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22/12/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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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교향곡 6번 A장조 2악장)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토요일 오전은 정말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해지는 좋은 시간대인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결혼식 참석, 아버지 생신 가족모임, 친구 부친상 조문 일정이 있어 조금 분주하게 보낼 것 같습니다. 다 '사람 노릇'에 관한 일이네요. 사람 노릇,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자연의 뜨거움과 차가움과 뜨거움은 피하기 어렵지만, 세상의 차가움과 뜨거움이 더 피하기 어렵고, 그래도 더 피하기 어려운 건 마음의 뜨거움과 차가움(얼음과 석탄)이라고 채근담은 말한다.
진실로 뜨겁고 차갑고 천둥치고 벼락치고 너울지는 건 내 마음이로구나. 마음.]
1.브루크너 교향곡 6번 A장조 2악장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 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브루크너의 고향곡 6번 A장조 2악장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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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의 저자 최은규 씨는 브루크너를 "느린 악장부터 들으라"고 권한다. 교향곡 6번의 2악장 '느리게, 아주 경건하게'는 그의 교향곡 중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라고 여겨진다. 현악이 부드럽게 감싸고 오보에가 애틋하게 노래하는 첫 주제, 현악이 카논처럼 이어지며 어우러지는 둘째 주제는 '천상의 음악'이라 할 만하다. 영국의 음악학자 도널드 토비는 이 아다지오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썼다. 가장 아름답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마지막 코다 대목이다. 오보에가 고요히 노래하고 현악이 이를 받아줄 때, 가냘프게 떨리며 불협화음을 이루는 현악의 앙상블은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름답다.
작곡자가 '아주 경건하게(Sehr Feierlich)'라고 표시한 이 느린 악장은 에로틱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기뻐하라 화호하라>같은 모짜르트 종교음악이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들었듯, 브루크너 교향곡의 느린 악장도 거룩한 것과 에로틱한 것의 경계에 있어서 흥미롭다. 브루크너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어린 여성만 좋아하는 '로리타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한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말러는 신을 추구한 사람이었고 브루크너는 이미 신을 찾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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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싸이, 아버지
내일이 아버지 85세 생신이어서 오늘 형제들이 본가에 모입니다. 아버지 생신 무렵이면 아버지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곤 했던 모양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아직 우리 곁에 잘 계셔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만, 예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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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3(2018. 12. 10.)
사랑하는 아버지, 부치지 않을 편지이지만 사랑한다는 말로 시작을 해 봅니다.
저의 아버지에 대한 뚜렷한 첫 기억은 홍은동 산꼭대기 살던 시절로 돌아가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다섯 살이나 여섯 살 때였을 것 같아요. 일곱살 때 성산동으로 이사했으니까 아마 그 무렵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대나무와 아마도 창호지 등을 구해와서 연을 만들어 주셨어요. 저는 설레이며 아버지가 연을 만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었고, 제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어린 아들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준다는 기쁨에 흐뭇한 미소를 띄우면서 연 만들기에 집중하셨던 것 같아요. 아니, 그 기억이 사실과 달라도 좋아요. 제가 간직한 아버지와의 첫 기억이 아버지와의 기억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기억이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좋으니까요.
저 국민학교 시절의 아버지는 엄하지만 잔소리는 별로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사소한 일에도 잘못한다고 생각하면 잔소리도 하고 매도 들던 엄마와는 달리,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쇠절굿공이나 요강을 들고 있게 하고 육체적인 폭력은 일체 가하시지 않았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렇지만, 국민학교 4학년 겨울방학 기차길옆 동네에 살 때,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제가 크게 잘못했다고 하시면서 잘못을 인정하라 하시고 저는 아무 잘못한 것이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제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거면, 집에서 나가라. 꽤 할딱 벗고 나가라!"라는 아버지 말씀대로 옷을 홀랑 다 벗고 추운 길거리로 뛰쳐나갔던 그 날의 일은 어쩌면 주먹으로 맞은 것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아마 홀랑 벗고 뛰쳐 나가면서 '설마, 이 추위에 내가 나가도록 그냥 계시겠어? 붙잡으시겠지. 가족 중 누구라도 붙잡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설마가 사람을 잡은 거죠. 아무튼, 그 날 이후 아버지께서는 천둥벌거숭이같은 저의 행동에 대해 일체 간섭을 하시지 않으셨던 걸로 기억해요. 어찌 보면 독립을 얻었지만 속으로 멍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중학교 입학하던 1980년 무렵에 아버지는 잡화장사의 운송수단을 용달차에서 1톤 포터트럭으로 바꾸셨죠. 아마도 1980년 여름방학 때인지 아니면 학기중의 일요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포터 조수석에 앉아 장사하시는 데를 따라 서울과 근접한 경기 북부 일원을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연 만들어 주시고 저는 바라보던 모습에 버금가게, 함께 해서 행복했던 순간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을 못하지만, 아마도 1981년쯤이겠지요, 성산동 기차길 옆으로 처음으로 집을 사서 이사간 얼마 뒤 아버지께서 "무허가주택이지만 내 집을 가져서 너무 좋다."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1969년에 서울로 이사온 이후 주민등록등본의 주소란을 더 채울 수 없어 장수를 바꿀 때까지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던, 그래서 이사를 너무 많이 다닌다는 이유로 국민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에게 "너희 아버지 간첩이냐? 뭐 이렇게 이사를 많이 다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했던 그 지긋지긋한 주거불안정을 끝낸 아버지의 마음이 그지없이 기뻤을 걸 저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아버지, 참 감사합니다. 여든 한 살의 나이시지만 아직도 정정하게 계셔 주신 것이 제일 고맙습니다. 섭섭했던 일도 없던 건 아니고, 어렸을 땐 아버지가 업종 전환이라든가 해서 돈을 좀 많이 벌어서 엄마가 집에 계실 수 있었으면 바라기도 했고 그래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부모님 두 분이 힘을 합쳐서 자식들 잘 키우신 것 자체가 크게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학교 다니며 받았던 우등상장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이거 아버님이 주시던데?" 하며 상장을 죄다 넣은 앨범을 내밀더라구요. 그렇게 모아 놓으시지 말고 그냥 그때 그때 "수고했다. 잘했다." 이렇게 말해 주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게 얼마 전까지도 갖고 있던 아쉬움이었어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아버지는 아버지 타고난 성품대로 사신 것을. 단지, 저는 아들내미 명수에게 "수고했다. 잘했다."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받고 싶었던 걸 애에게 주고 있는 거죠.
아버지, 한국 날씨가 몹시 차다고 하네요. 내일도 엄마 병원에 가실 거죠? 따뜻하게 하고 다니셔요. 엄마와 통화할 수 없으니, 로마에 있는 둘째 아들이 엄마 사랑한다고 하더라고 꼭 전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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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월과 오월, 욕심없는 마음
'욕심'이란 단어도 많이 들여다 본 주제어입니다. 불가에서 버리고, 비우라고 얘기하는 것이 욕심에 관한 얘기일 텐데, 실체가 없는 듯한 그 말이 사실은 현실의 장면 속에서는 실천이 너무 어려운 한 마디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알아채기'만 해도 중간 이상은 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아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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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없는 마음?(2019. 12. 10.)
나는 욕심이 없어
늘 그렇게 주장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나는 욕심이 많아
많아도 너무 많아
이게 진실이다
버리라고 들었다
버릴 게 뭐가 있어?
난 들고 있는 게 없는데
그렇게 되받아쳤다
얼마나 많은 허접한 욕심들을 품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것을
버리자
정말 버리자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자
텅 빈 마음바닥이 보일 때까지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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