것(mashed potato), 병아리콩을 시켰다.

한국에서는 알기 어려운 열대 과일 얘기를 하다가, 내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 비준 과정에서 한국의 농림부 장관이 ‘관세를 5%로 낮추라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도 아보카도 관세율을 40%로 지켰다’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보고하다가, ‘대체 아보카도가 뭐요?’라고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에, 장관은 차관에게 고개를 돌리고, 차관은 1급들에게, 1급들은 국장들에게 고개를 돌리고, 국장들은 눈길을 피하는 상황이 된 얘기, 그래서 그 의원이 ‘어떻게 생긴 건지도 모르면서 관세를 지켜냈다고 자랑하는 거냐?’고 힐난을 받던 얘기를 해 주었다.

오늘 Shankar는 몇 달 전에 인도네시아 정부가 행정수도를 보르네오 섬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와, 이에 태국 정부도 수도 이전을 고려하겠다고 한달 쯤 전에 발표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인도네시아의 행정 수도 이전 결정은 자카르타의 기본적으로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고, 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나온 후에 결정된 것이라 한다. 그러나, 태국 정부의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얘기는 검토하겠다는 말뿐이고, 방콕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태국을 경제적으로 지배하는 1,000개 가문이 방콕에 기득권을 갖고 있어서 실행이 불가능하고, 방콕 인근 지역이 모두 잦은 홍수로 침수되는 지역이어서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그는 전했다.

밥 먹으러 가는 길에 문득 생각이 나서, Shankar 에게 갖은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전라도의 남도밥상이란 게 있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꼭 가보라고 권했다. 오전에 다른 날보다 배가 더 고프게 느껴져서인지 푸짐하게 차린 한상차림이 문득 그리웠나 보다.


4. 보너스 트랙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김동규

https://www.youtube.com/watch?v=eCeuIuoS5pA


 행복한 주말 맞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다음 주 초반까지는 음악메일 없을 것 같습니다. 10월 21일이 결혼기념일이라, 그 날 껴서 잠시 여행을 다녀올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