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22/11/28 16:34
- 퍼머링크 : tangchil.egloos.com/11417993
- 덧글수 : 0
(모짜르트, <현악오중주곡 G단조 K.516)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맨날 10시 전후에 잠자리에 들다가, 가나와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느라 오랜만에 늦게 잤네요. 태극전사들 정말 잘 했는데 '석패'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경기였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꼭 이기고 16강에 오르기를 기원해 봅니다.
'적당히', '대충' 이런 말들을 쉽게 쓰는데, 실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 그런 상태를 바라는 것이 엄청난 욕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말도 일리가 있더라구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모짜르트, <현악오중주곡 G단조 K.516>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모짜르트의 <현악오중주곡 G단조 K.516>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클래식 음악을 오래, 전문적으로 들은 사람은 악기의 연주를 들으면서 작곡가가 그 소리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 지도 상상이 되는 모양이네요..^^
------------------------------ -
"죽음이란 것은 우리 삶의 마지막 목적지이고, 저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좋은, 참된 벗인 죽음과 이미 친숙해졌기 때문에 죽는다는 생각이 두렵기는커녕 반대로 위안과 안도감을 느낍니다. 저는 아직 젊지만 잘 때마다 '오늘 밤에 잠들면 다시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 때문에 제가 침울해 보인다거나 슬퍼 보인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모짜르트는 1787년 4월 4일 아버지에게 이렇게 썼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민감한 모짜르트는 늘 죽음을 생각했고,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는 날의 소중함과 경이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삶의 비극적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이 진정 즐거운 사람"이라는 마른 모짜르트에게 완벽히 적용된다.
현악사중주에 비올라 1대를 추가했다. 그래서 비올라 오중주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G단조 오중주곡에서 모짜르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피곤해, 난 슬퍼..." 삶에 지친 한 인간의 독백은 탄식으로 이어진다. "삶이란 건 언제나 슬펐어. 삶에서 다른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어?" 모짜르트는 칭얼대거나 고함치는 대신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에 잠긴 채 노래한다. "하지만 삶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나는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도 언제나 삶을 사랑했어." 그리고 문득 찾아오는 깨달음! "그래, 나는 하느님과 화해했어, 그래서 삶의 긍정할 수 있었더!" 재현부로 돌아오면 삶은 긍정하는 대목마저 단조로 나온다. 여기서 모짜르트는 침착하게 말한다. "여전히 슬퍼. 하지만 나는 변함없이 삶을 사랑해."
------------------------------ ---
2. 변진섭, 너무 늦었잖아요
모든 일에는 적합한 때, '타이밍'이 있다고 하죠. 경험상 타이밍은 '아직은 조금 이르지 않나.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하지 않나' 싶을 때가 딱 제때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직장에서 '반 걸음만 앞서 가라'고 얘기하던 선배가 가졌던 느낌도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 걸음'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반 걸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 그렇게 긴가민가하는 생각이 들 때를 타이밍으로 삼으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 ---
영원한 것은 없다(2019. 11. 29.)
살다 보면, 어떤 때는 지금 이 순간 벌어지는 일들이 평생 반복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는 한다. Shankar의 장기간 출장으로, 늘 가는 식당에서 오늘 혼자 먹는 이 메뉴도 너무 익숙해서 평생 이 식당에서 이것만 먹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이런 파스타, 치킨까스, 병아리콩의 조합을 아무리 많이 접해도 서른 몇 번이면 끝이다. 그러면, 나는 점심 때 칼국수를, 콩나물국밥을, 순대국밥을, 된장찌개를, 설렁탕을 먹고 있을 것이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공간에 있을 것이다.
