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상쾌한 아침 맞으셨는지요? 요즈음이 1년 365일 중에 며칠 안 되는 가장 쾌적한 날들 중 며칠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온,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 다만 아쉽다면, 비만 좀 와주면 좋겠네요.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욕심이겠지요?
제가 사랑하는 <호시절>이라는 선시를 다시 읽어 봅니다. 호시절은 따로 있지 않고, 마음에 쓸데 없는 일이 남아 있지 않으면 된다고 하네요. 참으로 그러한가 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 호시절(好時節)
봄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달빛이 좋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눈이 아름답다.
만약 쓸데없는 일이 마음에 남아 있지 않으면
그것이 곧 인간의 좋은 시절인 것을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춘유백화추유월 하유량풍동유설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약무한사괘심두 변시인간호시절
- 운문 ]
1.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 선곡하기 시즌 4>를 이어갑니다. 오늘은 이채훈 <1일 1페이지 클래식 365>에서 비발디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소개한 내용 전해 드립니다. 오늘 소개된 영상은 정통적인 연주라기 보다는 재미라는 요소를 강조한 것 같습니다. 기존에 너무나 멋진 해석이 많이 이루어진 곡이라 연주자들의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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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는 <사계> 중 '여름' 3악장에도 악보에 간단한 소네트를 써넣었다. "아, 참으로 무서운 뇌성과 벼락이 보리 이삭을 꺾고 곡식을 쓰러뜨린다." 독일의 앙상블 '살루트 살롱(Salut Salon)'의 연주로 들어보자. 아예 기존 연주의 틀을 깬 파격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네 명의 연주자가 비발디 음악을 서로 다투듯, 코믹하게 연주하다가 중간중간 엉뚱한 소리를 내서 청중들을 웃긴다. 가령 영화 <미션 임파서블>,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C장조, 심지어 <서푼짜리 오페라>의 '맥 더 나이프(Mack the Knife)' 주제까지 등장한다.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즉흥연주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치밀한 각본에 따라 철저히 연습한 결과이다. 청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연주자들의 노력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계> 음반은 하늘의 별처럼 많다. 아마존에서 검색하면 이무지치부터 사라장까지 약 700종류가 뜬다. 어느 음악애호가는 "아무리 뛰어난 연주가 나온대도 <사계> 디스크는 더 이상 사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만큰 훌륭한 녹음이 많이 나와 있다는 뜻이다.연주자 입장에서도 <사계> 연주는 곤혹스럽다. 이미 너무 많은 해석이 있기 때문에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선보이는 게 불가능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친숙한 비발디 협주곡, '살루트 살롱'처럼 파격적인 방식을 동원해야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연주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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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피소년(Feat. 제이레빗 혜선), 모르는 법
인생은 모르는 법..맞죠. 사실 당장 내일 일이 아니라 오늘 일도 모르는 게 인생이죠. 이 노래가 '오직 모를 뿐'이라는 자세로 인생을 살라는 어느 스님의 말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모르기 때문에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약간의 신비를 기대하면서 살 수도 있는 게 인생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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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어쩌지?(2018. 3. 29.)
5월에 서울에서 열릴 한국 농식품부와 제가 와 있는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공동 세미나 준비가 조금씩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이 조직도 국제 출장 업무가 엄청 많으니까, 그걸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을 텐데, 저는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느니까,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또 하루를 보냅니다. 업무 분장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르니까, 지금까지 진행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그 사람에게 하는 게 적합한지 아닌지도 잘 모르면서 이메일로 팍팍 질문을 하고 요청을 합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당신 엉뚱한 사람에게 엉뚱한 질문(요청)한 거야!'라고 퉁명스럽게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메일을 씹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속으로 '뭐 이런 무식한 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 지 모릅니다만.
국제농업개발기금은 UN의 특별기구 중의 하나이고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농촌주민들이 처한 빈곤과 식량 확보의 불안정함(food insecurity)을 근절하는 걸 존립 목적으로 하는 국제금융기관입니다. 아주 좋은 목적이고, 이번 회의도 그런 대의명분을 달성하는 데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탬이 되는 행사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제 생각과는 무관하게 총재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내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합니다. 총재 일행이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한국을 떠나는 순간까지 착실하게 딸랑이 역할을 해야 하니, 잔잔한 챙겨봐야 할 일들이 많이 있을 듯합니다.
