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시간 : 2022/12/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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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오늘은 편지 배달이 늦었습니다. 2022년의 마지막 연차휴가를 내어 돈암동 집에서 여유로운 게으름을 부리고 있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인생이란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라는 말을 누군가 했는지 모르겠네요. 추워도 살고 더워도 살고 무거워도 살고, 그렇게 꾸역꾸역 1년 살아낸 애청자님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신에 대해서, 자기 인생에 대해서, 환경에 대해서,
"Good enough"이라 생각하는 게 사는 데 보탬된다더라..
Good enough!]
1.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100분 정도의 발레곡이라 길지만, 크리스마스 무렵이니 여유있게 틀어놓고 있어도 될 듯합니다. 언젠가는 무대에서 실황공연을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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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어린이들이 가장 설레며 기다리는 날은 크리스마스 아닐까? 이맘때 놓칠 수 없는 작품이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독일의 소설가 호프만의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이 원작이다. 클라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인형을 안고 잠이 든다. 꿈에 생쥐 떼가 나타나 집 안을 휘저어 놓자 호두까기인형이 생쥐왕과 결투를 벌여 물리친다. 호두까기인형은 멋진 왕자로 변하여 클라라와 함께 과자와 요정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데, 밤이 깊어가고 흰 눈이 내려 쌓일 때 '눈꽃송이 왈츠'가 펼쳐진다.
1막은 발랄한 전주곡과 파티 행진곡, 생쥐왕과의 결투, 눈꽃송이의 왈츠가 환상적이다. 2막은 스페인 춤, 러시아 춤, 아라비아 춤, 중국인형의 춤, 봉봉과자의 춤, 갈대피리의 춤 등 재미있는 춤이 계속 나온다. 마침네 '꽃의 왈츠', 이 발레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목관의 서주에 이어 하프가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는다. 여러 악기의 다양한 음색에서 화사한 꽃의 색채를 상상해도 좋을 것 같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이인무에서 왕자와 클라라는 사랑을 확인한다.
1891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 곡을 의뢰했을 때 차이콥스키는 매우 우울한 상태였다. 깊은 교감을 나누던 후원자 폰 메크 부인이 일방적으로 교신 중단을 선언한 직후였다. 차이콥스키는 상심해서 급속히 늙어 갔고, 어린이를 위한 즐거운 크리스마스 발레 음악을 쓸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마린스키 측의 끈질긴 설득에 굴복, 피콜로, 하프, 첼레스트 등 재미있는 악기를 활용하여 어린이들의 즐거운 환상을 자극할 수 있는 이 발레를 작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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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광조, 나들이
목적한 바 따로 정한 곳 없는 긴 여행이 스무살 청춘의 시기에는 하나의 꿈이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뭐든 생각나는 대로 질러봐도 되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지나보낸 게 아쉽다는 생각이 남았습니다. 나이라는 게 상대적인 거라, 지금 이 나이도 10년 뒤에 보면 '뭐든 할 수 있는 좋은 나이였다'는 평가를 하게 될 지 모를 일입니다. 남 상하게 하는 일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마음껏 해 보고 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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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2018. 12. 23.)
로마도 크리스마스 연휴를 시작하는 밤이 깊어갑니다. 거실 유리창에 비친 우리 집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을 보다가 잠시 몽상에 잠겨 봅니다. 굽이굽이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걷가가, 잠시 멈춰 망망대해 바다의 풍광도 지켜보기도 하고, 바닷가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도 기웃기웃 보는 그런 조금 긴 나들이를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부산이어도 좋고 강릉, 속초여도 좋고, 제가 아직 가 보지 못한 강원 남부나 경북 북부의 해안가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서해안이나 남해안 어디도 좋고, 조금 큰 섬의 둘레길이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에 이루지 못한 꿈이 하나 있다면, 훌쩍 떠나는 무전여행이었습니다. 뭔가 현실이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고 살아서였을까요, 종종 산으로든 바다로든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충동이 늘 마음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최대한 감행한 것이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동해안 놀러가다가 교통사고가 난 뒤 행정고시 2차 시험을 한 과목만 치고 빠져나온 뒤, 그날 밤인가 혼자 훌쩍 떠난 여수행 야간 열차 여행이었습니다. 교통사고가 난 직후 서울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떠오른 생각이 다시 기억납니다. "언제 세상 떠날 지 모르는 인생, 괜한 고민하지 말고 행복해 하는 거 하며 즐겁게 살자.", 대강 그런 거였죠. 생각이 왔다갔다 많은 와중에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불쑥 밀려 올라와 무작정 용산역에 가서 집어탄 게 여수행 열차였습니다.
무작정 혼자 떠나기 쉽지 않은 지금에 와서 보면, 대학 시절 훌쩍 떠나고 싶은 그 충동에 나를 맡겨 보았다면 괜찮았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도, 훌쩍 떠나는 여행도, 연애도, 일하는 것도 다 적당한 때가 있는 법인 것 같으니까, 그 때를 틈타서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얘기하다 보니, 이 노래처럼 훌쩍 떠나 발길 따라서 걷는 나들이를 정말 하고 싶어지네요. 한국도 요즘 둘레길이며 여러 가지 걷기 좋은 길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기회가 닿으면 열심히 다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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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arih Care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어제 '연말피로감'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아니면 내가 조합을 해서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해가 바뀌는 장치가 있어서 그나마 인간이 살아갈 수 있게 정리정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피로감..있는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의 몸과 마음엔 그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End-of-year fatigue?
잘 했건 못 했건 아무튼 한 해를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주는 무게란 게 있고, 연말피로감은 그런 무게가 가장 심하게 느껴지는 철의 느낌인 거다.
열흘 뒤면 해가 바뀐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건지. 해가 바뀌는 의식ritual이 없으면 인생이란 게 뒤로 갈수록 얼마나 무겁겠나 싶다. 해 바뀔 무렵에 지나간 해의 묵은 과제중 털어낼 건 털어내고 추가할 건 추가하고 하는 정리과정을 개인이든 조직이든 갖게 마련인데, 이게 인생이라는 긴 테마를 작은 주제로 잘라주는 역할을 해 줘서 사람이 그런 대로 살 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지금 생각엔 2022년 남은 아흐레를 건너뛰고 바로 2023년이 시작되도 좋을 것 같다. 2022년에 대해 아쉬운 것 없고, 새해가 시작되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게 될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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