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델리오> 중 '신이여, 이곳은 어둡습니다'(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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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델리오> 중 '신이여, 이곳은 어둡습니다')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기억이 사실과 다를 수 있지만, 어릴 적에는 봄꽃들이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피었던 것 같은데, 기후변화 탓인지 지금인 모든 꽃들이 동시에 피어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더 화려한 풍경을 보게 되서 좋은 건지, 기후변화의 재앙적 영향을 걱정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사소한 일에도 자존심 빳빳하게 세우며 살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네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지금 뻣대고 있는가? 그냥 해 주고 말지..'. 그냥 그렇게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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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베토벤 <피델리오> 중 '신이여, 이곳은 어둡습니다'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한 곡 선곡하기 시즌 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중 '신이여, 이곳은 어둡습니다'를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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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 플로레스탄은 어두운 지하 감옥에서 죽어가고 있다. 형무소장 피사로는 자기 비리를 폭로한 플로레스탄에게 원한을 품고 그를 죽이려 한다.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가 남자로 변장하고 '피델리오'라는 이름으로 형무소에 잠입해서 플로레스탄을 구출하려 한다. 피사로가 칼로 플로레스탄을 찔러 죽이려는 순간, 레오노레가 권총을 뽑아 들고 막아선다. 이때 법무장관의 도착을 알리는 트럼펫 시그널이 멀리서 들려온다. 정의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베토벤은 이 작품에 각별히 집착했다. 차가운 감옥에서 죽어가는 플로레스탄은 고독 속에 신음하는 베토벤 자신의 모습이다. 2막 첫 장면, 플로레스탄의 아리아는 베토벤 자신의 독백이다. "신이여, 이곳은 어둡습니다. 이 텅 빈 곳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 잔인한 시련이여!" 죽음을 무릅쓰고 남편을 구출하는 레오노레는 베토벤이 꿈꾼 이상의 여인이다. 그녀는 죽어가는 플로레스탄에게 빵을 주며 말을 건넨다. "불쌍한 사람, 당신을 자유롭게 해 드리겠어요." 부드러운 레오노레의 목소리는 베토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1막 '죄수들의 합창'(*)은 상쾌한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은 만인의 것이며, 신체의 자유는 생명처럼 소중하다고 노래한다. 2막, 자유의 몸이 된 죄수들이 장관 앞에 감사를 표하자 장관은 "나는 형제로서 형제들을 구하러 왔을 뿐"이라며 "전제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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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들의 합창*

2. 버스커버스커, 벚꽃 엔딩

벚꽃 필 시즌이면 언젠가부터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벚꽃 엔딩>은 작사작곡가에게는 '벚꽃 연금'이라지요?
어제는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오후 네 시가 조금 안 되어서 충동적으로 고궁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창경궁으로 입장해서 창덕궁까지 산책했습니다. 벚꽃, 매화,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등 봄꽃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잎이 먼저 나오는 나무들은 연두빛 새 잎들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꽃구경 나온 사람들이, 피어난 꽃들만큼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쌍쌍으로 나선 청춘들이었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꽃샘 추위라 부를 만큼 쌀쌀한 기온이 낮았고 바람에 흙먼지도 날렸지만, 이만큼 계절을 즐길 만한 시기도 잘 없겠지요. 다섯 시 조금 넘은 시간에 이미 안국동 일대에서 저녁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식당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에, 이제는 코로나 상황이 정말 끝난 건가,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동한 사람들이 이렇게 구경 다니고 싶은 걸 어찌 참고 견뎠을까 생각도 들었구요.
나들이 후 집에 들어와 집 청소를 이어서 계속했습니다. 주로, 있는 물건들 중에 버릴 것 고르고 내다 버리는 일이었는데,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물건들을 끼고 살고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당장 오늘 떠나도 별로 치울 게 없을 상태란 건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사는 데 그렇게 많은 물건을 들이는 것은 가끔은 허영심, 가끔은 불안감, 또 가끔은 질투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3. Quando quando quando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삽입곡으로 쓰인 곡을 10가지 다른 분위기로 들어보는 모음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찌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꼭 드라마 속 인물들만의 삶은 아니지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와 아무 관계없는 얘기지만, 각종 선거 결과를 볼 때마다 섬찟합니다. 유권자들이 참 무섭구나 느껴지거든요. 정도전이 '백성'에 대해서 한 이야기에서 '백성'을 '유권자'라고 바꿔도 딱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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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7일 (목)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백성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모로써 속일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따르게 되고, 얻지 못하면 떠나가게 되니,
떠나가고 따르는 사이에 털끝도 용납하지 않는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하민지약야, 불가이력겁지야; 지우야, 불가이지기지야.
得其心則服之, 不得其心則去之, 去就之間, 不容毫髮焉.
득기심즉복지, 부득기심즉거지, 거취지간, 불용호발언.
- 정도전(鄭道傳, 1342∼1398)
「정보위(正寶位)」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조선 건국의 초석을 놓은 정도전의 말입니다. 한 사람의 왕이 절대 권력을 갖고 다스리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백성은 그 임금을 버리고 떠나갑니다. 그 떠나간 백성들의 마음을 누군가 얻게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라갑니다. 고려가 그렇게 해서 망했고 조선이 그렇게 해서 새로 섰습니다. 조선이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토지개혁을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켜서 백성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정도전이 살던 때로부터 6백 년 넘게 지난 지금도 정도전의 이 말은 여전히 의미가 깊습니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이 따르고 떠나는 것이 드러납니다. 국민의 마음이 떠나면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게 되니, 한 번 국민의 마음을 얻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때 국민의 마음을 얻은 자는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자도 새로이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약하다고 힘으로 위협하고 국민이 어리석다고 계략으로 속이면 결국 그 마음을 얻지 못해 국민들이 떠나가게 될 것입니다. 올해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 땅의 정치인들이 힘과 계략이 아닌 진정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 남지만(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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