'총재 일행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지?' 하는 것도 사소해 보이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한국에 음식점 많으니, 대충 왔다갔다 하다가 눈에 띄는 데 들어가서 간단히 해결합시다!' 이렇게 제안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실무자들끼리 움직이면, 딱 그렇게 하면 되죠. 하지만, 국제기구 수장이 움직이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 문제도 한국의 동료들과 상의해 가면서 적절할 답을 찾아야 합니다. 또, 여기 식사 문화는 밥 먹으면 각자 자기 먹은 것 계산하는데, 총재 일행이 해외 출장 가서도 그렇게 하는지 어떤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튼, 사소한 의문 하나하나가 다 일거리입니다. 아무래도 총재 수행을 자주하는 IFAD 재원조달국 사람에게 그런 것도 살짝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잔잔한 데까지 신경을 쓰는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예전에 농림부 국제농업국에서 근무할 때 장관 모시고 해외출장을 다녀보면, 출장 자체보다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듭니다. 속된 말로, 비행기 뜨기 전까지가 가 힘들죠. 하긴, 비행기 뜨고 나면, 기본적으로는 준비한 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얘기죠.
그나저나, 총재 밥은 어떻게 먹이지?^^ 그런 기억이 나네요. 농림부 장관 중 한 분 해외 출장 계획할 때, 혹시 몰라서 장관비서실에 '장관님 식사와 관련해서 뭐 주의할 건 없습니까?' 물었더니, '파를 안 드십니다. 파가 들어간 음식은 피해야 해요.' 라는 답을 듣고,얼마간 고민했던 기억요. 의전은 잘해야 본전이라고 하죠. 다른 장관님 한 분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밀가루 든 음식을 섭취한 줄 오해하여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바탕 소동이 나기도 했습니다. 높은 분 모시는 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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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추하, Graduation tears
졸업, 학교를 마치는 것만 졸업은 아니죠. 자기 할 일을 마치고 마침내 그 일을 하던 시공간과 결별하는 것이 다 졸업 아니겠습니까. 오랜 시간,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던 장면을 떠날 때, 심사가 복잡하여 노래 제목처럼 눈물이 날 수도 있지만, 뭐 그럴 필요 있나 싶습니다. 졸업이라고 마이크 쥐어줘도, 긴 말은 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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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임식 풍경(2017. 3. 29.)
IFAD 수장의 이임강연. 칠순인 그는 사흘 뒤 8년간의 사무총장 직에서 떠나 영국 어느 대학에서 아프리카 농촌 청소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현장연구 교수로 변신한다. Town hall meeting으로 명명된 이 일종의 이임식 행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나 장관의 이임행사와는 달라도 너무도 다르다. 우리의 공무원 조직문화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사진을 유심히 보면, 우리의 월례조회나 이임식과 다른 게 눈에 들어 오시나요?
이임사 뒷풀이 파티 내지 다과회는 목요일 날 별도로 시간 배정이 되어 있다. 초청대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인턴, 외부용역 업체 관계자 모두 포함이다.
제일 놀라운 건, 4월 1일부터 임기 시작하는 신임 Gilbert 사무총장의 취임식이 취임 첫 날 없을 것이고, 아마도 일정 기간 지난 후 역시 Town hall meeting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동료의 이야기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높은 사람이 마이크 오래 잡는 건 재미없더라. 55분은 좀 길었어, Mr.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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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린, 봄날은 간다
세상이 온통 꽃천지입니다. 벌써 봄의 절정이 온 듯한 느낌입니다. 절정은 곧 내리막의 시작이죠. 금방 더워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봄날이 한창일 때 늘 <봄날은 간다>를 듣습니다. 가는 봄의 아쉬움을 미리 느껴 아쉬움의 김을 빼려는 선택인가 싶기도 합니다. 오늘도 꽃대궐 누릴 수 있는 봄날임에 더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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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 1등(2019. 3. 29.)
서울에서의 마지막 저녁, 대학 동기들 몇이 가락동시장에서 회를 푸짐하게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수다를 떨었다.
아무 말 대잔치 와중에 한 녀석이, "종철이 니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1등 했잖어!;
"먼 소리여?"
"경제원론 시험 시작하자 마자 제일 먼저 나갔쟎아!"
"그랬냐?..하긴..1, 2학년 때 오지게 수업 안 들어갔다..1학년 2학기 때 인문대 7동에서 현숙이 지나가길래 '안녕하세요?' 인사했더니 '누구세요?' 그러길래, '아, 저 김종철입니다, 같은 B반' 하니까'아, 네,..수업 좀 들어오세요!' 하더라."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던 1등의 추억이 있었네..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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