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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다행(2019. 10. 23) 作家의 꿈, 땡제이의 꿈


 애청자님들, 어느 새 한 주가 꺾이는 수요일이 저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10월말, 두 달여 뒤면 2020년을 맞습니다. 하루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에 끼어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길이라는 얘기를 되새겨 봅니다.

1. 커피 한 잔, 자두


천만 다행(2019. 10. 18)

미장원에 다녀왔다. 젊은 미용사 보조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이 그만두었는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고 나머지 한 명이 머리를 감겨 주고 나서 묻는다, "우주알레 컷?".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도 직감적으로 'usual cut?'이라고, 늘 깎던 대로 깎을 것이라고 영어로 묻는 것이라는 느낌이 스쳐갔다. "Yes, like last time. As usual!'이라고 답해줬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혹시 이태리말에 '우주알레(usualle) 그런 단어가 있는 건가 싶어 구글 검색을 해 보니 그런 말은 잘 안 보인다. 아무래도 미장원 사람들이 기초 영어회화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늘 하던 순서대로 머리를 깎는다. 언제나처럼 옆 자리의 손님과 미용사랑 수다를 떨어 가면서 일을 한다. 가끔은 머리 손질을 멈추고 수다에만 전념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머리 깎을 때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으니 말을 못 알아 들어도 사실 상관없는 일이긴 한데, 전혀 못 알아듣는 말이 미장원 안에 가득차 있으니 괜히 마음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 달여 뒤면 한국 돌아가고, 한 달에 한 번쯤 머리를 깎으니 이제 말 못 알아 들으며 머리 깎는 것도 세 번이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앉아 있는다.

머리를 거의 다 깎았을 무렵, 새로 들어온 나이 지긋한 미용사 보조 분이 다가와 커피를 마실 거냐고 물으면서, 디까페인 커피는 다 떨어졌다고 얘기를 한다('디까페인드 피니도', 알아 들었다!). 디까페인 커피 밖에 안 마신다는 뜻으로 '솔로 디까페이나도'라고 하니, 다시 '디까페인드 피니도'란다. 이번에는 미용사 아주머니까지 합세해서 '까페 도르조'를 마실 것이냐고 묻는다. 무슨 말인지 몰라 멀뚱하게 보고 있으니, 미용사 보조분이 구글 번역기를 이태리어->한국어 모드로 돌려서 보여준다. '보리 커피'란다. 그게 커피냐 (보리)차냐라고 물으니, 다시 '까페 도르조'란다. 지난 2년반 동안 디까페인드 커피만 마셔서 카페인에 지극히 민감해져서 커피 한 방울만 마셔도 잠을 설치는 나로서는 위험성이 있어 주저하고 있었더니, 미용사 보조분이 음성으로 뭐라고 구글번역기에 입력을 하여 내게 보여준다, '시도해 봐'라고 써 있다. 이 아주머니 내게 반말하고 계신지 아나 몰라..하면서, 마시겠다고 했다.

커피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집에 와서 구글 검색을 했더니, 보리를 에스프레소 커피 내리는 방식으로 내린 보리음료였다. 참 다행이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내 머리를 보고 "군인 됐네?" 한다. 우주알레 컷이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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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 커피 (이탈리아어: caffè d'orzo 카페 도르초[*]) 또는 오르초(orzo)는 이탈리아의 따뜻한 음료로, 보리차의 일종이다. 볶은 보리를 갈아서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내려 먹는 것이다.]



2.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하수영

https://www.youtube.com/watch?v=ZlHNWgkGk9Q


 베니스 여행(2019. 10.19~10. 21)

 10월 21일이 스물 네 번째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미리 휴가를 내 놓고, 결혼기념을을 껴서 베니스에 다녀왔습니다. 티격태격하며 살아온 24년이었지만, 둘이 베니스에 다녀오니 좋았습니다.

 벨기에 근무하던 2005년 6월에도 1박2일로 베니스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아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베니스에 가고 싶다고 해서 꼭두새벽에 라이언에어를 타고 베니스에 갔었습니다.

 르네상스기 무렵에 상업과 무역업으로 번성했던 도시라고 하지만, 작은 섬들을 다리로 이어이어 붙여서 사는 베니스의 삶이 녹록해 보이지도 풍성해 보이지도 않기는 했습니다. 식재료 공급이 다른 도시보다 어려워서 그런지, 음식도 다양하지 않고. 베니스를 보러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방문객 수를 쿼터제로 묶던지 방문허용기간을 따로 정하든지, 아무튼 관광객들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요구가 베니스 사람들 사이에는 있다고 하네요.  

  다녀온 뒤에 얘기 들어 보니,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비가 와서 장화 신고 다녀야 할 수준이고, 지금이 베니스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하네요. 소뒷걸음질 치다 쥐잡은 격입니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하늘, 실외



3. Anak, Freddie Aguilar

https://www.youtube.com/watch?v=-n-2lPzH7Do

 아들내미 명수가 두 번째 기업체 인턴을 시작했습니다. 휴학이나 군대 문제 등과 관련해서 모종의 결심을 했거나 생각중인 것 같은데, 부모와는 상의하지 않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왠지 섭섭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아내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뒤에 아내나 저나 아들내미가 자기 인생에 대해 자기가 고민해서 길 열어가는데 받아들이고 축복해 주는 걸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저도 생각해 보니 스물 세 살 때면 이미 부모와 상의해서 뭘 하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더라구요. 아들내미가 그럴 나이가 된 것임을 받아들여야죠.

 옛날부터 저는 자식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말해 왔었는데, 막상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에 닥쳐서는 아들 인생에 개입하려 드는, 저 자신의 생각이나 말과 모슨되는 행동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 말고도 많은 부분에서 제가 그러고 있겠지요? 사람이 언행일치해야 한다고 늘 주장하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현실, 스스로 조심해야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


4,. 보너스 트랙 : My way, Frank Sinatra

https://www.youtube.com/watch?v=YybMM0clSwE


1년중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행복한 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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