내일모레면 12월, 한국으로 돌아갈 시기가 훅 다가오는 느낌이다. 내일은 아내가 봐 둔 로마시내의 ‘마시쩡(MSG를 그렇게 부른다 하더라)’ 많이 쓰는 파스타 집에 가 보기로 했다. 로마 시내에 들어갈 날짜도 별로 많이 남지 않았다. 여름 휴가 때 로마를 휘젓고 다니며 유명관광지 아닌 곳까지 다닌 게 지금 보니 딱 타이밍이 맞는 선택이었다. 세상 일 그렇더라, ‘벌써 이걸 해야 하나? 조금 이르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때가 사실상 딱 적절한 타이밍인 경우가 많더라.
------------------------------ --
3.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지금 기준으로는 60대가 노부부라고 얘기하는 게 잘 안 닿네요. 우리 부부도 몇 년 있으면 '노부부'가 되는 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4년 전에 결혼생활 60년을 넘기셨고, 그 얼마 뒤에 어머님이 먼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60년이란 세월은 사실 상상하기에도 너무나 긴 시간인지라, 그렇게 해로하고 헤어지는 마음이 어떨지 짐작하기 조차 어렵네요.
------------------------------ ---
부모님 결혼 60주년(2018. 11. 29.)
막내동생 김보균이 오늘이 양력으로 부모님 결혼 60주년이라고 포스팅하더니, 메신저로 내게 개별적으로 알려 주었다.
아버지께 카톡 전화를 했다. 형님 내외와 막내동생과 함께 막 저녁을 다 드셨다 한다.
"아버지, 오늘이 결혼 60주년 기념일이시라면서요? 축하드려요!"
"뭐 축하할 일이라고..음력으로는 10월 19일 월요일이었다."
"엄청 축하받을 일이죠. 엄마가 살아 계시니까 결혼 60주년도 함께 맞으시고."
"살다 보면 다 닥치는 거여. 병원에 다녀왔는데 내가 가도 아는 체도 못하고 내가 말해도 못 알아 듣는데, 그게 산 것이 산 것인가..."
"그래도 엄마 살아 계시니까 같이 기념일도 맞고, 결혼하고 산 것만 환갑이신 거잖아요. 축하드려요."
엄마가 파킨슨병을 앓으신 지 여러 해이고, 작년 초부터는 요양병원에 계시면서 계속 상태가 안 좋게 진행이 되는 상황에서, 결혼 60주년을 함께 맞는 건 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이었다.
"그래, 매산(엄마 친정) 마당에서 느그 엄마 처음 얼굴 본 지가 만 60년 됐구나."
"그 전엔 얼굴도 못 보고 결혼식 당일 날 얼굴 처음 보신 거예요?"
"결혼식날 처음 봤다. 너에 큰 이모만 그 전에 봤고. 큰 이모가 방앗간을 해서 나는 방아 찌러 다니느라 몇 번 봤지."
"얼굴도 모르고 결혼하셨구나!"
"매산 마당에서 처음 봤지....낮에는 술 못 마시고 저녁 때 사람들마다 따라주는 막걸리 마시고 또 마시고 노래하고 또 노래하고 그랬다."
"아이구, 신방에 일찍 들어가셔야지 술 계속 드셨어요?"
"신방에 몇 시에 들어갔는 지도 몰라. 열두 시에 들어갔는지 새벽 세 시에 들어갔는지...매산도 전부 술꾼이라..."
술 마신 이야기, 술버릇 안 좋았던 친구 이야기, 그렇게 술 이야기로 넘어가시길래, 내가 끼어들었다.
"처음 봤을 때 어머니 어땠어요?"
"생각 안 나. 니 엄마 그때 열아홉 살, 나 스물 한 살이었으니까.."
"에이, 첫인상도 기억 안 나신다고요?"
"결혼식 사진으로 봤잖아?"
"지금 제 나이에 그 때 사진 보면 엄마 결혼식 때 애기였어요. 이쁜 새색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끊었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 소원 성취하신 건 좋은데, 축하받아야 할 우리 엄마는 혼자 병원에 계신다. 엄마, 아버지, 결혼 60주년 축하드려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식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드려요. 남은 날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해외 나와 있다고 미리 선물같은 거 못 챙겨서 죄송해요. 사랑합니다.
------------------------------ ----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