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22/12/08 05:34
- 퍼머링크 : tangchil.egloos.com/11418323
- 덧글수 : 0
(쇼팽 에튀드 <겨울바람>)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3주 가량 지나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실감이 안 되네요. 서른, 마흔처럼 다른 나이보다 더 왠지 묵직하게 다가오는 나이가 있는데, 내년에 맞을 나이도 그렇게 다가옵니다. 오십보다는 환갑에 더 가까와진 나이라는 게, 그렇게 느껴지네요.
오늘은 '나이값' 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찌르는 비수처럼 다가오네요. 지금의 내 나이에 걸맞는 값은 무얼까? 질문을 던져 봅니다. 막연하게나마, 더 많이 가지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나이 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고 더 많이 나누어야 한다는 견해가 그럴싸해 보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쇼팽 에튀드 <겨울바람>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쇼팽 에튀드 <겨울바람>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대개 협주곡, 고향곡처럼 30, 40분은 훌쩍 넘어가는 곡들을 전해 드려서 감상에 부담이 될 거라는 염려가 있는데, 오늘은 4분이 안 되는 소품같은 곡을 전해 드리게 되어 안심이 됩니다.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보았음직한 선율입니다.
------------------------------ ----
왼손이 포르티시모로 주제를 연주할 때 오른손의 차가운 화음이 눈보라처럼 쏟아진다. 폐결핵이 시작되고 마리아 보진스키와의 사랑이 멀어진 작곡했기 때문일까. 쇼팽의 영혼에 겨울바람이 매서운 극약처럼 몰아치는 것 같다. 하지만 쇼팽은 나약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한 겨울바람이 아니다. 오른손이 피할 곳 없는 혹독한 겨울바람이라면, 왼손은 그 바람에 당당하게 맞선 쇼팽의 의지라 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들은 이 작품이 '극악하게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쇼팽의 에튀드는 한 곡당 하나의 특별한 테크닉을 익힐 수 있도록 작곡했는데, 이 곡은 손목을 회전시켜서 연주하는 '스핀' 주법을 위한 곡이라고 한다. 평론가 루드비히 렐슈타프는 "손가락이 비뚤어진 사람이 이 곡을 연습하면 손가락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대학 내내 이 곡을 쳐야 한다고 한다. "음대를 졸업하니 제일 좋은 건 쇼팽 에튀드를 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한다니, 얼마나 고된 훈련을 요구하는 곡인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이 곡을 포함, 쇼팽의 에튀드는 단순히 기교 연습에 머물지 않고 독창적인 예술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주회 레퍼토리로 자주 올라온다.
이를 악물고 이겨내야 할 고통이 닥쳐왔을 때 쇼팽의 <겨울바람>을 들어 보시길...
------------------------------ ---
2. 커피소년, 영어
대사관(주EU대표부 농무관)과 국제농업기구(IFAD 국제농업개발기금) 근무를 포함해서 국제업무를 한 게 12년 4개월이니까, 영어로 꽤 오랜 기간 일을 했지만, 여전히 외국어는 낯설고 힘이 듭니다. 로마 파견 가기 전 몇 달간 미국인 강사와 전화영어로 농업 얘기를 나누었는데, 언어도 문제지만 업무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서 쉽게 얘기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고수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
진정한 고수(2016. 12. 8.)
동시통역대학원생 강사의 ‘(묻기는) 쉽지만 (답하기는) 쉽지 않은’ 질문은 어제 저녁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적어가며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지라, 바로 복기를 하면 조금 나은데, 몇 시간만 지나고 나서 생각을 해 내려면 도무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세월의 힘 앞에 기억력은 점점 무력해집니다. 그래서 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못쓰는 글씨로 기록하는 것이 총명한 기억력보다 낫다는 말이지요.
(FTA)로 인한 관세철폐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한우산업이 위기라는데,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소비자의 잔류농약에 대한 우려가 큰데 대책은 뭔지, 농업생산성이 높아진다는데 농가소득은 높아지지 않는 현상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이제는 어쩌면 질문이 반복되는 느낌도 듭니다.
가끔은 정부의 공식 입장같은 이야기를, 가끔은 나의 사견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질문하는 내용들이 대개는 수십년 묵은 농업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들이고 쉬이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도 쉬운 언어로 간명하게 답을 해내야 진정한 고수가 되는 거라는데, 매번 영어공부를 할 때마다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해당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 거기서 나오는 나름의 해법을 갖고 있지 않으면 허당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
3. La vita e bella(동명의 이태리 영화 주제곡)
인생영화라고 할 만큼 감동받았던 이태리 영화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제곡입니다.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 갇혔지만, 아들에게는 수용소가 현실이 아닌 놀이인 것처럼 인식시켜 주려하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은 가스실에서 생명을 잃지만 아들은 탈출시키는 부정을 그린 이야기에 어찌나 눈물이 났던지요. 이 선율을 들으면 로마 살던 기억이 더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 --
바티칸 투어의 연장자(2019. 12. 8.)
바티칸 미술관과 성베드로 대성당 가이드 투어를 했다. 아내는 여섯 번째 가는 거고, 굳이 뭘 가냐는 나를 보여주려고 굳이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 분이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작품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들었던 얘기도 많았지만, 책에서 보던 이야기를 실제 작품으로 보니 참 거장들이다 싶었다.
다섯 시간 밖에 안 되는 투언데도 꽤나 힘들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정화(일본 사람들이 '천지창조'라고 명명한 건 명백한 오류라 한다. 4년 6개월간의 천정화 프레스코 작업 끝에 오른 팔이 뒤틀리고 물감 성분이 눈에 많이 들어가 오른쪽 눈이 실명된 미켈란젤로는 정나미가 떨어졌는지 자기 작품에 이름도 안 붙이고 작품이 끝나자 마자 피렌체로 휑하니 가 버렸다 한다.)에 대해 입장 전 설명을 하던 가이드는 하나님이 아담의 코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을 설명하다가, "여기서 제일 연장자 분이 옆에 남자 분한테 코에 기운 불어 넣는 걸 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잠시 아무 생각없이 있다 보니,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는 듯 느껴져서, "제가요?" 했더니, "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 보라는 동작보다 내가 제일 연장자라는 사실이 더 당황스러웠다.
베드로성당은 크긴 크고 작품들이 웅장했지만, 예전에 왔을 때처럼 놀랍지는 않았다. 로마에 하도 대단한 게 많아서. 피에타 작품은 1971년가에 어떤 남자가 망치로 훼손한 사건 이후 방탄 유리 안에 모셔놔서 근접해서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조각품은 가까이서 봐야 섬세함을 즐길 수 있는 건데.
------------------------------ -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